비밀 정원 - 제4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박혜영 지음 / 다산책방 / 2014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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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살다 살다 이런 책은 또 처음 본다. 제 4회 혼불문학상을 수상한 <비밀 정원>은 예쁜 우리말 표현들이 어찌나 많은지!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완전 계탄 기분이었다. 너무 예쁘고 고운 우리말이 가득해서 한 글자 한 글자 베껴 쓰다 보니 도저히 진도가 안 나간다. 책이 어쩜 이래;; 정말 좋아도 너무 좋다! 

 

초반 50쪽 까지는 도대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 소설일까? 도대체 나는 처음 들어보는 혼불문학 상이란 게 그렇게 대단한 상인가? 감 잡느라 놓친 문장도 많지만.

 

"이제 햇빛은 끓는 호박죽처럼 들판으로 넘쳐흘렀다." -27

"겨울바람이 뒷산의 대숲을 탬버린처럼 흔들고 지나갔다." - 48

"아침에 일어나보니 눈을 비워낸 하늘이 무청처럼 푸르렀다. 앞 들판의 햇살은 은쟁반 위의 분홍 구슬이 구르는 듯했다." -50

"호박 같은 해가 앞산을 넘어왔다. 아침마다 등을 구부리고 대문을 들어서는 하루는 오랜 친구 같았다."-54

"저녁 해가 푸른 여우처럼 기웃거리며 눈 덮인 산등성을 내려왔다." -55

 

하악 ㅠ 햇빛이 끓는 호박죽처럼 들판으로 넘쳐 흘렀다니! 겨울바람이 대숲을 탬버린처럼 흔들고 지나갔다니! 눈을 비워낸 하늘이 무청처럼 푸르렀다니! 호박 같은 해가 앞산을 넘어왔다니! 저녁 해가 푸른 여우처럼 기웃거리며 산등성을 내려왔다니! 이런 표현들 정말 너무 예쁘지 않나? 내가 표현력이 딸려서 그렇지 원문 그대로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읽다 보면 정말 책이 아니라 보물상자를 끌어안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로 예쁜 문장들의 향연이다.

 

 

 

어떤 책인지? 스포일링 안 되는 선에서 황석영 선생님의 심사평을 좀 가져와 보자면..

 

『비밀 정원』은 좀 특이한 소설이다. 개인의 인생을 죽 적어나간 낡은 일기장을 보는 것 같으면서 어느 시대에선가 멈춰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를테면 '요즈음도 이렇게 소설을 쓰는 사람이 있구나' 할 정도로 구닥다리이면서 그게 또 묘한 '빈티지'의 매력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노관'이라는 삼백 년이나 물려온 봉건시대의 잔재가 그대로인 강원도 강릉 어느 집안의 장원을 배경으로 그 집안 장손인 이요의 성장소설 형식으로 이 소설은 진행된다. -344쪽 제4회 혼불 문학상 황석영 심사평 중에서

 

솔직히 종가집, 봉건시대, 막 이런 단어들 나오기 시작하면 나는 덮어놓고 고리타분한 옛 얘기는 딱 질색이라며 내뺄 궁리부터 하는 인간인데; 이 책은 뭐랄까? 진짜 독특하고 특이하고 신비로운 아우라가 있어서 도저히 다음 페이지를 안 보고는 궁금해 미치겠는 거다. 심지어 요의 어린시절 이야기는 너무 아름답고 순수하고 예뻐서 바스콘셀로스의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 미하엘 엔데의 '모모' 를 떠올리게 하고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노관은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나 김약국의 딸들 느낌도 난다.

 

도대체 352쪽짜리 이 작은 책 속에 어찌나 많은 보물들이 숨어 있는지! 되새겨볼수록 신기하고, 읽기 아까울 정도라 나는 진짜로 이  재밌는 소설을 5일 넘게 아껴 읽고 있는데. 아 ㅠㅠ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남아있는 페이지가 줄어들수록 우울해진다. 안되겠다. 이참에 혼불 문학상 받은 책들을 몽땅, 찾아 읽어봐야겠다는 욕심까지 생긴다.  

 

 

 

△ 불과 78쪽까지 밖에 안 읽었을 때 찍은 사진.

할 수 있다면 책 전체를 필사하고 싶단 생각마저 들었던 혼불 문학상 제 4회 수상작 <비밀 정원>

 

참고로

'혼불문학상'은 한국의 혼을 일깨우는

우리시대 대표 소셜 <혼불>의 작가 최명희의 문학정신을 기리며 전주문화방송이 제정한 문학상입니다.

 

 

 

리뷰요약 :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읽다 보면 정말 책이 아니라 보물상자를 끌어안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로 예쁜 문장들의 향연이다. 352쪽짜리 이 작은 책 속에 어찌나 많은 보물들이 숨어 있는지 되새겨볼수록 신기하고, 읽기 아까울 정도다.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새삼 느끼게 해주는 혼불문학상 제4회 수상작. 예쁜 문장 수집가들에게 적극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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