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생각으로 글을 쓰는가, 하고 다그쳐 물으면 어떻게든 그곳에 내 발로 가보고 싶어서, 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좀 더 복잡하게 대답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다른 이유는 생각나지 않는다. 소설을 쓴다는 것은, 내게는 그곳에 가보는 행위 바로 그것이다.
아무리 짧은 이야기라도, 그 이야기를 쓰는 동안 나는 거기에 혼자 있다. 지금까지 아무도 온 적 없는 곳, 아무도 본 적 없는 풍경. 그 끝없이 넓은 곳에 덩그러니 서 있고 싶어서 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말이 서 있고 싶어서지, 거기에 있는 동안은 그럴 여유조차 없다. 전후좌우가 없어, 안 그래도 방향 감각이 없는 나는 어쩔 줄 몰라 쩔쩔맨다. 솔직히, 빨리 돌아가고 싶은 오직 그 한 마음으로 걷는다. 어쩌다 내가 이런 곳에 왔을까 하고 단박에 후회하지만 이미 때는 늦다. 헤엄도 치지 못하면서 다이빙을 한 꼴이다. 그런데도 나는 내 발로 걷고 내 눈으로 보고 내 손으로 만져본 것만을 쓰고 싶어 그곳에 가보지 않을 수 없다.
♣ 울지 않는 아이 - 에쿠니 가오리 :p 왜 쓰는가」 중에서
소설을 쓴다는 것은, 내게는 그곳에 가보는 행위 바로 그것이다. 라는 에쿠니 여사님 글을 읽고 있으니.
어, 이건 내가 책을 읽는 이유랑도 비슷한데? 싶어졌다. ㅋㅋ
암튼, 심심하면 새 책 나오네~ 싶을 정도로 ㅋㅋ 다작하시는 에쿠니 여사님. 이번엔 에세이 집이라는데 심지어 두 권! 짜리.
<울지 않는 아이>는 에쿠니 가오리가 초기에 쓴 8년치 에세이를 모은 것이고,
<우는 어른>은 <울지 않는 아이>를 발표하고 나서 5년 동안 쓴 에세이를 모은 것이라고 한다.
나는 에쿠니 여사님 책 중에서 특히 <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라는 에세이를 좋아하는데.
여러번 반복해서 읽을 수록 특유의 나른한 문체 때문인지 에세이도 참 소설처럼 쓰시는구나 싶어지더라..
아.. 오랜만에 또 읽고 싶어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