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보자마자 웃음이 나왔다. 그렇지! 요즘은 TV를 틀어도, 책을 펴도 온통‘멘토 열풍’인데 그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멘토의 멘토 정도는 되어줘야지~ 하면서 말이다.
<멘토의 멘토>는 14명의 이 시대 멘토들과 나눈 인터뷰를 담은 책인데..
이런 책은 무조건 목차부터 훑어야지. 제일기획 고문 최인아, 프로파일러 표창원, 탁구 감독 현정화, 이화여대 교수 최재천, 여성가족부 장관 조윤선, 소설가 조경란, 민음사 회장 박맹호, JTBC 대PD 주철환, 방송인 유정아, 야구 감독 김성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유진룡, 김영사 대표 박은주, 명필름 대표 심재명, 앵커 김주하.
이름만 봤을 땐 하아. 아무리 내가 TV를 잘 안 보고 살아도 그렇지.. 이렇게 아는 사람이 없구나? 당황했는데 사진도 같이 보니까 낯익은 얼굴도 몇몇 보이고~!! 처음 이 책이 마음에 들었던 건 내가 평소에 전혀 관심 갖지 않았던 분야에 종사하고 계신 분들이 많아서 였는데 (그러고 보니 정치, 경제, 사회, 출판, 문화, 스포츠 장르도 정말 다양하다.) 내가 어디 가서 이런 쟁쟁한 분들의 말씀을 들을 기회가 있을까? 후후. 역시 책이란 좋은 것이여~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책장을 넘겨 나갔다.
제일 처음 밑줄 그은 문장은 프롤로그였는데. 연초라 그런지? 실행력, 행동력을 다룬 글들에 요즘 계속 꽂히고 있다.
야신 김성근 감독은 심지어 “생각하기 전에 움직이라”고 주문한다. 그만큼이나 실행력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문제를 먼저 생각하면 움직이질 못해요. 이걸 내가 잘할 수 있을까, 문제는 없을까, 걱정부터 하는 그런 자세는 잘못된 거예요. 그러면 불안해서 일 못해요. 일단은 몰두해야지. 무조건 닥치는 대로 하고 보는 거지. 해나가면서 해결을 하는 거지. 천직 운운하는데, 닥쳐서 해놓고 보면 자기가 뭘 하든 그게 천직이 되는 거지요.”
♣ 멘토의 멘토 - 신용관 :p 14
그러게... 한 살 더 먹으니 생각만 많아져서 이건 이래서 안 될 거 같고, 저건 또 저래서 안 될 거 같고 온갖 걱정만 앞서고 막상 행동이 안 따라 주는데, 감독님 말씀처럼 닥치는 대로 일단 열심히 하고 보는 거지! 고개가 끄덕여졌다.
김 감독님 말씀 나온 김에 몇 마디 덧붙이자면 이렇게 초반에 좋은 인상 주셨던 김 감독님 인터뷰는 211쪽부터 나오는데.. 약속한 1시간을 채우자 칼같이 자리에서 일어나셨다는 것부터 감독님께서 본인 찻값만 계산하고 홀연히 떠나셨다는 말씀까지 솔직하게 털어주셔서 얼마나 빵! 터졌는지. 그전까지는 인터뷰이에만 집중하느라 인터뷰어 신용관님에 대해서는 별생각이 없었는데 으아아~ 굳이 저런 뒷담화 같은 얘기까지 실을 필요가 있었을까?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오히려 그게 이분 스타일이구나, 매력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또. 이 책이 좋았던 건 억지로 멘토를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는데. 분명 좋은 환경에서 좋은 교육을 받으며 반듯하게 성장하셨을 것 같은 분인데도 멘토가 없다,는 대답이 나왔을 때 난 좀 짜릿했던 거 같다.
‘자기 안의 긍정’이 멘토다,라고 이야기했던 소설가 조경란님 말씀도 인상적이고, 금호동에서 침술사 하시는 시각장애인 분이 멘토라고 하셨던 방송인 유정아님, 아! 그리고 이화여대 교수님 멘토분 이야기도 읽으면서 완전 뿜었는데 “그분이… 이상한 소리를 계속 하셔서….” 라며 말끝을 흐리는 모습이 눈에 막 그려지면서 그러게.. 멘토라고 해서 무결점 순도 100% 성인군자일 수도 없겠구나 싶은 게 하하.
신용관 : 어떤 사람에게 몰입하거나 자신을 의탁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유정아 : 아주 깊은 멘토와 멘티 관계는 위험하다고 보는 거죠. 저로선 어떤 사람의 사상이나 행동 등에 완전히 몰입되는 게 그 사람의 인생을 더 크게 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 잘 모르겠어요. 그래서 학생들 상대로 강의할 때도 내가 동등한 입장에서 뭘 얘기해줄 수 있나 고민해요.
신용관 : 그러니까 ‘너를 이끌어줄 멘토를 찾으려 애쓰지 말고….’
유정아 : “네 자신 안에서 괜찮은 것들을 꺼내려 애써라.”
신용관 : 자기를 계속 지켜보면서?
유정아 : 사실 자기 안에서 좋은 것들을 끄집어내는 방법을 일러주는 게 가장 좋은 교육이죠. ‘아레테 arete'라는 단어가 있잖아요, 플라톤이 쓴 <소크라테스의 변명>에 나오는. ’덕‘으로 번역되는데 덕이라는 말로는 다 담기 어려운, 어떤 존재든 갖고 있는 그 존재만의 탁월함.
♣ 멘토의 멘토 - 신용관 :p 208
이 책을 읽기 전엔 ‘딱히 멘토 같은 건 없는데…’하며 약간 의기소침했는데, 이름만 대면 누구나 다 알만한 유명인들의 멘토도 사실은 별 특별할 게 없게 없다는 점이 묘한 안도감을 주면서. 뭐랄까? 멘토 책인데도 가르치려는 느낌이 아니라 알아서 깨닫도록 유도해주는? 그런 점이 좋았다.
아무튼 결론은, 얼마나 훌륭한 사람에게서? 무엇을 배우느냐? 가 중요한 게 아니라 배움에 임하는 자세가 먼저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이상하게 “네 자신 안에서 괜찮은 것들을 꺼내려 애쓰라”는 말씀이 오래오래 큰 여운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