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하는 용기 - 실존적 정신분석학자 이승욱의 ‘서툰 삶 직면하기’
이승욱 지음 / 쌤앤파커스 / 201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부터 할 말 많아지게 만드는 <포기하는 용기> 

가끔 책을 읽다 보면 오, 나에게도 정녕 이런 면이 있었구나! 스스로도 미처 깨닫지 못 했던 모습까지 건드려주는 책을 만날 때가 있다. 그렇다고 뭐 대단한 발견까지는 아니지만;; 나는 그동안 내가 승부욕이 별로 없는 사람인 줄 알았다. 뭐랄까 순위를 다투고 남의 것을 빼앗고 이런 게 싫어서 웬만하면 내가 져주고 양보하는 게 마음 편하다. 늘 그런 마인드를 지향하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웬걸! 나는 포기라는 단어조차 순순히 용납 못하는 그런(?) 사람이었던 것이었다. 어쩌면 나는 진짜로 지는 게 싫어서 지기 전에 먼저 양보하는 척 기만을 떨며 살았던 건 아닐까? 스스로 반성도 해보게 되었고 ㅎㅎㅎ    

  

암튼.. 처음 이 제목 봤을 때부터 '포기?? 포기는 그냥 하면 그만이지 포기하는데 무슨 용기가 필요해? 이거 너무 갖다 붙인 거 아냐?' 싶었다. 여태껏 어떤 상황에서든 가장 쉽고, 못난 대처법 중 하나가 포기라고 알고 있는데 포기에도 용기가 필요하다니? 쳇! 제목을 왜? 이렇게 정했을까? 처음부터 인상이 좋지 않았다. ㅎㅎ

 

그런데 이 책 읽으면 읽을수록 그동안 내가 '포기'라는 단어를 얼마나 나쁘게만 생각하고 있었는지; 무의식적으로라도 포기라는 단어조차 이토록 강력하게 거부하고 있었구나 깨닫고 깜짝 놀랐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포기 = 실패 이런 무언의 공식이 각인돼 버렸나 보다. 너무 한 가지에 깊게 빠져서 다른 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태, 이런 게 바로 꼰대 기질인데;; 벌써부터 이러면 안 된다규 ㅠㅠ  

 

 

 

 

혹시 <포기>라는 단어조차 받아들일 수 없다! 이런 생각이 제일 먼저 든다면, 책 소개부터 곰곰이 읽어보길..

 

팟캐스트에서 심리상담에 대해 친근하게 설명해 수만 명의 고정청취자를 확보한 ‘공공상담소’의 운영자 이승욱의 마음 들여다보기. 그는 포기하지 못해 안달할수록 삶을 채우는 것은 만족이 아닌 고통임을 알게 하고, 경쟁으로 미쳐 날뛰는 이 세상에서 자신을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에 대해 말한다.

포기야말로 지혜와 용기가 없으면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포기할 수 있다는 것은 무엇이 나에게 중요한 것인지 분별하는 지혜와, 그것을 포기했을 때 뒤따를 수 있는 불이익을 감수하고 자신의 선택을 책임지겠다는 각오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포기하는 용기가 있으면, 우리 인생은 지금보다 훨씬 편하고 자연스러워질 수 있을 것이다.

 

♣ 알라딘 책소개 중에서

 

그러니까.. 어리석은 욕망을 포기하고, 나쁜 집착을 포기하고, 스스로를 갉아먹는 나쁜 습관을 포기하고… 이런 종류의 포기라면? 적극 권장할만하지 않나? ㅎㅎㅎ

   

 

나는 평소에도 정신분석학, 심리학 서적 등에 관심이 많은 편인데.. 그래서 그런지 포기라는 단어만 극복하고 나니 이 책 완전 흥미진진해지는 거다 ㅎㅎ 다양한 고민들, 다양한 해석들, 다양한 연구 사례들 접하면서 아~~ 하다 보면 아쉽게 마지막 책장이라는 ㅋㅋ    

 

나의 정체성이란 무엇일까? 이 의문에 답을 찾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질문을 하나 알려 드릴게요.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어봅시다.

‘지금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지금 내가 정신적 에너지를 가장 많이 쏟는 대상은 무엇인가?’

만약 당신이 연인과의 갈등 때문에 힘들어하고 고민한다면, 당신의 현재 가장 중요한 정체성은 ‘연인’일 겁니다. 결혼한 여성이 만약 새로 시작한 대학원 공부 때문에 가장 고민스럽고 많은 정신적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다면 이 여성의 현재 정체성은 ‘아내’보다는 ‘대학원생’이겠죠. 새롭게 사업을 시작한 사람이라면 사업 성공을 위해 노심초사하며 대부분의 에너지를 사용할 것이고, 그렇다면 이 남자를 가장 강력하게 사로잡는 정체성은 ‘사업가’일 것입니다.

이렇게 보면 우리의 정체성은 단 하나로만 구성되는 것도 아니고 평생 한 가지에만 머무르는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여성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것은 아내를 비롯해 직장인, 학생, 엄마, 며느리, 자매 등 다양한 크고 작은 것들의 모임입니다. 즉 정체성이란 나를 고민하게 하는 것들의 총합이며 상황과 시간과 장소에 따라 또는 현재 삶의 조건에 의해 결정됩니다. 어떤 역할은 가장 크게 자리 잡고 있고, 어떤 역할은 비교적 작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것들일 테죠.

♣ 포기하는 용기 - 이승욱 :p 104

 

104쪽 읽으면서는.. 현재 나에게 가장 중요한 정체성은 뭐지? 잠깐, 책을 덮고 생각도 해보고.. ㅎㅎ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던 학생이 지도교수 때문에 겪게 된 일을 얘기해준 적이 있습니다. 지도교수가 논문이나 연구 활동, 학교 수업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일에 학생들을 동원해서 보상도 거의 없이 착취하듯 일을 시킨다는 것입니다. 한국의 대학에서 지도교수는 학생에 대해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다고 할 수 있죠. 특히 학위를 마치려면 논문 통과라는 중요한 과정이 있고, 여기에 지도교수의 영향력은 거의 절대적입니다. 그러니 감히 누가 지도교수를 거역할 수 있겠습니까?

 

제게 와서 하소연한 그 학생 처지도 딱했습니다. 교수가 개인적인 일이나 허드렛일 등, 학업과는 별반 상관없는 일을 막노동 수준으로 시키면서 밥 한 끼 사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더욱이 따뜻한 위로는커녕, 실수한 것에 대해 질책만 하기 일쑤라고 했습니다. 그렇다고 학생 입장에서 교수한테 대들고 바른말 하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라 그저 참고만 있는데, 점점 버티기 힘들다고 하소연했습니다.

 

♣ 포기하는 용기 - 이승욱 :p 84 ~ 85

 

그리고 나는 △ 이런 개인적인 이야기해주실 때가 특히 재미있었는데 ㅋㅋㅋ

그래 맞아 저 교수님 얘기도 어찌나 실감 나던지 ㅠㅠ 진짜 세상 어디든 저런 인간 꼭 한 명씩 있다면서 혀를 끌끌 차며 읽었던 기억이 난다. 어렵겠지만;; 저런 상황에서는 아주 단호하게 거절하라고!!! “OO님께서 그렇게까지 부탁하시니 안 해드리면 제가 죄책감이 들 것 같은데요, 그래도 저는 못하겠습니다. 혹시 제가 부탁 안 들어드린다고 저를 죄인 취급하실 건 아니죠?” 이런 대답까지 만들어 주셨던 거 나도 메모해놨다.  

 

나도 미처 몰랐던 나를 일깨워주고, 포기를 재발견하게 해준 고마운 책♪ 잘 읽었습니다ㅋㅋ  

 

 

 

주제 분류 : 인문학 > 교양 심리학 | 반양장본 | 264쪽 | 210*150mm
 

 

 

PS : 함께 읽으면 좋을 책은? 내가 완전 좋아하는 김형경님 책들, 혹은 김혜남님 책들:)

 

 

 

 

 

 

 

 

사람풍경, 천개의 공감, 서른살이 심리학 시리즈들, 나는 정말 너를 사랑하는 걸까?, 어른으로 산다는 것까지는..

나도 몇 번씩 이나 반복해 읽은 책인데.. <만가지 행동>은 아직 못 읽어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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