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할 것 - 혼돈의 시대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강상중 지음, 이경덕 옮김 / 지식의숲(넥서스)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고민하는 힘>때부터 관심 갖기 시작해서. 어쩌다 사랑하는 아들을 먼저 하늘나라로 떠나보내셨다는 사연을 알게 되곤 더더욱 읽고 싶어졌던 <살아야 하는 이유>, 분위기 있는 흑백사진에 핫핑크로 제목을 넣은 딱 내 취향 책표지 <도쿄 산책자>, 그리고 최근엔 강상중의 첫 소설이라는 타이틀로 <마음>이라는 소설책도 나왔던데... 

 

 

  정말로 그동안 장바구니에 넣었다 뺐다를 수도 없이 반복했던 강상중님 책을 드디어 나도 한 권 갖게 되었다. 바로 이 책 <사랑할 것>- 혼돈의 시대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이라는 부제가 달린 인문 에세이(칼럼)인데.

 

나는 멋도 모르고 앗, 이번 책은 어쩐지 제목부터 '사랑'이 들어가 있고, 표지도 노랑노랑하니 참. 맛있어 보이니까. 혹시? 가볍고, 쉽고, 말랑말랑한 내용을 담고 있지 않을까 기대를 했는데, 부제가 - 혼돈의 시대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걸 뒤늦게 발견하고 괜히 설레발 친게 부끄러워졌다. (강상중 책 처음 읽는 티가 팍팍 나잖아;;)

 

흐음. 그래도 뭔가? 표지에서 주는 레모나 같은 이미지 때문에 나는 계속 밝고 쉬운 쪽에 미련이 남았는데.

책을 펴고, 한국 독자들에게 전하는 말을 읽고, 연평도 포격사건, 6자 협의, 인플루엔자와 서브프라임에 관한 글까지 읽고는 헉; 어.렵.다. 진짜 신문 칼럼 그대로네, 깜짝 놀랐다가, 불과 30쪽 만에 아! 이래서 사람들이 강상중 강상중 하는구나 강상중의 인기에 수긍이 가졌다. 요즘은 TV를 봐도 영화를 봐도 꽃중년이 대세던데 강상중 아저씨도 그렇게 따지자면 그야말로 꽃중년? 꽃지식인 중 한 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 ㅎㅎ 

 

특히 나는 이 책의 시작 부분 (한국 독자들에게 전하는 말)부터 오! 이게 바로 강상중이구나! 아주 강렬한 인상을 받아서 "칼럼은 시대의 피부 호흡과 같은 것입니다."라는 첫 문장부터  당장 포스트잇을 붙이고 몽땅 베껴 적었. 아니, 타이핑했다.

 

(너무 길어서 나름 줄였는데도 길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면 그 사이에 나는 사랑하는 아들을 잃었습니다. 그 슬픔과 고통은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 상실감을 치유하지 못한 상태에서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했고, 사상 최대의 원전 사고가 후쿠시마를 덮여 여전히 수습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해일, 원전 사고 그리고 지진. 눈에 보이는 자연의 맹위가 할퀸 흔적과 눈에 보이지 않는 방사능의 공포가 여전히 그곳에 도사리고 있습니다. 나는 아들을 잃은 상실감을 품은 채 2만 명에 가까운 희생자를 낸 현장으로 발길을 옮겨 그 황량한 풍경 속에 머물렀습니다 그리고 인간의 삶과 죽음에대해 끊임없이 생각했습니다.

 

비극은 희극보다 위대합니다. 인간의 죽음은 쓸데없는 잡담이나 억지스러운 이론, 소란스러움, 거창한 말들을 모두 봉쇄하기 때문이지요. 운명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는 것, 인간의 잘못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는 것, 시대의 병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는 것이 홀연히 삶을 죽음으로 변하게 만들 때 우리는 그저 침묵하고 숙연하게 옷깃을 여밀 수밖에 없습니다.
 
나를 덮친 비극과 동 일본을 덮친 비극. 나는 두 비극 속에서 일본 사회가 지금까지의 모습을 지우고 새롭게 태어나기를 꿈꾸었습니다. 시대의 피부 호흡은 침묵 속에서 새로운 호흡 방법과 새로운 공기를 바라고 있는 듯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 사랑할 것 - 강상중 :p 8~9 (한국 독자들에게 전하는 말 중에서)

 

 

 

나는 솔직히 옛날부터 강상중 작가님 프로필 사진을 볼 때마다 어쩐지 지명수배자 포스터를 떠올리며 혼자 씩 웃기도 하고, (죄송합니다;;) 성격 완전 칼 같으시겠다. 지레 짐작했었는데.

 

 

이 책을 읽다 보니 오. 의외로? 굉장히 사려 깊고, 인간적인 분이로구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옮긴이의 말에도 "이번에 마주한 강상중 선생의 글에는 특히 인간적인 면모가 많이 담겨 있습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참고로 이 책에 수록된 칼럼은 2007년 12월부터 2012년 11월에 걸쳐 일본의 아사히신문사에서 발행하는 잡지 <아에라(AERA)>에 발표한 것들인데. 칼럼이라고 어렵게 생각할 필요 전혀 없다. 아무리 길어봤자 3페이지를 넘기지 않는 짤막짤막한 글 모음이라 금방 읽히고, 살짝 어렵다 싶은 사회현상이나 큰 이슈도 본인의 진솔한 경험을 녹여 차분히 서술하고 있기 때문에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 (또 좀 어렵다 싶은건 패스하고, 재밌어 보이는 칼럼만 쏙쏙 뽑아 읽어도 물론 된다!) 

 

 

아직 나도 열심히 읽고 있는 중인데. (104쪽까지 읽었다.) 지금까지 읽은 내용중에 ㅇ 역시 종이책이 좋다 ㅇ 어떻게 되겠지를 특히 재미 있게 읽었고,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재미있어지려고 한다!! 나머지 이야기는 책 다 읽고 또 나누기로 하고, 오늘은 이만총총. 

 

 

리뷰 요약 : 칼럼이라고 어렵게 생각할 필요 전혀 없다. 아무리 길어봤자 3페이지를 넘기지 않는 짤막짤막한 글 모음이라 금방 읽힌다. 냉정한 분석과,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이미 많은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강상중의 지적인 매력과 인간적인 면모를 동시에 느껴 볼 수 있는 책이다.  

 

흑인지 백인지, 적인지 아군인지 둘로 나누려고만 한다면 다른 사람과 만날 수 없습니다. ‘저쪽편’이라고 생각했던 사람과 의외로 대화가 잘 통할 때도 있습니다. 사람은 흔들림 속에서 살아갑니다.
♣ 사랑할 것 - 강상중 :p 35


그러나 그렇게 50여 년을 고민하면서 살아온 느낌을 말한다면 고민과 마주하는 힘이 나를 많은 부분에서 강하게 만들어 주었다는 것입니다. 그 강함은 마초적인 것이 아니라 버드나무처럼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힘입니다. 즉 고민하는 것은 인생에 반드시 필요한 ‘힘’인 것이지요.
♣ 사랑할 것 - 강상중 :p 48

내가 어릴 때는 선택지가 없었기 때문에 ‘고민’보다 오히려 ‘불행’에 집중했습니다. 즉 빈곤이라든지 빈곤하기 때문에 드러나는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문제가 ‘고민’아닌 ‘불행’의 씨앗이었습니다. 그러나 시대는 풍요로워졌고 자유가 늘어났으며 마음속에 몇 가지 생각들을 담아 둘 수 있게 되어, 이제는 무엇을 선택할 때 고민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에는 불안이 동반됩니다. 그 불안은 사물의 ‘불확실성’에서 기인합니다. 앞날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불확실한 무엇인가에 인생을 걸어야 하는 위험과 불안. 생각해보면 이 불안은 우리가 젊었을 때보다 훨씬 더 큰 것 같습니다.
♣ 사랑할 것 - 강상중 :p 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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