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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린 1 - 사도세자 이선, 교룡으로 지다
최성현 지음 / 황금가지 / 2014년 4월
평점 :
이거 무슨, 역린 이야기를 할 때마다 울었단 얘기를 자랑처럼 하고 있는 것 같지만;; 울었다는 사실을 고백하는 것은 치부를 드러내는 일 같아서 난 좀 수치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그 얘길 빼고서는 도저히 리뷰가 진행 되질 않아서 몇 번을 지웠다 썼다 결국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진짜 오랜만에 책 읽으면서 눈물 콧물 다 짰다는 이야기부터 시작을 한다. 영화로 벌써 다 봤던 내용이라 에이, 다 아는 데~ 다 아는데~ 하면서도 자꾸만 눙무리났다. 상책의 다 터진 얼굴이 자꾸만 떠올랐고, 뒤주에 숨어서 울던 세손이 자꾸만 떠올랐고, 구덩이 속에서 짐승처럼 길러져야 했던 아이들의 얼굴이 자꾸만 떠올랐고, 늦게 내민 갑수의 보자기가 자꾸만 떠올랐고, 그렇게 자꾸 울먹거리다 보니 광백의 소름 끼치는 살기도 짐승처럼 번쩍이던 눈빛까지도 다 슬픈 거다. 도대체 무엇이 한 인간을 저런 괴물로 만들수 있는 것일까 싶은 게.. 그 당시의 온갖 부정부패와 탐욕으로 가득 찬 대신들의 모습이 지금 현재의 무능한 지도자와 관리들 모습과 겹쳐져 보여서 더 가슴이 답답하고 먹먹했다.

영화 역린을 보고 나서 와! 재밌다. 책으로도 한 번 읽어보고 싶다고 말했더니 꽃재만씨가 회사에서 빌려다 줬다. 그래서 읽고 있던 책도 다 던져놓고 역린부터 읽었다. 1권은 아직 사도세자가 살아있을 시점에서 인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영화에서 미처 보여주지 못 했던 뒷이야기까지 세세하게 나와서 정말 흥미진진했고, 2권은 영화에서처럼 시간의 흐름을 따라 이야기가 진행되는 구조였는데 초반엔 너무 영화 내용 그대로라 재미가 덜하다며 투덜거리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책이 훨씬 더 자세하고 대사 하나하나까지 명확해서 책으로 보는 역린도 충분히 재미졌다. 더구나 나는 영화부터 보고 책을 접하다 보니 현빈의 표정 하나하나, 조재현의 눈빛 하나하나가 생생하게 기억이 나서 정말로 실감 나게 술술술 읽혔다.
특히 영화 볼 때부터 완전 반해버렸던 중용 23장 페이지는 글로 읽으니 더더욱 멋졌고, "니레 이제 이백이십노미야. 알간?" 하던 광백의 평안도 사투리는 어찌나 착착 감기듯? 읽히던지 씬스틸러 광백은 또 언제 나오려나 기다려질 정도였다. 그리고 책 읽다 신이 나서 꽃재만씨한테 여보 그 장면 기억나? 하며 중간중간 이야기하던 중에 꽃재만씨가 아~ 그 갑동이 을동이? 라며 갑수 을수를 갑자기 개명시켜버려서 우리는 또 같이 얼마나 웃었는지!! 암튼, 영화도 책도 정말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끝으로 제일 인상 깊었던 중용 23장 바로 그 장면 옮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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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은 기본입니다. 옛말씀은 듣고 또 듣고 깨우치고 또 깨우쳐도 모자랍니다."
이산이 우뚝 멈춰 섰다. 심환지를 정면으로 응시했다.
"그 기본…… 얼마나 알고 있소?"
심환지가 멍해지더니 딱딱하게 굳었다. 불끈 움켜쥔 주먹이 떨렸다. 이산이 다시 걸음을 놓았다.
"나는 하도 들어서 사서오경을 다 외웠소. 그렇다면 그대들은 그 기본…… 머리에 얼마나 담고 있소?"
이산이 편전 안을 휘적휘적 돌기 시작했다.
"여기! 사서오경을 다 외우고 있는 자는 손을 드시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말이었다. 심환지와 노론 관리들은 임금의 말에 머리에 망치를 맞은 듯 멍해졌다.
"그대들이 그리 중히 여기는 옛 말씀을 그대들은 얼마나 듣고 또 듣고 깨우치고 또 깨우쳤는지! 다 외우고 있는 자는 손을 드시오."
이산이 심환지를 돌아보았다.
"경은 다 외우고 있소?"
심환지는 아무 말도 못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굴욕감으로 심환지가 떨었다. 울컥 솟아오르는 비분을 내리 눌러야 했다. 어찌할 수 없었다. 사서오경을 다 외우는 당인이 지금, 편전 안에 있던가.
"중용 스물세 번째 장을 아는 이는 손을 드시오." (중략)
"단 한 명이라도 책을 보지 않고 그 구절을 말할 수 있다면 내일 조강부턴 그대들의 경연을 듣겠소. 아무도 없소?"
침통함으로 심환지가 떨었다. 아무도 나서는 자가 없었다. (중략)
"정녕 없소?"
임금이 다시 물었다. 오늘 경연에 참가한 관리들은 들은 적이 있었다. 그들의 임금이 사서오경 구만구천사백팔십 글자를 모두 암송하고 있다는 소문. 함부로 나설 수가 없었다. 한 글자라도 틀릴 시에는 오늘의 경연은 악몽이 될 것이 뻔했다. 눈물이 나올 만큼 치욕적인 시간이 흐르자 임금이 환관 상책에게로 돌아섰다.
"상책은? 혹시 상책은 아는가?"
갑수는 심장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오늘 새벽 존현각에서의 그 수물세 번째 장. 노론 관리들의 따가운 시선이 한꺼번에 갑수에게로 향했다. 한참을 주춤거리던 갑수가 일어섰다. 갑수의 입에서 중용의 절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정성스럽게 되면 이내 겉에 배어나오고, 겉에 배어 나오면 이내 남을 감동시키고, 남을 감동시키면 이내 변하게 되고, 변하면 생육된다. 그러니 오직 세상에서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만물을 생육시킬 수 있는것이다."
갑수의 암송이 진행될수록 노론 관리들은 무력감으로 고개를 떨어뜨렸다. 심환지만이 갑수를 잡아먹을 듯 노려보았다. 암송이 끝나고 갑수가 소리 없이 다시 조아렸다.
"이것이 예기 중용 스물세 번째 장이옵니다."
♣ 역린 - 최성현 :p 2권 8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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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린> 영화와 책 둘중에 하나만 고르라면 나는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