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고 싶은 방 : 사진 출처 http://gwity.blog.me/50191596611)

 

미당을 찾아온 동리가 간밤에 지었다는 시를 한 수 낭송합니다. "벙어리도 꽃이 피면 우는 것을." 미당이 무릎을 치면서 그 구절을 세 번이나 되뇝니다.  "벙어리도 꽃이 피면 우는 것을이라.. 내 자네를 시인으로 인정하겠네." 듣고 있던 동리가 손을 저으면서 반박  합니다. "꽃이 피면이 아니라 꼬집히면 운다." 였다고 말입니다. 서정주 시인과 소설가 김동리 사이에 굉장히 유명한 일화죠. 소설가는 벙어리도 꼬집히면 운다고 쓰고 시인은 그것을 벙어리도 꽃이 피면 운다라고 잘못 듣고서 탄복합니다. 자. 어느 쪽이 더 아름다운가요?   

 

생각지 못 했던 오타. 또는 오독 때문에 일상이 갑자기 경쾌해지기도 합니다. 문자메시지만 해도 그렇죠? 오역 때문에 오히려 생각지 못 했던 의미를 거느리게 되는 문장도 있는데요. 사람들은 이렇게 자기가 보고 싶은 걸 보고, 듣고 싶은 것을 듣는다고 하죠. 그렇다면 과연 타인에 대한 이해라는 것은 가능할까? 어차피 얼마간은 오해이거나 오독일 수밖에 없다면 미당의 경우처럼 좀 창조적인 오독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그때에도 여전히 중요한 것은 삶의 문맥을 읽으려는 노력일 테구요. 안녕하세요 여기는 이동진의 빨간 책방입니다.

 

♣ 이동진의 빨간책방 68회 오프닝 

  

 

서정주 시인과 소설가 김동리의 일화를 몰랐던 일인으로 68회 오프닝은 특히 더 좋았다.  

소설가는 벙어리도 꼬집히면 운다.라 쓰고 시인은 그것을 꽃이 피면 운다.라 잘못 듣고, 

그런데 나도 동진작가님이 읽어 주셨을 때 꽃이 피면 운다로 들었다는 ㅎㅎㅎㅎ

 

 

 

■ 빨책 67회 68회 「책 임자를 만나다」 코너에서 다룬 책은 

 

<속죄 - 이언 매큐언> ㅣ 영미소설 ㅣ 반양장본 | 528쪽 | 223*152mm (A5신) 

속죄 1부에서 김중혁 작가님께서는 이 책을 읽으면서 일종의 배신감을 느꼈다고 하셨는데, 이유인즉슨 "아니, 친구들이 어떻게? 나만 빼고 이렇게 재미있는 책을 읽을 수 있느냐며! 이렇게 재미있는 책이 있다면 진작 자신에게도 읽어보라 권해줬어야 하지 않느냐" 고……. 팔랑귀인 나는 그 말에 제대로 낚여서 당장 <속죄>를 주문해버렸을 정도였는데.

 

그런데 막상 우리 집에 도착한 <속죄>는 두울증(두꺼운책 울렁증)이 있는 내가 읽기엔 너무 두껍고,

행간마저도 왜 그렇게 촘촘하고 빡빡하던지 으엉엉 ㅠㅠㅠㅠ 지난 포스팅에도 썼던 것처럼 ㅋㅋ

(속죄로 시작해서 속죄로 끝나는 하루, 이틀, 삼일...  ☞ http://pinky2833.blog.me/207391005)

결국... 작심삼일로 끝나고 ㅋㅋ 지금은 안구정화와 마음의 안정을 위해 얇고 가벼운 책,을 또 기웃거리고 있긴 하지만;; 아직 끝난게 아니라.. 곧 다시 기운차려서 속죄 마저 읽어야지? 읽을 수 있겠지? 읽을 수 있을거야 ㅠㅠ

 

 

 

 

■ 세리가 만난 사람에서 소개해준 책은

  

<인생내공 - 이시형, 이희수> ㅣ 자기계발>성공학 ㅣ 반양장본 | 316쪽 | 215*150mm

으아니. 이 책은 나도 읽고 리뷰까지 썼던 책이라 더 반가웠는데 솔직히 이희수 박사님 목소리는 조금 깨더라;;; 

인생내공 리뷰는 ☞ http://pinky2833.blog.me/204759826

 

 

■ 소리나는 책에서 읽어주신 책은, 책임자 코너에서 다루었던  『속죄』였고.

 

 

■ 클로징에서 읽어주신 시는 <문태준, 그늘의 발달 중에서>

  

 

백년 / 문태준

와병 중인 당신을 두고 어두운 술집에 와 빈 의자처럼 쓸쓸히 술을 마셨네
내가 그대에게 하는 말은 다 건네지 못한 후략의 말
그제는 하얀 앵두꽃이 와 내 곁에서 지고
오늘은 왕버들이 한 이랑 한 이랑의 새잎을 들고 푸르게 공중을 흔들어 보였네
단골 술집에 와 오늘 우연히 시렁에 쌓인 베개들을 올려보았네
연지처럼 붉은 실로 꼼꼼하게 바느질해놓은 百年이라는 글씨
저 百年을 함께 베고 살다 간 사랑은 누구였을까
병이 오고, 끙끙 앓고, 붉은 알몸으로 뜨겁게 껴안자던 百年
등을 대고 나란히 눕던, 당신의 등을 쓰다듬던 그 百年이라는 말
강물처럼 누워 서로서로 흘러가자던 百年이라는 말
와병 중인 당신을 두고 어두운 술집에 와 하루를 울었네

- 문태준, 『그늘의 발달』(문학과지성사, 2008)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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