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읽고 싶은 방 ♪ 사진 출처 http://gwity.blog.me/50193110797
♣ 이동진의 빨간책방 70회 오프닝 |
파도는 하루에 70만 번 뭍을 향해서 옵니다. 단단한 산호와 조개가 보드라운 모래가 되기까지 그 70만 번의 철썩임은 또 얼마나 오래 거듭되어야 할까요? 껍질을 짓기 위해서 굴은 자기 몸무게의 50만 배나 되는 바닷물을 몸을 통해서 흘려보내야 하구요, 1킬로그램의 꿀을 얻기 위해서 벌은 560만 송이의 꽃을 찾아다닌다고 합니다. 한 사람을 이루는 것, 그 사람이 이루는 것 다르지 않겠죠? 그만의 정체성이든 고유한 업적이든 그런 것은 그가 매일 반복하는 것들에 의해서 만들어집니다. 같은 행동을 반복해서 익히고, 그래서 익숙해진 버릇 같은 것. 불교에서는 그걸 '습'이라고 하죠. 이생에 익힌 습은 다음 생까지 이어진다고 하는데요, 그런데 연습, 습관, 습성 이런 말들에 붙는 이 '습'이라는 글자에는 익히고 배우고 되풀이하는 것뿐만 아니라 절룩거리면서 가는 모양이라는 뜻도 들어있다고 하네요? 우리는 오늘도 자신을 습작하는 서툰 예술가들인데요, 우스꽝스러운 희극처럼 보일 수도 있는 그 절룩거림이. 사실은 우리를 숭고하게 만들어주는 습이 아닐까요? 그리고 삶은 일필휘지가 아니라 작은 점으로 이루어진 점묘화에 가깝습니다. 안녕하세요 여기는 이동진의 빨간책방입니다.
♣ 이동진의 빨간책방 70회 오프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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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책 69회 70회 「책 임자를 만나다」 코너에서 다룬 책은
작가란 무엇인가 - 무라카미 하루키 외 ㅣ 다른 ㅣ 인문학 > 작가론ㅣ 반양장본 | 495쪽 | 218*140mm |
흐아아아 ㅠㅠ 작가란 무엇인가! 정말정말 나도 읽고 싶어 찜해 놓은 책인데, 빨책에서 이렇게 다루고 있으니 어찌나 사고 싶던지 (읽고 싶은 이 아니고 사고 싶은에 방점이;; 있다는 게 문제긴 하지만) 어쨌든, 그렇게 불타는 지름신을 억지로 잠재우고 있는데 지금 출판사에서 <작가란 무엇인가 2권>도 준비하고 있다는 말에 어차피 계속 나올 시리즈 면 천천히 구매해도 되겠구나;; 그리고 인터넷 서점 패턴상 2권 나오면 혹시나 1권은 세일할 수도 있으니까?
여튼, 책 안 읽고 들어도 너무너무 재미있는 빨책 <작가란 무엇인가>편은 벌써 나 3번 넘게 듣고 있음.
■ 세리가 만난 사람에서 소개해준 책은
<내일도 출근하는 딸에게 - 유인경> ㅣ위즈덤경향ㅣ한국에세이ㅣ반양장본 | 264쪽 | 210*150mm |
오! 이 책 위즈덤하우스 퍼플소셜 평가단 급미션 책이었는데 ㅠㅠㅠㅠ 그때 나도 신청해서 볼 걸 ㅠㅠ 나는 집에서 놀고먹는 백수라 이런 책은 나한텐 해당 없겠다 싶었는데 웬걸? 작가님 목소리 직접 들으니까, 굉장히 여자로서 힘이 나고, 꼭 직장에서뿐 아니라 살면서 필요한 여러 가지 팁들을 엄마의 마음으로 선배의 마음으로 일러주시는 게 굉장히 인상적였다. 나중에 기회 되면 나도 읽어봐야지!
■ 클로징에서 읽어주신 시는 <관념 - 이준규 >
반복 - 이준규 ㅣ 문학동네 ㅣ 한국시 ㅣ 반양장본 | 104쪽 | 224*130mm
♣ 관념 - 이준규 |
관념은 조금 빈 잔이고 모서리가 있다. 모든 관념은 딱딱한 모서리를 가진다.
바람은 불었다. 언덕은 부드럽게 무너진다.
나는 언덕 아래로 내려가 언덕 위를 바라보는 하나의 뚜렷한 관념이었다.
관념은 두부 같고 관념은 두부를 찍어 먹는 간장 같아서 나는 조랑말을 끌고 산을 넘었다.
만두가 있을 것이다. 관념적인 만두. 봄이다. 강은 향기롭다.
봄이고 강은 향기롭고 흥머리오리는 아직 강을 떠나지 않는다.
흰죽지도 그렇다. 물 위엔 거룻배. 하늘엔 헬리콥터. 그것은 모두 사라진다.
관념적인 동그라미와 함께. 어떤 연인들처럼. 비처럼. 눈물처럼. 봄은 향기롭다.
나는 길을 갔다. 어려운 네모와 함께. 아네모네를 물고. 너를 향하여. 언제나 그윽한 너를 향하여. 너의 잔을 마시러.
나는 길을 떠난다. 마른 것. 떨어지는 것. 그것처럼. 더는 없었다.
네모는 구름. 관념은 조금 빈 잔이고 모서리가 있다. 닳고 있다.
♣ 이동진의 빨간책방 70회 클로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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