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없는 남자들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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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이름도 모르고, 사는 곳도 모른다. 어쨌거나 그는 세상에서 가장 고독한 남자니까. 나는 산책을 하다 일각수 상 앞에 앉아(내가 항상 산책하는 코스에 일각수 상이 세워진 공원이 있다) 차가운 분수를 바라보며 종종 그 남자를 생각한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고독하다는 것이 어떤 것일지 나 나름대로 상상한다. 세상에서 두번째로 고독하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는 이미 알고 있다.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고독하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는 아직 알지 못한다. 세상에서 두번째 고독과 세상에서 첫번째 고독 사이에는 깊은 골이 있다. 아마도. 깊을 뿐 아니라 폭도 엄청나게 넓다. 이 끝에서 저 끝으로 채 건너가기도 전에 힘이 다해 떨어져버린 새들의 주검이 골바닥에 높은 산을 이루었을 만큼.

어느 날 갑자기, 당신은 여자 없는 남자들이 된다. 그날은 아주 작은 예고나 힌트도 주지 않은 채, 예감도 징조도 없이, 노크도 헛기침도 생략하고 느닷없이 당신을 찾아온다. 모퉁이 하나를 돌면 자신이 이미 그곳에 있음을 당신은 안다. 하지만 이젠 되돌아갈 수 없다. 일단 모퉁이를 돌면 그것이 당신에게 단 하나의 세계가 되어버린다. 그 세계에서 당신은 '여자 없는 남자들'로 불린다. 한없이 차가운 복수형으로.
 
♣ 여자 없는 남자들 - 무라카미 하루키 :p 326~327

 

 

“세상에서 두번째 고독과 세상에서 첫번째 고독 사이에는 깊은 골이 있다.”

하루키가 아니면 세상 그 누가 ‘세상에서 두번째 고독’과 ‘세상에서 첫번째 고독’의 차이점 따위를 진지하게 생각해볼 것이며? 심지어 그 생각을 이렇게 적절한 문장으로 그럴듯하게 옮길 수 있을까? ㅎㅎ

 

하루키에 중독돼 나 역시 ‘어느 날 갑자기 여자 없는 남자들이 되는 것’과 ‘어느 날 갑자기 남자 없는 여자들이 되는 것’사이에도 깊을 뿐 아니라 폭도 엄청나게 넓은 골이 있을 거란 생각을 문득, 해봤다. 아무리 고급스러운 표현을 생각해봐도 홀아비와 과부의 차이? 정도로 밖에 난 표현이 안된다 ㅋㅋㅋ

 

사랑하는 하루키상의 신간 <여자 없는 남자들> 읽기 딱 좋은 계절. 가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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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공병각 글씨체 따라 쓰기 3일차. 2014년 10월 11일 꽃핑키 필사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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