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문학동네 팟캐스트를 듣는데 클로징에서 너무너무너무 멋진 시를 낭독해주는 게 아닌가?
헐!! 뭐 이렇게? 멋진 글이 다 있나?? 듣자마자 나는 “반했나이다~!!!” 하고 말았는데..
다시 돌려 듣기를 하니. 시가 아니고, 아직 책으로는 묶여있지 않은 글이라고 했다.
“이런 표현이 어떨지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읽은 가장 아름다운 유언 중에 하나”라고 신형철 평론가님은 말씀하셨는데..
듣고 있자니 눈물이 핑 - 도는 게, 아 ㅠㅠ 너무 감동 ㅠㅠㅠ
유언장 - 권정생
내가 죽은 뒤에 다음 세 사람에게 부탁하노라.
1. 최완택 목사 민들레 교회
이 사람은 술을 마시고 돼지 죽통에 오줌을 눈 적은 있지만 심성이 착한 사람이다.
2. 정호경 신부 봉화군 영호면 비나리
이 사람은 잔소리가 심하지만 신부이고 정직하기 때문에 믿을만하다.
3. 박연철 변호사
이 사람은 민주 변호사로 알려졌지만 어려운 사람과 함께 살려고 애쓰는 보통 사람이다.
우리 집에도 두세 번쯤 다녀갔다.
나는 대접 한번 못 했다.
위 세 사람은 내가 쓴 모든 저작물을 함께 잘 관리해 주기를 바란다. 내가 쓴 모든 책은 주로 어린이들이 사서 읽는 것이니 여기서 나오는 인세를 어린이에게 되돌려 주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만약에 관리하기 귀찮으면 한겨레 신문사에서 하고 있는 남북 어린이 어깨동무에 맡기면 된다. 맡겨 놓고 뒤에서 보살피면 될 것이다.
유언장이란 것은 아주 훌륭한 사람만 쓰는 줄 알았는데 나 같은 사람도 이렇게 유언을. 한다는 게 쑥스럽다. 앞으로 언제 죽을지는 모르지만 좀 낭만적으로 죽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나도 전에 우리 집 개가 죽었을 때처럼 헐떡 헐떡 거리다가 숨이 꼴깍 넘어가겠지. 눈은 감은 듯, 뜬 듯하고 입은 멍청하게 반쯤 벌리고 바보같이 죽을 것이다. 요즘 와서 화를 잘 내는 걸 보니 천사처럼 죽는 것은 글렀다고 본다. 그러니 숨이 지는대로 화장을 해서 여기저기 뿌려 주기 바란다. 유언장치고는 형식도 제대로 못 갖추고 횡설수설했지만 이건 나 권정생이 쓴 것이 분명하다.
죽으면 아픈 것도 슬픈 것도 외로운 것도 끝이다. 웃는 것도 화내는 것도, 그러니 용감하게 죽겠다. 만약에 죽은 뒤 다시 환생을 할 수 있다면 건강한 남자로 태어나고 싶다. 태어나서 25살 때 22살이나 23살쯤 되는 아가씨와 연애를 하고 싶다. 벌벌 떨지 않고 잘 할 것이다. 하지만 다시 환생을 했을 때도 세상엔 얼간이 같은 폭군 지도자가 있을 테고 여전히 전쟁을 할지 모른다. 그렇다면 환생은 생각해봐서 그만 둘 수도 있다.
2005년 5월 1일
쓴 사람 권정생
이미지 출처 : http://blog.naver.com/rkt0328/150166587239
무식한 나는 ㅠ 이토록 좋은 권정생 선생님의 작품을 아직 한 번도 읽어보질 못했는데, 아!! 몽실언니 작가님이셨구나. (몽실언니 제목은 정말 많이 들어 봤는데 말이다!) 솔직히 나는 세상의 때가 너무 많이 묻어버려서 순수의 시대는 이미 오래전에 졸업했다고 보는 사람이라.. 아동문학 청소년 문학을 읽고 감동을 받는다는 게 너무 가식 같이 여겨지고, 아무리 이해하는척 해보려해도 나는 그닥;;;; 뭐 그런 입장이 되어버리는데, 다시 순수를 찾고 동심을 찾기 위해서? 사람들은 아이를 낳고 그 막중한 책임과 의무를 짊어지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잠깐 들고,
아무튼 그런 나였는데 ㅋㅋ 당장 몽실언니부터 사야 하나? 싶고 막 ㅋㅋㅋㅋ
몽실언니 - 권정생 (지은이) | 이철수 (그림) / 국내창작동화
반양장본 | 296쪽 | 225*152mm | 창비 2013년 2월 버전은 9,000원이고,
창비아동문고 14 2012년 4월 버전은 7,000원 / 반양장본 | 300쪽 | 223*152mm (A5신)
그리고 <강아지똥>도 재밌겠다!!
정호경 신부님,
마지막 글입니다.
제가 숨이 지거든 각각 적어 놓은 대로 부탁드립니다. 제 시체는 아랫마을 이태희 군에게 맡겨 주십시오. 화장해서 해찬이와 함께 뒷산에 뿌려 달라고 해 주십시오. 지금 너무 고통스럽습니다. 3월 12일부터 갑자기 콩팥에서 피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뭉퉁한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계속되었습니다. 지난날에도 가끔 피고름이 쏟아지고 늘 고통스러웠지만 이번에는 아주 다릅니다. 1초도 참기 힘들어 끝이 났으면 싶은데 그것도 마음대로 안됩니다. 모두한테 미안하고 죄송합니다. 하느님께 기도해 주세요. 제발 이 세상 너무도 아름다운 세상에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일은 없게 해달라고요. 재작년 어린이날 몇 자 적어놓은 글이 있으니 참고해주세요. 제 예금 통장 다 정리되면 나머지는 북쪽 굶주리는 아이들에게 보내 주세요. 제발 그만 싸우고, 그만 미워하고 따뜻하게 통일이 되어 함께 살도록 해주십시오.
중동, 아프리카, 그리고 티벳 아이들은 앞으로 어떻게 하지요, 기도 많이 해 주세요. 안녕히 계십시오.
2007년 3월 31일 오후 6시 10분
권정생
권정생 선생이 돌아가시고 난 뒤 조탑동 사람들은 세 번 크게 놀랐습니다. 하나. 혼자 사는 외로운 노인인 줄 알았는데 전국에서 수많은 조문객이 찾아와 눈물을 펑펑 쏟으며 우는 것을 보고 놀랐고, 둘. 병으로 고생하며 겨우 겨우 하루를 살아가는 불쌍한 노인으로 알았는데 년 간 수 천만원의 인세 수입이 있었다는 사실에 놀랐고, 셋. 그렇게 생긴 수입을 자기를 위해서는 거의 쓰지 않고 모은 10 억원과 앞으로 생길 수입을 몽땅 굶주리는 남북한 어린이를 위하여 써 달라고 조목조목 유언장에 밝혀 놓은 걸 보고 놀랐다고 합니다.
△ 위에 기사는 여기저기 검색하다가 만났는데.
아! 정말 ㅠㅠㅠ 세상에 이렇게 훌륭하신 분이 있다니 나까지 덩달아 마음이 뜨거워진다.
나도 오늘부터라도 조금은 더 착한 사람이 되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