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글에서건 그녀는 과거로 쓸려간 생의 사소한 순간을 다시 붙들어서 그것이 모종의 의미로 빛나는 순간이 되도록 만들고 있었다. 이런 글쓰기는, 갑자기 모든 것이 허무하다는 생각이 밀려와 삶이 무너지는 일이 없도록, 민정이 필사적으로 자신을 보호하는 방편이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다. 삶의 의미는 어딘가에 숨어 있다가 문득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있는 힘을 다해 부여하는 것일지도 모르는데, 그렇다면, 이 글들 덕분에 지난 몇 년간 민정의 삶은 버텨질 수 있었으리라.

 

♣ 각설하고 - 김민정 :p 신형철 추천사 중에서

 

 

 

 

 

 

ㅎㅎㅎ 나랑 성도 이름도 똑같은 작가님이 계셨구나? 게다가 시인이라고 하고

그 깐깐한 신형철 평론가가 저렇게 극찬하는 작가라니, 어쩐지 나까지 흐뭇해지려고 한다. 히히. 

시 쓰는 사람들은 산문도 되게 젠체하며 어렵게 쓰길래 그동안 시인의 글에는 별 관심이 없었는데,

이 책은 제목부터, 표지까지 어쩐지 느낌이 좋구나 :)   

 

제목을 '각설하고,'라고 지은 데는 내가 내 무릎을 찍게 될 때마다 그 구부러짐을 들키지 않기 위해 빈번히도 불러다 앉힌 말이기 때문이다. 내가 자주 쓰는 말이라 함은 결국 내게 자주 필요한 말이라는 뜻도 될 것이다. 터닝 포인트, 인생 팔십이라 친다면 나는 이제 구십 도로 구겨질 일만 남았다. 절반가량 나는 이렇게 살아왔다.

- <작가의 말> 중에서 p.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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