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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하나씩 버리기 - 아무것도 못 버리는 여자의 365일 1일 1폐 프로젝트
선현경 지음 / 예담 / 2014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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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귀엽고 참신하다 이 책 ㅋㅋㅋ 완전 내 마음에 꼭 든다 ㅋㅋㅋㅋ
처음 위즈덤하우스 신간 소개 페이지에서 이 책을 만났을 때부터 우앗! "아무것도 못 버리는 여자의
매일 하나씩 버리기 프로젝트" 라니! 나야말로 정말 택배 상자 하나, 선물 포장지 하나, 안 입은지 10년이 넘은 옷 하나도 속시원히 버리질
못하는 여자사람이라;; 진심으로 1일 1폐 프로젝트가 궁금했고, 응원하고 싶었고, 본받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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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이 책『날마다 하나씩 버리기』는 나처럼 뭐 하나도 차마 버리지를 못하는 동화 작가
선현경님의 365일 1일1폐 프로젝트, 그 일 년간의 기록이다. 그야말로 처절한 고군분투기인데. 왜? 읽다 보면 자꾸자꾸 피식피식 웃음이 나는지
ㅋㅋㅋ 마치 친한 언니의 일기장을 합법적으로 훔쳐보는 듯한 기분도 들고, 그림도 너무 귀여운데다, 일기 형식이라 책장도 어찌나 술술 잘
넘어가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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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1일 1폐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우연히 친구의 권유로 '저장강박증이라는 병적인 집착으로 온갖 잡동사니와 쓰레기를 집 안에 들이고 그 사이에서 위로받는 사람들을 담은
다큐멘터리 <죽어도 못 버리는 사람들, 호더>'를 보게 된 후 나도 호더인 걸까? 충격에 빠지게 되었고, 그날부터 이제는 더 이상
신지 않는 양말 같은 작은 것부터 시작해. 딱 일 년만 하루에 하나씩 버리기를 실천하며 최대한 새 물건을 들이지 않는 생활을 해보자! 결심하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역시나. 버리기로 결심은
했지만 이것도 저것도 막상 없어지면 아쉬울 것만 같고, 아무리 안 쓰는 물건이라 하더라도 버리기엔 너무 멀쩡하고, 이건 소중한 추억이 있어 못
버리겠고, 저건 선물 받은 거라 절대로 못 버리겠고……. 무수히 이유도 핑계도 많은 물건을 향한 집착과 미련을 날려버리기 위해 동화작가
선형경님은 "그렇다면 내 손에서 떠나보낼 물건에 대해 날마다 그리고 쓰고 버리자!"고 마음먹으셨는데...
아이디어 정말 괜찮지 않나? 나는
그림은 잘 못 그리니까 사진으로 대신하기로 하고, 정말 저렇게만 한다면 아무리 미련 남는 물건도 흔쾌히 정리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그런
의미에서 이제부턴 나도! 틈날 때마다 안 쓰는 물건들 하나씩 정리해 새 주인을 찾아주든지, 과감하게 버리든지 해야겠다고 덩달아 결심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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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같은 여자 사람으로서. 뭐든 쉽게 쉽게 못 버리는 수집벽 동지로써, 그녀의 말이 어찌나
공감되고 흥미진진하던지!
또 이만큼의 포스트잇 플래그를 붙이며 알록달록 재미있게 잘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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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결심을 하는 편이다. 이달에는 술을 마시지 말아야지!
담배를 끊어야겠어! 운동을 매일 하자! 멋진 동화책을 만들고 말 테야! 이런 나에게 친구는 말한다. 이제 그만 좀 결심하고, 제발 있는 그대로의
너를 받아들여. 지키지도 못할 약속으로 왜 그리 네 자신을 괴롭히는 거야? 맞다, 결심이 무너질 때마다 괴롭다. 나 자신에게 실망하게 되고
무기력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결심이라는 게 그렇다. 일단 결심을 할 때는 꼭 지키고 싶고 또 지킬 수 있을 것만 같다. 지키지 못할
거라고 전제하고 결심하는 것이 아니다. 끊임없이 결심할 수 있는 건 어쩌면 결심한 일에 매번 실패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며칠이나 지속되는지가 관건이긴 하지만, 나는 뭐든 결심하는 것은 언제나 옳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남을 해치거나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만
아니라면 말이다. 그래서 나는 또 결심했다. 이번에는, 좀 버리자! 내가 가진 게 너무 많다고 느껴질 때, 그것들이 나를 빼곡하게
둘러싸서 갑갑하게 느껴질 때, 내가 당장 쓰지도, 그렇다고 앞으로 쓸 일도 없어 보이는 물건들이 자꾸 눈에 띌 때 지금 바로 낡은 양말이든 뭐든
하나 버려야 한다. 아무것도 못 버리는 사람일지라도 하나를 버릴 줄 알면 다른 것들까지 버릴 수 있을 테니까.
♣ 날마다 하나씩 버리기 - 선현경 :p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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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뭐든 결심하는 것은 언제나 옳다고 생각한다." ㅎㅎㅎ 나는 특히 이 말이 마음에
들었는데.
그러게나 말이다. 설령 친구에게 "지키지도 못할 약속으로 왜 그리 네 자신을 괴롭히는 거야?"라는
핀잔을 듣더라도 굴하지 않고. 뭐라도 결심하고! 지키려 애를 쓰고! 어쩌면 이런 것도 살아가는 작은 재미중 하나가 아닐까?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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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16
도라에몽 티슈 케이스 인형
일본 시즈오카 현으로 여행 잡지
촬영 때문에 딸은 두고 남편과 둘만 여행(공짜 여행은 하지 않기로 결심한 여행)을 떠난 적이 있었다. 일본 시골이라 딸이 좋아할 만한 물건이
없어서 스태프들에게 부탁해 그 현에서 가장 큰 백화점에 갔다. 그때 도라에몽 만화로 한글을 뗀 딸은 도라에몽이라면 뭐든 좋아했다. 도라에몽 티슈
케이스도 딸 책상 위에서 한동안 휴지를 담고 있었는데 이제 좀 컸다고 안 쓴다. 도라에몽이 싫어진 게 아니라 인형이 너무 크다나. 아무튼
도라에몽을 좋아하는 친구에게 사진을 찍어 보내니 당장 달라고 야단이다. 오늘 밤에는 도라에몽 목욕이나 시켜야겠다.
♣ 날마다 하나씩 버리기 - 선현경
:p 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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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미대 나온 언니의 흥미진진한 365 매일매일 하나씩 버리기 일지를 보고 있으니 어찌나
재미있고 유쾌하던지!
1월 26일 일기에는
"세 식구가 함께 라이언 맥길리 사진전에 다녀왔다. 오래간만에 찬바람을 맞으며 미술관을 찾아 멋진
사진을 보니 나도 그림이 그리고 싶어진다. 전시를 보면 뭔가 하고 싶어져서 좋다. 전시는 툭 건드려주고 살짝 미는 바람 같다."라는 말이
쓰여 있는데, 내겐 이 책이 그랬다. 툭 건드려 주고 살짝 미는 바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