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TV 피플 ㅣ 북스토리 재팬 클래식 플러스 1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스토리 / 201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더 좋아지는 무라카미 하루키 :)
나는 <TV 피플>을 2009년엔가? 읽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 개정판으로 다시 읽으니 완전 새로운 책 같더라. 헐; 이 단편 안에 이런 내용도 있었던가? 깜짝 놀라기를 여러 번.
방금 막 체크를 해봤더니 우리 집엔 하루키 책이 44권 정도 있는데 (구판, 개정판, 1권, 2권, 다 따로 치고 오로지 권수로만) 그중에서도 <TV 피플>은 솔직히 그다지 애착이 가지 않는 책이었다. 왜 그랬을까? 옛날에 끄적인 리뷰들 찾다 보니 (물론 못생긴 책 표지도 한몫을 했겠지만) "내용이 너무 무겁고 어둡다 예전에 읽었던 <도쿄기담집> 이랑 비슷한 느낌이긴 하지만 오히려 도쿄 기담집 쪽이 더 밝은 것 같다"고 적혀있던데,
이번에 다시 읽은 <TV 피플>은 그동안 내가 좋아하던 하루키 작품들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 들었지만 오히려 그래서 색다르고 신선하고 좋았달까? (하루키라면 뭔들 안 좋겠냐마는;) 총 6개의 단편이 하나같이 다 기묘하고, 야릇하고, 뭔가 으스스해서 소나기 오는 여름밤에 읽기 딱 좋겠단 생각도 들고. 흐흐흐.

가노 크레타, 좀비, 우리들 시대의 포크로어, 비행기, 잠, TV 피플
총 6개의 작품 중에 나는 <잠>이 제일 좋았는데, 며칠 전에 들었던 문학동네 팟캐스트에서 신형철님은 하루키 단편소설 베스트 7중 세 번째로 <우리들 시대의 포크로어>를 꼽으셨다. 팔랑귀인 나는 또 신형철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잠>보다는 <우리들 시대의 포크로어>가 제목도 더 있어 보이고 좋아 보이기도 했다가, 가만가만 다시 생각해 보니 표제작인 <TV 피플>도 오! 여기에 나오는 'TV 피플'이 먼 훗날 장편 소설 <1Q84>의 '리틀피플'이 되는 거구나 반갑기도 했다가, 제일 앞에 실려있는 <가노 크레타>는 또 묘하게 <태엽 감는 새>랑도 연결 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나는 <좀비> 빼고 다 억수로 재미있게 읽었다. (좀비는 아직도 뭔 소린지 이해가 안 된다;;)
마지막으로 내가 좋아하는 단편 <잠>에는 이런 내용이 나오는데.
"나는 첫 일주일 동안 <안나 카레니나>를 세 번 읽었다. 읽으면 읽을수록, 새로운 발견이 튀어나왔다. 그 장대한 소설은 수많은 발견과 수많은 수수께끼를 내포하고 있었다. 세공한 상자처럼, 세계 안에 조그만 세계가 있고, 그 조그만 세계 안에 또 조그만 세계가 있었다."
내게는 이 책이 그랬다. 읽으면 읽을수록, 새로운 것들이 툭툭툭 튀어나오는 기묘하고 신기한 요술 상자. (넓게는 세상 모든 책이 내게 그렇긴 하지만 하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