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구 - 우리가 사랑하는 이상한 사람들
김별아 지음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5년 1월
평점 :
품절


 

누군가 연애의 불안에 대해 말했다.

‘만날 때면 믿음이 생기고, 돌아서면 우울해.’

그런가 하면 누군가 자기 어머니와의 관계에 대해 말했다.

‘멀리서 생각하면 눈물이 나고, 가까이에 있으면 화가 나.’

  

나는 좋은 딸이 아니었다. 아버지에게도 그랬지만 엄마에게는 더 그랬다. 나는 정서적으로 상당히 불안정한 유년기를 보냈다. 신경이 바늘 끝처럼 예민했고 숱한 강박에 사로잡혀 있었다. 열등감과 우월감이 뒤엉키고 자주 어둡고 우울한 생각에 몰두했다. 이제 와서 그 모두를 소설가가 되기 위한 전초였다고 한다면 안일하기 이를 데 없는 설명일 것이다. 나는 누구보다 열렬히 평화롭고 싶었으니까. 그때의 불안과 고통은 어떤 식으로도 보상받거나 돌이킬 수 없다.

♣ 식구 - 김별아 :p 79

 

 

멀리서 생각하면 눈물이 나고, 가까이에 있으면 화가 나.

​아. 아아아아 ㅏㅏㅏㅏㅏ 아아. 아. 이 말 너무 가슴에 사무치지 않나?

며칠 전 책장 정리를 하다가 문득 눈에 들어온 낡은 책.

​책 리스트를 검색해보니 2009년 7월에 3,750원에 구입한 중고책이었다.

이미 다 읽은 책이기도 하고 많이 낡았으니 (진짜 낡았다기보단. 표지 재질 자체가 낡은 스케치북? 같다.)

팔아야지. 생각을했다. 어차피 중고책으로 3천 원에 구매한 책이니. 재미 삼아 500원에 내어 놓았다.

그런데 덜컥 주문이 들어왔다. 책값 500원에 배송비 2,500원 ㄷㄷㄷㄷㄷㄷ 주문을 한 사람도 참 대단하다 싶었지만,

막상 책을 보내려고 하니 ㅋㅋㅋㅋㅋㅋ 갑자기 이 책이 얼마나 애틋해지는지 ㅋㅋㅋ  

결국 들어온 주문을 취소시키고, ㅋㅋ 다시는 거들떠보지 않을 것 같았던 이 책을 꺼내어 소중하게 다시 읽었다.

 

비록 지금은 절판된 책이지만. 다시 읽으니 비로소. 오! 이 책 참 괜찮은 에세이집인데? 싶어졌다.

평생 초딩마인드로 살 것만 같던 나도. 이제 서서히 철이 들어가는 것일까?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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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무치다 [동사] 깊이 스며들거나 멀리까지 미치다.

* 사진 : 공병각 글씨체 연습 1일차. 2014년 10월 09일 꽃핑키 필사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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