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밀하게 말해 사람들이 책을 권할 때, 아무나 마음대로 보라고 자신의 영혼을 열어젖히는 것은 아니다.
우연찮게 읽은 이 문장에 반해서 나는 이 책이 너무너무 읽고 싶어졌었다. 저 문장 전후로 나오는 이야기도 아주 꼭 내 마음과 같아서 어떻게 이런 생각들을 이렇게 멋지게 글로 옮길 수 있는 거지? 감탄하며 읽었는데 내가 막상 읽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얼마나 멋진 책 이야기들과 얼마나 멋진 문장들이 가득가득하던지 ㅋㅋ
△ 알록달록 포스트잇 플래그를 이만큼이나 붙이며 정말 신 나게 읽었다.
사실. 이 책은 지난달에 읽은 책인데. 지난달 책 달력을 올릴 때만 해도 나는 이 책에 좀 삐쳐있어서 별점을 세 개 반 밖에 주지 않았었는데 한 달이 넘은 지금 다시 펼쳐보니. 아니? 내가 이렇게 옹졸한 인간이었구나! 싶은 게 지난번에 내가 했던 말들은 다시 다 주워 담고 싶어졌다.;;
<혼자 책 읽는 시간>은 독서 에세이다.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하신 미국 아줌마의 독서일기라고도 할 수 있겠는데..
일단 책날개에 저자 소개부터 나는 너무 인상 깊었는데
여름이면 가족 모두가 둘러앉아 추리소설을 읽는 집에서 태어났다. 어머니가 읽어주는 아서 왕과 원탁 기사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금이 간 천장을 올려다보기를 좋아했다. (중략)
익숙한 일상을 이어가던 40대 중반, 언니가 세상을 떠난다. 슬픔을 잊으려고 3년간 방황했지만, 치유되지 못한 상처는 불쑥불쑥 찾아왔다. 그러던 어느 날, 400쪽이 넘는《드라큘라》를 하루 만에 읽고, 처음으로 편안하게 잠이 들었다. 하루에 한 권씩 책을 읽고, 블로그에 서평을 올리는 ‘마법 같은 독서의 한 해’를 시작하게 된 계기다. 2008년부터 진행된 이 프로젝트는 미국 전역의 독서광들의 입소문을 타고, 〈뉴욕타임즈〉에 ‘The 365 Project’로 소개되는 등 화제가 되었다.
♣ 혼자 책 읽는 시간 - 책날개에서
여름이면 가족 모두가 둘러앉아 추리소설을 읽는 집에서 태어났다라니!! 이렇게 명랑하고 포근한 저자 소개는 처음 본다. 모두 둘러앉아 저마다의 책을 붙들고 독서삼매경이라니! 그 풍경이 눈에 선해서 나는 얼굴도 모르는 미국 아줌마가 무작정 어찌나 부럽던지!! 왜 우리 집엔? 내 주변엔 이렇게도 책 읽는 사람이 안 보이는지? 상대적 박탈감에 눙무리 다 날 지경이었다. ㅠㅠ
다시 책 소개로 넘어가서
평범한 일상을 살던 그녀가 친 언니의 죽음을 겪고 상실감에 너무 힘든 삼 년을 보내다 어느 날 커다란 결심을 하게 되는데
그게 바로 하루에 한 권씩 책을 읽고, 블로그에 서평을 올리는 일이다.
나는 독서를 하나의 규율로 정해두려고 한다. 독서에는 즐거움도 있는 줄은 알지만, 그래도 스스로를 어떤 일정에 맞출 필요가 있다. 그렇게 몰두하지 않으면 삶의 다른 부분들이 슬금슬금 침범해 들어와 시간을 훔쳐 가버릴 수 있다. 읽고 싶은 만큼 읽지 못할 수도 있고, 필요한 만큼 충분히 읽지 못할 수도 있다. 책을 우선순위로 두지 않으면 도피는 불가능하다. 청소해야 할 먼지라든가 개켜야 할 옷은 언제나 있게 마련이다. 우유도 사야 하고 저녁식사도 마련해야 하며 설거지도 해야 한다. 하지만 1년 동안은 그런 일이 절대로 나를 방해하지 못한다. 나는 1년 동안 달리지도 않고 계획도 세우지 않고 가족도 돌보지 않으려고 한다. 1년 동안 ‘……하지 않기’를 하려 한다. 걱정하지 않기, 규제하지 않기, 돈을 벌지 않기. 물론 우리 가족은 다른 수입원을 가질 수도 있지만, 워낙 오랫동안 한 사람의 수입으로만 살아왔으니 한 해 더 그렇게 해도 괜찮을 것이다. 가외의 지출을 뒤로 미루고 지금 가진 것으로 지낼 것이다.
♣ 혼자 책 읽는 시간 - 니나 상코비치 :p 43
매일 하루 한 권씩 책을 읽고, 꼬박꼬박 서평까지 남긴다니!! 이것이 얼마나 어마무시한 계획인지? 어쩌다 가끔, 겨우 서평 하나, 쓰느라 머리를 쥐어 뜯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너무나 잘 알 것이다.
아무튼 존경하는 니나 상코비치 여사님께서는 이 프로젝트를 멋지게 실행에 옮기는데! 진짜 인간 승리가 따로 없다는 ㅎㅎㅎ
다만 이 책 읽으면서 아쉬웠던건 언니 이야기가 너무 많이 나온다는 거. 일일이 세어보진 못했지만 넉넉잡아 이백만 번은 나오는 듯!
나는 아직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경험해 본 적이 없어서. 무작정 무척 힘들 것이라 짐작은 되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뼛속 깊이 공감되지는 않아서 ㅠㅠ 제발 언니 이야기는 이제 그만! 외치고 싶은 지점이 몇 번 있긴 했지만, 이렇게 리얼하고 재미있는 독서 에세이가 다 있나? 싶을 만큼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밑줄 그은 부분이 너무 많아서 ㅋㅋ 어떤 문장을 마지막으로 옮길까? 한참을 고민하다 지금 막,
확!!! 꽂히는 문장을 찾았다.
고등학교 시절에 나는 책에서 인용한 좋은 구절을 적는 일기장을 쓰기 시작했다. 그 일기의 용도는 금고였다. 사랑하는 작가들이 내 귀에 속삭여주는 말을 간직하고 싶었고, 그런 말을 다시 들을 필요가 있을 때를 대비하여 저장하고 싶었다. 처음 읽었을 때 받은 영감만큼, 나중에 필요할 때 그 말을 다시 들으면 영감의 불꽃을 다시 켤 수 있을 것이다. 그때 나는 말을 따라감으로써 더 강인하고 현명하고 더 용감해지고 더 친절해지기를 바란 것이다. 일기장에 간직해둔 인용문들은 힘든 일을 만났을 때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지침이자 증거였다.
♣ 혼자 책 읽는 시간 - 니나 상코비치 :p 143~144
어머~ 나도 고등학교 때부터 좋은 구절 책 노트에 적기 시작했고, 지금도 책 읽다가 좋은 구절과 마주하게 되면 블로그에, 책 노트에 옮겨 적기 바쁜 사람이라 손뼉 치면서 읽었던 부분이다.
이렇듯, <혼자 책 읽는 시간>은 책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책 이야기로 가득해서!
상큼한 독서 자극이 필요한 사람에겐 더없이 고마울 책이 될것 같고 그리고 좋은 책소개는 또 얼마나 많이 해주는지??
나도 따라 읽고 싶어 메모해둔 제목만 20개가 넘는다. 어쩐지 막 부자 같고 든든하다. 히히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