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도 좋지만 나를 좀 더 다정하게 대해줘.”
환경보호와 관련된 자원봉사 캠페인이 한창이던 때에 어디에선가 이런 문구를 읽게 되었다. 그 순간 내 머릿속에는 이 글을 쓴 사람의 모습이 연상되었다. 주인공은 아마도 평범한 회사원이었으리라. 그는 아침 일찍 출근해서 상사의 눈치를 보느라 스트레스를 받고, 부하직원 때문에 속을 좀 썩고, 거래처에서 시달리느라 지칠 대로 지친 몸으로 집에 돌아올 것이다. 점심은 샌드위치나 김밥으로 간단하게 때우는 경우가 많겠지. 그렇게 한 주를 보내고 나면 주말에는 집에서 뒹굴며 모처럼 푹 쉬고 싶을 것이다. 아내와 함께 맛있는 요리를 해 먹으며 지친 마음을 포근하게 위로받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아내는 휴일 아침부터 서둘러 외출 준비를 하고 있다. 의아해하는 그에게 아내는 이렇게 말한다.
“환경운동단체에서 자원봉사가 있는 날이에요. 오늘 욕실 청소랑 정원 손질 좀 해줘요. 밥은 시켜 먹고요.”
그리고는 정의감에 넘치는 표정으로 씩씩하게 집을 나선다. 혼자 덩그러니 남겨진 그는 아내의 뒷모습을 보며 이렇게 투덜거린다.
“지구 환경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집안 환경부터 제대로 돌봐야 되는 거 아니야?”
혹은 주인공이 여성일 수 있을 것이다. 일주일 내내 회사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밤늦게 들어오던 남편이 주말까지 자원봉사를 하겠다고 나선다면 아내 입장에서는 저런 말이 충분히 나올법하다. 어쨌든 “지구도 좋지만 나를 좀 더 다정하게 대해줘.”라는 문구에서 상대방의 관심을 갈망하는 누군가의 투정이 읽혀 내 나름대로 이런저런 상상을 해보았다.
♣ 지적으로 나이드는 법 - 와타나베 쇼이치 :p 55 ~56
새해 첫날엔 역시, 이런 책에 손이 가고야 만다.
재작년엔가 읽었던 <지적으로 나이 드는 법>을 오늘 급, 다시 꺼내어 읽고 있는데..
“지구도 좋지만 나를 좀 더 다정하게 대해줘.”~ 라는 캐치프레이즈에 미소가 지어졌다.
나는 이내 장난끼가 도져서 이 문장이 올 한해를 여는 문장으로 기가 막히겠다는 생각마저 드는거다. ㅋㅋ
그러니까 지구도 좋지만, 돈 벌이도 좋지만, ~도 좋지만 ……
나를 좀 더 다정하게 대해줄 수 있는 한 해가 되도록 노력해야겠다며 ㅋㅋ ㅋ
중년도 아니고, 장년도 아닌;; 인생의 후반을 건강하고 지적으로 보낼 수 있는 50가지 비결을 전하고 있는 책이라, 너무 멀게만 느껴질 수도 있는 내용이었지만, 인생을 한~~참 거슬러 올라가 미리 자극을 받아 보는 것도 썩 괜찮은 새해 이벤트 같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