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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내공 - 내일을 당당하게
이시형.이희수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2월
평점 :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자기 계발서? 정도로만 알고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래서 첨엔 솔직히 에잉 뭔 꼰대 같은 소리만 자꾸 나오나 싶었는데 끈기를 가지고 몇 페이지 더 넘기다 보니 <인생 내공>이라는 책 제목이 거저 붙은 건 아니구나 싶어졌다. 책 읽다가 갑자기 궁금해져서 이시형 박사님 프로필을 검색해봤더니 우와, 1934년생이셔서 깜짝 놀랐고. 더더욱 한 말씀 한 말씀이 애틋하게 다가왔다.
뇌과학과 문화인류학을 대표하는 이시형 박사와 이희수 교수의 저서. 이 책에는 우리가 살아가야 할 ‘내일’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한 내용이 담겨 있다.
흔히들 ‘내일’을 두려워하며 나이 드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지만, 전혀 그렇게 생각할 일이 아니다. 나이 먹은 뇌는 나잇값을 하기 때문에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분명히 알고, 되는 것과 안 되는 것,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높아진다. 과거의 실패와 성공을 경험함으로써 쌓인 상당한 연륜으로 가능한 일이다. 물론 다 좋아지는 것은 아니지만, 대개는 참을성도 생기고 이해력도 높아지는 게 나이의 힘이다.
♣ 인생 내공 - 이시형, 이희수 :p 책소개 중에서
이시형 박사님 책은 아직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는 거 같은데, 어디서 봤더라? 한참 생각해보니 몇 해 전 아주 재미있게 읽었던 <행복의 조건> 감수의 글에서 만나 뵌 적 있었구나! 그리고 이희수 교수님도 상당히 유명하신 분인 줄만 알고 있는데 이 책 읽고 나니까 이상하게 친근감이 들어서 <이희수 교수의 이슬람>이라는 책도 위시리스트에 담아두었다.
첫 번째 챕터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나는 대중강연에서 이런 질문을 한다.
"당신은 80세 생일날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 것 같습니까?"
네?"
깜짝 놀란다. 무슨 소리인지 말귀도 못 알아듣는다. 딱하다. 가령 "나는 마누라하고 양평의 30평쯤 되는 밭을 일구며 전원생활을 하고 있을 겁니다." 이 정도의 비전은 있어야 할 게 아닌가. 80세 생일이라니? 상상도 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이제 80세를 넘어 100세다. 당신은 100세 생일날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이게 이 책의 주제요 논지다. 우리가 도달한 결론은 이렇다.
<100세 인생의 다섯 가지 목표>
첫째, 100세까지 내 발로 걸어 다닐 수 있어야 되고
둘째, 100세까지 치매에 안 걸려야 되고
셋째, 100세까지 현역으로 뛸 수 있어야 되고
넷째, 100세까지 병원에 안 가도 되는 사람이어야 되고
다섯째, 100세까지 우아하고 섹시하고 멋있게 살아야 된다.
♣ 인생 내공 - 이시형, 이희수 :p 18
100세라니 너무 먼 이야기 같다고 대충 읽어 넘길 수도 있겠지만. 맨날 20대이기만 할 줄 알았던 내가 벌써 삼십 대가 되었고 또 사십 대가 되어가고 있으니 80세 생일도, 100세 생일도 정말 멀기만 한 이야기가 아닌 것이다. 흑흑. 그러니까, 더더욱 이런 책 읽으면서 인생 내공을 쌓아야 되는 거라는 생각도 들고..
암튼, 잘 읽히고, 유익하고 다 좋은데 굳이 단점을 꼽아보라면. 어디까지가 이시형 박사님이 쓴 글이고? 어디부터가 이희수 교수님이 글인지? 잘 모르겠다는 거? (나만 모르겠는거임?ㅎㅎ)
나는 특히 이시형 박사님이 쓰신 에세이 형식의 글들이 잘 읽혔고 노학자의 지혜가 고스란히 묻어 있는거 같아서 참 좋았는데
그 중에서 제일 인상적이었던 에피소드 하나, 내용이 좀 길긴 하지만 옮겨봐야겠다.
얼마 전 학회 참석 차 뉴욕에 갔다. 연구원들은 모두 구경하러 나가고 혼자 근처 바에 들어갔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밤이었다. 창가에 앉아 맥주를 한 잔 시켰다. 그러자 원고지를 잔뜩 쌓아 놓고 혼자 피자를 먹고 있던 여자가 나를 보더니 같이 앉아도 좋겠느냐고 물어왔다. 내가 그러라고 하자, 자기도 맥주를 한 잔 시켜 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맥주를 한 잔 시켜 주자 자기 피자 한 쪽을 내게 권했다. 피자 살 돈밖에 없었던 것 같다. 행색이 초라했다.
“무슨 일을 하세요?”
내가 묻자, 그녀는 작가라고 했다.
“오늘도 출판사에서 퇴짜를 맞고 오는 길이에요.”
그녀는 쌓여 있는 원고 뭉치를 가리키며 말했다. 집에 가는 길에 저녁을 해결하러 들렀다고 한다. 나도 책을 쓴다고 했더니, 반가운 듯 그녀가 물었다.
“출판된 책도 있어요?”
“네! 베스트셀러도 몇 권 되지요.”
그녀는 눈을 크게 뜨며 나를 다시 봤다. 그리고 내 손을 한번 만져보자고 했다. 자기 원고는 아직 한 번도 출판된 적이 없다면서, 행운을 좀 나눠 달라고 했다.
맥주 한 잔을 다 마신 후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들어가서 글을 쓸 거라면서. 제법 쌀쌀한 밤이었지만, 자기 아파트에서 밤거리를 내려다보며 손을 불어 가며 글을 쓰면 원고가 절로 써진다고 했다.
“뉴욕은 밤이 좋거든요.”
그렇게 마지막 인사를 남기고 원고 뭉치를 안고 나가던 그녀의 모습이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자기 책이 한 번도 출간된 적이 없어도 그는 자신을 당당히 작가라고 소개했다. 그게 뉴요커다. 지금은 출판을 했을까? 어쩌면 유명한 소설가가 되어 있는 건 아닐까? 이름도 묻지 않았으니 알 길이 없다. 다만, 자신의 꿈을 품에 안고 마냥 반짝거리던 그녀의 눈빛만은 잊을 수가 없다. 아마 그 즈음의 그런 순간이 그녀 생의 찬란한 청춘일 것이다.
가슴 뛰는 일을 시작하라. 언제든 다시 청춘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인생이 거기에 있다.
♣ 인생 내공 - 이시형, 이희수 :p 103~105
정말로 인생 내공이 쌓이면 나이 드는 것도 신 나는 일이 되지 않을까?
이런 책 읽고 있으면 나이 드는 것도 썩 나쁘지는 않은데? 싶어지는 게 참 위로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