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카린 지에벨 지음, 이승재 옮김 / 밝은세상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오랜만에 흥미진진한 프랑스 심리 스릴러물 한 권을 읽었다. 아, 아니구나; 지난달에 읽은 범죄 수사물 <이렌>도 프랑스 소설였으니 오랜만도 아닌데 왜 갑자기 새롭지? 아무튼, <그림자>는 나와 비슷한 또래 여자 사람이 주인공이라 그런지? 훨씬 몰입도도 좋고 대체로 재밌게 읽었는데. 초반엔 와, 진짜, 이 여자가 미친 건지? 친구들은 왜왜왜? 하나같이 여자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 건지? 심지어 책 내용도 도대체가 무슨 소릴 하자는 건지? 한참 여자 주인공 '클로에' 시점에서 이야기를 술술 잘 풀어 가다가 갑자기 남자 형사 '고메즈' 시점으로. 시점이 확 바뀌고. 또 불쑥 '클로에' 시점이 되었다가. 휙휙 하도 정신없이 바뀌는 통에 나는 도중에 책 잠깐 덮고 다른 사람 리뷰까지 몰래, 몇 개 찾아 읽고 다시 봐야 했지만, 아하 대충 이런 구조로 되어있구나 감 잡고 나니, 진짜 진도 휙휙 잘 나가더라.

 

 

특히나 이 책 첫머리에는 저자 친필(맞겠지?) 사인과 함께 이런 의미심장한 문장이 적혀 있는데.

망상증 환자인지, 소름 끼치는 스토커인지 판단은 독자여러분께 맡깁니다.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까지 숨가쁜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오마이갓, 이런 첫 페이지에 호기심이 발동하지 않을 독자가 어디 있을까? 나 혼자 와! 이 저자분 보통이 아닌데, 대박 잘 낚는다,며 감탄부터 한참 하고 읽기 시작했다.

 

 

스포일러 안 되는 선에서, 간단하게 책 줄거리를 요약하자면

우리의 주인공 클로에는 대형 광고 회사의 차기 회장 후보이자, 미모까지 겸비한 커리어 우먼이다. 소설은 뭐 하나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그녀가 어느 날 밤. 길에서 우연히 수상한 그림자를 만나게 되는 장면부터 시작이 되는데. 정말 주변 사람들 얘기처럼 클로에의 망상일 뿐인 건지? 진짜 그림자가 있기는 있는 건지? 아리송할 무렵에 등장하는 고메즈 형사도 주목을 해야 하는데 솔직히 내 타입은 아니지만; 굉장히 형사 전체적인 플롯이 클로에 이야기가 한 챕터, 고메즈 형사 이야기가 한 챕터 교차 편집되어 있어 총 두께가 608쪽! 후덜덜한 분량에도 불구하고 속도감 있게,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가 있었다.

 

 

프랑스 심리 스릴러의 아이콘! 카린 지에벨 대표작!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하지 않을 만큼!

이 책을 읽다 보면 생생한 심리 묘사에 나도 모르게 말려들어 설마 이 여자가 미친 건지? 혹은 도대체 누가 진짜 범인인지? 애인? 친구? 전 남편? 라이벌? 심지어 형사까지도 아무도 믿을 수가 없게 되고, 심지어 아니면 이렇게 생각하는 내가 미친 건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라고 이야기를 한다면 너무 오버인가 싶기도 하지만 어쨌든, 나는 이 책 읽으면서 초반엔 진짜 답답해 미치겠고, 중반엔 궁금해 미치겠고, 맨 끝엔 아쉬워 미치겠고, 암튼 아주 여러 번 미칠뻔했었고. 지금도 이 책 먼저 읽으신 다른 분과 마주 앉아 정말 그장면은 좀 그렇지 않았나요? 따져가며 잔뜩 수다 떨고 싶어 죽겠다. (미치겠다로 시작해서 죽겠다로 끝맺;; 이런 책 리뷰는 정말 격한 감정으로 쓸 수밖에 없다구요 흐흭;;)

 

 

특히 인상 깊었던 장면은 클로에가 잔뜩 겁먹고 친구에게, 애인에게 그림자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을 때였는데..

“그놈이 차고에 있었다니까.”

“그놈이라니?”

“키가 크고 위아래에 시커먼 옷을 입고 있었어. 너무 무서워 뒷걸음질 치다 중심을 잃고 쓰러졌던 거야.”

“클로에, 당신은 말하자면 헛것을 본 거야. 지난번 길거리에서 쫓아왔다는 그놈 때문에 겁에 질려 그려낸 환영이라는 뜻이야. 모든 게 다 당신의 머릿속에서 지어낸 상상일 뿐이지만 어딜 가든 그놈이 보인다고 착각하지. 지난밤 그놈을 봤을 때의 충격이 컸기 때문에 충분히 그런 현상이 빚어질 수는 있어.”

“상상이 아니었어!”

“차고에 누군가 있었다면 나랑 마주치지 않을 수 없었어. 비명소리가 들리자마자 곧장 달려갔는데 아무도 없었단 말이야. 불과 30초 남짓한 시간에 도망쳤다면 나 또한 그놈을 봤어야 해.”

 

♣ 그림자 - 카린 지에벨 :p 56

 

 

아 진짜. 분명 내 눈으로 똑똑히 봤는데 증거도 없고, 증인도 없고, 아무도 내 말을 안 믿어주고! 이런 환장할 노릇이 어디 있냔 말이다. 게다가 가장 가까운 사람들마저 헛것을 본 거겠지. 쯧쯧 거리기만 하고. 여기서 나는 또 혼자 잔뜩 격한 감정이 솟구쳐서 도대체 클로에는 지금껏 어떤 인생을 살아왔길래? 아무도 그녀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 걸까?부터 시작해서 무수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다 결국엔 나도 이 여자를 못 믿겠고, 막 그랬다. 엄머나, 그러고 보니 나 여지껏 그 많은 책들 읽으면서 이런 식으로 주인공 자체를 의심하며 읽은 적이 있었던가? 엉뚱한 생각도 잠깐 했다가. 암튼 <그림자>와 함께 한 시간은 또 이렇게 나에게 애틋한 추억이 되었다.

 

 

리뷰요약 : 흥미진진한 프랑스 심리스릴러 소설. 

심리 스릴러의 아이콘! 카린 지에벨 대표작!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하지 않을 만큼! 책을 읽다 보면 생생한 심리 묘사에 나도 모르게 말려들어 설마 이 여자가 미친 건지? 도대체 누가 진짜 범인인지? 친구, 애인, 형사, 심지어 그녀까지도 아무도 믿을 수가 없게 된다. 어쩌면 이렇게 자꾸 의심만 많아지는 내가 미친 걸지도.

 

 

테라스 앞을 지나가던 남자가 클로에를 물끄러미 쳐다보며 지나갔다. 클로에와 함께 있을 때면 카롤은 언제나 투명인간 취급을 받았다. 사람들의 뜨거운 시선과 관심을 온통 빨아들인 클로에가 주변을 자신의 존재감으로 가득 채우고 나서 겨우 부스러기 정도만 남겨두기 때문이었다. 단지 외모 때문만은 아니었다. 클로에는 어느 자리에 있든 빛이 났다. 모든 시선을 빨아들일 만큼 압도적인 매력이 있었고, 그 위력은 믿을 수 없을 만큼 강력했다. 그녀는 절대로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만드는 존재, 모든 사람의 시선을 빨아들이는 존재, 평범함을 거부하는 존재, 매력과 재능을 겸비한 존재였다.

♣ 그림자 - 카린 지에벨 :p 40


몇 달 동안 불면증 때문에 제대로 잠을 잔 적이 없었다. 잠시 후 어김없이 여명이 밝아오겠지만 특별히 기대할 게 없는 하루였다. 밤에서 아침으로 넘어가는 이 순간, 서로 다른 세상이 만나는 이 시간, 어둠 속에서 그림자들이 또렷이 부각되는 시간이었다.
♣ 그림자 - 카린 지에벨 :p 53

어차피 삶이란 서서히 고통받다 죽어가는 과정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죽음에 이르기 전까지 맘에 들지 않아도 어쩔 수 없이 걸어 올라가야 하는 삶의 계단이었다. 인간은 요구한 적도 없이 세상에 태어나고, 선택의 자유도 없이 죽음에 이른다.
♣ 그림자 - 카린 지에벨 :p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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