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영화포스터 커버 특별판)
줄리언 반스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땐 허세에 쩐 어린 것들이 늘어놓는 (그것도 여자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예측 불허한 남 학생들의) 번드르르한 헛소리 내지는 말장난 따위에 내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있나? 확 거부감이 일었었다. 그래서 겨우 50쪽 남짓 읽고 던져둔 이 책을 빨간 책방에서 다룬다고 했을 때는 헐;; 뭐지? 정말 의외였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우주최강 낚시 방송이라고도 불리는 빨책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1부를 듣자마자 나는 바로 당장 이 책을 꺼내서 다시 미친 듯이 읽고야 말았고, 이 책 띠지에도 적혀 있는 “마지막 페이지를 덮자마자 다시 읽을 수밖에 없는 책!”이라는 문구 그대로 홀리듯 나도 꼭 다시 읽어야 해! 했었는데. 불과 몇 달 전에 읽은 것만 같은 이 책을 1년여 만에 다시 읽고 있다. 미친년처럼 혼자 와! 쩐다! 리얼리? 헐;; 감탄에 감탄을 연발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진짜 대박이다 이 책!! ㅋㅋㅋㅋ

내가 읽었던 책은 1판 9쇄 발행 2012년 8월 5일 판이고. 지금 새로 읽는 책은 1판 20쇄 발행 2014년 7월 8일 판인데.

두 책을 아무리 눈 씻고 비교를 해봐도 토시 하나 틀리지 않는데 (낱낱이 파헤쳐 보면 그사이 약간 수정된 부분이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처음 읽었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와 지금 다시 읽는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는 완전 180도 달라져 있는 거다. 

 

솔직히 나는 이해력이 딸려서 처음 이 책을 완독했을 땐 그닥? 이었다. 혼란스럽기만 했던 반전에 반전은 도무지 이해가 안 돼서 읽었던 페이지를 몇 번이나 다시 또 봐도 도대체 뭐가 어디부터 잘못됐다는 건지 알 수가 없었고, 더 나아가서는 남들은 다 알아듣는 걸 나만 멍청해서 못 알아듣는 거 같아 짜증이 났고 욱한 마음에 더더욱 이 책은 별로.라고 땅땅땅 혼자 판결을 내렸었다. 그런데 어떻게 똑같은 책이? 볼 때마다 이리도 다른 책이 될 수가 있는지? 

 

 

 

뭐든 한번 꽂히면 유별나게 유난을 떨어야 직성이 풀리는 나는. 심지어 이 책이 1부, 2부로 나누어져 있었다는 사소한 틀까지도 깜짝! 놀라겠는 거다. 불과 몇 달 전에 읽은 거 같은데 나란 인간의 기억력이란....;; 하면서 말이다. 아닌 게 아니라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가 인간의 왜곡된 기억. 더 상세히 말하자면 세월의 흐름에 따라 제멋대로 왜곡되고, 자기 편할 대로 재해석 되고, 사정없이 변질되곤 하는. 도저히 믿을 게 못 되는 '기억'이다 보니. 더더욱! 다시 읽는 이 책이 위대해 보이는 거다. 정말 하찮은 내 말발로는 이루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ㅠㅠ  

 

 

솔직히 요즘 읽어야 될 책이 정말로 산처럼 쌓여 있어서, 전에도 읽었던 이 책 한 권쯤이야 주요 장면만 대충 뽑아서 다시 보면 몇 시간 이면 충분히 다 읽겠지? 살짝 얍삽한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웬걸! 한 번 읽기 시작하니까 도저히 제.대.로 다시 읽지 않고는 못 배기겠는 거다. 오! 어쩌자고 줄리언 반스는 이렇게도 글을 멋지게 잘 쓰는 건지? 예전엔 그저 허세에 쩐 헛소리라고만 생각했던 문장들도 다시 보니 완전 치밀하게 계산된 장치 같고, 사소한 말장난과 냉소까지도 모두 철학적 울림으로 되돌아오는 걸 보니 오. 나. 진짜. 줄리언 반스에 제대로 빠졌나 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이제 50쪽 남짓 남은 이 아까운 소설을 어서 냠냠 혼자 맛있게 읽고 싶어 미치겠다. 아 어떻게 마무리를 한담? ㅋㅋ

 

이미 결말을 알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왜? 왜? 왜? 계속해서 물음표를 던지게 만드는 이 대단한 책을. 아직 안 읽어보셨다면? 지금 당장! 혹시 누군가도 나처럼 한 번 읽었는데 별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면? 꼭 다시 한번 읽어 보라는 당부의 말씀을 남기며 우리의 친구 에이드리언이 자주 인용했던 말로 이글을 마칠까 한다. '역사는 부정확한 기억이 불충분한 문서와 만나는 지점에서 빚어지는 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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