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지켜낸다는 것 - 칭화대 10년 연속 최고의 명강, 수신의 길
팡차오후이 지음, 박찬철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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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지켜낸다는 것>이라니!! 이런 책 제목 참 좋지 않나? 더구나 자기 계발서인데 말이다.

제목이 좋아서 오! 굿굿! 혼자 속으로 외쳤는데. 막상 책을 받아보니 아. 이런.. 

공자왈 맹자왈 하는, 온통 한문 가득한 어려운 책인 거다. ㅠㅠ

그래도 요즘 들어서는 나도 나이가 나인만큼? <논어> <맹자> 같은 책들도 한 번쯤 도전을 해볼까? 하던 차였는데..

그래도 막상 실물로 보니 겁부터 덜컥 났다.  

 

 

 

첫인상부터 어렵겠다! 안 읽히겠다 하고 앉아있으니 더더욱 읽기 싫고 그래서 그런지 제법 널널한 행간인데도 불구하고 어찌나 촘촘하고, 빡빡한 느낌이 들던지! 첫 페이지 넘기기가 정말 힘이 들었다.

 

그런데 어랏, 이런 책도 읽다 보니 제법 읽을만한데? 싶어지는 거다. 

읽기 쉽고 눈에 쏙쏙 박히는 요즘 책들만 줄곧 읽다가 이런 (남들 눈엔 무진장 어려워 보일 것 같은?) 책을 내가 읽고 있다는 기분도 제법 폼이 나고 괜찮은 거다! 

 

 

   

어떤 책인지? 책 소개부터 잠깐 보고 가자.

한 외국인이 한국의 야경이 매우 아름답다는 이야기를 하자, 누군가 저 불빛은 야경이 아니라 야근이라는 말을 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한국사회는 한마디로 피로사회이다. 누구보다 먼저 출근하고, 밤을 새워 일을 하며, 끝도 없이 상향되는 업무 목표를 갱신해내야 능력 있는 인간으로 평가받는다. 이러한 평가를 받기 위해 이 사회의 모든 개인은 끝없이 자신을 소모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 각 자치단체의 1등이 아니고는 입학할 수 없다는 명문 칭화대에서 지난 10년 동안 가장 인기 있었던 강의가 다름 아닌 〈유가경전입문儒家典導讀〉이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나를 지켜낸다는 것》(위즈덤하우스 刊)은 저자가 2000년대 초반부터 10년 동안 강의했던 칭화대 인문 강의 〈유가경전입문〉을 정리한 책으로, 가장 오래된 자기계발의 코드라고 할 수 있는 수신修身에 대해 유가의 선인들이 성찰한 아홉 가지 덕목을 소개한 책이다.

♣ 출판사 제공 책소개 중에서  

 

청와대가 아니고 칭화대! 칭화대가 세계 50위안에 드는 중국의 명문대라는 거 나는 처음 알았는데;; 

크게 심호흡을 하고 넘긴 첫 페이지는 이렇게 시작이 된다.

 

30대에 갓 접어든 A씨는 신문사에서 일한다. 전국에서 손꼽히는 언론 매체에서 기사를 쓰고 있는 그는 자신이 엘리트 집단의 일원이라고 생각한다.

“2년 좀 넘게 일하고 있는데 두렵고 불안한 마음이 가시질 않아요. 두렵다고 느끼면 형광등, 스탠드, 욕실 등 심지어는 어항등까지 집안의 불이란 불은 다 켜요. 흐린 날에는 극도로 민감해져서 계속해서 짜증을 내기도 하고, 모든 이야기를 다 털어 놓고 싶어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거나 이메일을 쓰기도 해요. 그런 이유 때문인지 때려 부수고 싸우는 전자오락을 좋아해요. 한 번 하는 데 100위안(한화 1만 7,000원)이 넘게 들지만, 마지막 판까지 깨고 나면 속이 다 시원해져요. 하지만 지면 짜증이 나죠. 짜증이 나면 우걱우걱 아이스크림을 먹거나 스피디하게 차를 몰아요. 급커브를 돌거나 후진해서 한 번에 주차라인에 들어가면 스트레스가 풀려요. 안 그러면 누군가를 잡아서 크게 한판 싸우고 싶거든요. 결국 가장 크게 피해를 보는 건 제일 가까이에 있는 가족이에요. 아내 말이에요.” 

- 중국 최대 주간지 <남방주말>의 2005년 기사

(중략)  

 

우리 모두가 A씨와 같은 심각한 증세를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바쁜 업무 시간이 지난 후 갑자기 멍해지며 자아를 잃어버린 듯한 느낌을 받은 적은 없습니까? 너무 오랜 기간 동안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한 생활에 파묻혀 번잡한 잡무로부터 헤어날 수 없다고 느낀 적은 없습니까? 장기간 맹목적으로 세속의 조류를 쫓아다니다가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불편함과 불안감을 느낀 적은 없습니까? 깊은 밤, 잠에서 깨어나 자신이 너무 맹목적이고 피동적으로 살고 있다고 깨달은 적은 없습니까? 나아가 우리의 일생이 이렇게 그럭저럭 사는 것으로 결정이 나 버린 것은 아닐까 불안해한 적은 없습니까? 이것이 정말 우리가 원했던 생활입니까? 고작 오늘이 이 현실이 자나깨나 갈망해 오던 이상의 결과인 것입니까? 설마하니 젊은 날 호기롭게 꿈꾸었던 미래는 한낱 허상이 되고 만 것일까요?

♣ 나를 지켜낸다는 것 - 핑차오후이 :p 17~18

 

우선, 생각보다 책 내용 되게 쉽지 않은가! 에이 괜히 쫄았잖아? 하는 마음이 제일 먼저 들었다.

 

아무튼 이 책은 A씨의 고민같이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고민을 바탕에 깔고. 그렇다면 과연 우리가 어떻게 하면? 인생의 오묘한 이치를 통찰하며 운명의 깨우침을 얻을 수 있을런지를 일깨워주는 유가경전 입문서라고 하는데. <채근담> <격언련벽> <명심보감> 등의 여러 서적을 참고 인용하며 친절하게 뜻 풀이를 해주고, 이런 가르침을 일상에서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까지 알려주는 아주 친절한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우리가 생활 속의 1분, 1초를 즐겁게 누려야 하는 이유는, 인생이란 것이 본래 무수한 일상의 순간들로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입니다. 출근할 때나 길을 건너는 매 순간이 다른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모두 삶의 풍경이고 생명 속에서 고동치는 음표임을 인식하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누려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바쁘게 살아가는 이유는 주로 마음에 걱정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느긋하게 일을 처리할 시간을 줄여 그 시간에 더 중요한 일을 처리해야 한다고 강박을 느끼는 데에는 중요한 오류가 있습니다. 그러한 생각에 사로잡히게 되면 하나의 일을 끝내는 동시에 또다시 더 중요한 일을 처리해야 한다고 느끼게 되고, 연이은 일에 파묻혀 자신을 잊게 되고 말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결국 인생은 어느 단계에서나 현재를 다른 더 중요한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나 도구로만 여기게 될 것이고 어떠한 순간에도 과정을 즐겁게 누릴 수가 없게 되는 것입니다.

♣ 나를 지켜낸다는 것 - 핑차오후이 :p 50

 

아무래도 이런 책은 빨리빨리 후딱 - 읽어버릴 수 있는 책은 아니라서 책 읽는 속도는 더디기 짝이 없지만;;  

오래오래 마음에 새기고 싶은 멋진 가르침들이 많아서 밑줄 긋는 재미도 쏠쏠했고.  

맹자, 장자만 찾는 게 아니라 틈틈이 프로이트, 나폴레옹 얘기도 나와서 읽으면서 무척 반가웠다는 이야기도 꼭 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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