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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말이 산더미처럼 쌓여있고,
추석날 주문한 실리쿡 밀폐용기도 진작 도착해 주방 한편에 잔뜩 쌓여 있다.
결혼하고 지금껏 감기 한 번 앓은 적 없었는데. 이번 추석 연휴 기간 내내 아파서 침대를 벗어나지
못 했다.
차리리 감기몸살이나 두통 같은 거면 부끄럽지나 않지;; 틈만 나면 화장실 가서
주룩주룩 오마이갓. 힘든 추석이었다.
아. 이번 명절은 전 부치러도 안 가도 되고, 완전 널널하게 잘 놀 수 있었는데, 기운 없어
놀지도 못하고 ㅠㅠ
그동안 피땀 흘려 굶고 운동해 뺀 살도 아픈 바람에 덜컥 겁나서 한 며칠 잘 먹었더니. 다시
원상복귀돼 버리고 ㅠㅠ
이제 슬슬 다시 컨디션 회복해가고 있는 중인데. 병원 가서 주사 맞고 약을 먹어도 여전히 뭔가,
아직 다 나은 거 같지도 않고 그렇다고 아픈 것 같지도 않은 그런 상태로 어제오늘을 보내고
있고,
하루키 아저씨의 이번 책 <여자 없는 남자들>은
내가 그동안 하루키를 좋아하길 참 잘 했다는 생각이 들 만큼 정말 정말 정말정말정말정말
만족스럽다.
총 7편의 단편 중에 <드라이브 마이 카>, <여자 없는 남자들>,
<예스터데이> 이렇게 3편을 읽었고, 아직 <독립기관>, <셰에라자드>, <기노>, <사랑하는
잠자>를 남겨두고 있는데. 이미 읽은 3편만으로도 충분히 본전을 뽑고도 남는데, 아직도 4편이 더 남아있어서 허허 완전 횡재한 기분이
든다.
특히 오늘 읽은 <예스터데이>에서는 <여자없는 남자들>의 책 표지를 왜
이렇게 뽑았는지? 에 대한 실마리가 나왔는데,
오마이갓 난 이런 거(?) 찾아낼 때 정말 기쁘다. (이런 거라 하면 ㅋㅋ 왜 있잖아 특이한 책 제목이라던가 주인공 별명이라던가가 안 그래도 왜
그렇게 정했을지 되게 궁금했는데 책 읽다 보면 어느 순간 아! 이래서 그랬구나 실마리가 풀리는 지점. 같은 거 말이다.)
"나는 자주 똑같은 꿈을 꿔. 나와 아키가 배에 타고 있어. 기나긴 항해를 하는 커다란 배야.
우리는 단둘이 작은 선실에 있고 밤늦은 시간이라 둥근 창밖으로 보름달이 보여. 그런데 그 달은 투명하고 깨끗한 얼음으로 만들어졌어. 아래 절반은
바다에 잠겨 있고. '저건 달처럼 보이지만 실은 얼음으로 되어 있고, 두께는 한 이십 센티미터쯤이야.' 아키가 내게 알려줘. '그래서 아침이
와서 해가 뜨면 녹아버려. 이렇게 바라볼 수 있는 동안 잘 봐두는 게 좋아.' 그런 꿈을 몇 번이나 되풀이해서 꿨어. 무척 아름다운 꿈이야.
언제나 똑같은 달. 두께는 언제나 이십 센티미터. 아래 절반은 바다에 잠겨 있어. 나는 아키에게 몸을 기대고 있고, 달은 아름답게 빛나고, 우리
단둘이고, 부드러운 파도소리가 들려. 하지만 잠에서 깨면 항상 몹시 슬픈 기분이 들어. 얼음 달은 이미 어디에도 보이지 않고."
♣ 여자 없는 남자들 -무라카미 하루키 :p 97 (예스터데이)
암튼 나야 뭐 원래부터 어쩔 수 없는 하루키빠였지만 ㅋㅋ 이번 책을 계기로 하루키가 더
좋아졌다.
남은 단편 4개도 하나씩 야금야금. 맛있게 잘 읽겠습니다 :)
아! 그리고 내가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하루키 단편 소설집 <반딧불이>, <빵가게 재습격>, <회전목마의 데드히트>도 드디어 개정판이 나왔다!
반딧불이랑 회전목마의 데드히트는 우리 집에 없는 책이라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장바구니에 담았는데
빵가게 재습격은 우리 집에 있어서 또 사야 하나? 살짝 고민을 했는데, 이제 자세히 보니 얘들은 책 제본 사이즈도 일반 양장 보다 살짝 작구나!
방금 계산해보니 여자 없는 남자들 보다 7mm 키가 더 작네 그렇담 인테리어 맞추기 위해서라도 ㅋㅋㅋㅋㅋ 어쩔 수 없이 또 사야지 ㅋㅋ
참고로 여자 없는 남자들 사이즈는 : 195*135mm / 반딧불이 사이즈는 : 188*128mm (B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