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좋은 사랑은 아직 오지 않았다 - 인문 고전에서 배우는 사랑의 기술
한귀은 지음 / 한빛비즈 / 2013년 9월
평점 :
절판


 

고전을 자주 읽어야 하는데… 생각은 늘 하면서도 언제나 우선순위에서 제일 먼저 밀려나는 게 또 고전이 아닐까 싶다.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도,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마누엘 푸익의 거미 여인의 키스도.. 올해 안엔 꼭 정복하고 말리라 다짐했었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아직 한 권도 제대로 못 읽고 있다. ㅠㅠ 

 

어떻게 된 게 날이 갈수록 자꾸자꾸 자극적이고, 강렬한 것에만 끌리고 있는 게 아닌가 슬쩍 걱정이 되기도 하고;; 무언가 고전을 신 나게 읽을 수 있는 동력이 필요해서 고전 읽어 주는 책을 선택해봤다. 게다가 이 책은 고전 중에서도 특히 사랑 이야기만 따로 모아 놓았기 때문에 부담 없다는 게 가장 큰 매력!   

 

인문고전에서 첫사랑, 첫인상, 이야기, 구애, 밀당, 착한 여자, 언어, 아토포스, 전희, 에로티시즘, 불안, 섹스리스, 희망, 추억, 나이, 죽음, 복수, 고독, 중독, 질투 등 20가지 키워드를 끌어내 사랑의 기술을 이야기한다. 사랑에 관한 모든 것은 이미 고전에서 다 이야기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수십수백 년간 수많은 사람들에게 읽히며 고정 불변한 사랑의 기술로 자리 잡았다. 인문고전에는 우리가 배워야 할 사랑의 기술이 모두 담겨 있다. 이 책을 통해 당신은 사랑에 대한 안목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 알라딘 책소개 중에서

 

  

 

내가 제일 처음 포스트 잇 플래그를 붙인 문장은 남자들은 왜 첫 사랑(혹은 그 모든 사랑)을 잊지 못하는지에 대한 해석이었는데..

 

프로이트의 이론으로 이유를 재해석하자면 이렇다. 남자들은 이별을 한 후 애도의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못하기 때문에 헤어진 연인을 결코 잊을 수 없다. 프로이트에 의하면, 이별은 일정한 단계를 거쳐야 한다. 일단 연인과 헤어지면 혹은 연인이 자신을 버리면 처음엔 그 사실 자체를 믿지 못한다. 이른바 ‘불신’의 단계다. 하지만 이별이 점차 현실적으로 다가오기 시작하면서 ‘분노’가 생긴다. “어떻게 나를 버릴 수 있어?” 혹은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의 단계다. 허진호 감독의 영화 <봄날은 간다>의 유지태처럼 사랑했던 여자의 새 차를 긁어버리기도 한다.

(중략)  

여자는 이 단계를 비교적 알차게 거친다. 이 모든 감정들을 자연스럽게 드러내기 때문이다. 혼자서도, 친구들과 함께 하면서도, 여자는 자신의 이별에 대해 말하고, 울고, 말하고, 울고를 반복하면서 그 모든 과정을 겪어낸다. 하지만 남자는 다르다. 남자는 자기감정을 억제한다. 감정을 노출시키지 않도록 학습했기 때문이다. 이별을 했으니 ‘남자답게’잊어야 한다고 다짐하기 때문에 잊지 않는다. 분노 단계까지만 가고 그치는 경우도 있다. 슬픔과 애도에 반드시 필요한 ‘펑펑 울기’ 따위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잊지 못하고 가슴 안에 무덤을 만드는 것이다. 물론 <봄날은 간다>에서 유지태는 이 과정을 다 거쳤다. 할머니 덕분이었다. 그의 할머니는 유지태가 기대어 울 수 있는, 따뜻한 볕이 드는 언덕이었다.

♣ 가장 좋은 사랑은 아직 오지 않았다 - 한귀은 :p 21~ 22

 

오! 어찌나 그럴 듯 한지!! ㅎㅎ 아.. 남자들은 정말 그런가? 싶어지는 게.. 이 책 첫 인상도 맘에 들고~!!

그러면서.. 이제는 기억도 희미해져 버린 영화 <봄날은 간다>도 다시 한 번 보고 싶어지고 ㅎㅎㅎ   

 

 

이 책의 두 번째 매력은 앞 페이지에 인용한 고전 장면과 기가 막히게 맞아떨어지는 명화들도 함께 곁들여져 있다는 거였는데.. 

  

남녀는 키스를 할 뿐만 아니라 팔로 서로를 감싸고 있다. 마치 가운데 거울이 있는 것처럼 둘이 똑같은 포즈다. 어린아이들처럼 보이기도 한다. 침대 위에서 둘이 나누는 애무는 사실 어린아이로 퇴행하는 것이기도 하다. 테레사가 옛날이야기에 잠이 드는 것도, 토마스의 말초 중 어떤 부위를 잡아야만 잠들 수 있는 것도, 그때 그녀가 그의 곁에서 과거로 돌아가 있기 때문이다. 사랑으로 인해 우리는 과거로 회귀해서 어렸을 때 다 받지 못한 사랑을 소급해서 받는다. 그래서 진정한 사랑을 하면 자신의 내면에 있는 어린아이조차 치유가 된다.

♣ 가장 좋은 사랑은 아직 오지 않았다 - 한귀은 :p 195

 

△ 그림은 <툴루즈 로트렉 - 침대에서의 키스> 앞 페이지에 언급된 책은 <밀란 쿤데라 -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고전도 읽고, 명화도 구경하고 이런 게 바로 일석이조 ㅎㅎ 

 

 

   

그녀가 얼마나 열심히 읽어 내려갔겠는지, 그리고 얼마나 모순된 여러 감정을 느꼈는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을 것이다. 편지를 읽어 내려가며 그녀가 느낀 감정은 한마디로 규정할 수 없이 착잡했다. (…) 읽는 데 너무 열중한 나머지 문장의 뜻이 이해가 가지 않았고, 다음 문장이 궁금해져서 바로 눈앞에 있는 문장의 뜻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다. (오만과 편견 중에서)

 

그녀는 다아시의 편지를 통해 그가 얼마나 솔직하고 진정성이 있으며 진실을 추구하는지 알고 감동하게 된다. 엘리자베스의 감동과 무관하게, 다아시의 편지에서 내가 감동한 부분은 딱 이 문장이었다. “불가피한 건 불가피한 것이니 더 이상 사과를 드린다면 오히려 우습겠지요.” 다아시는 사과하고 있었다.

 

♣ 가장 좋은 사랑은 아직 오지 않았다 - 한귀은 :p 51

 

심지어.. 예전에 읽어봤던 책들도 어찌나 맛깔나게 소개를 해 주는지? 나는 진짜 별로;;라고 느꼈던 <오만과 편견>조차, 오!! 저런 장면이 있었단 말이지?? 하며.. 다시 읽고 싶어졌고, 그렇게 궁금했던 <거미여인의 키스>는 사실 어떤 이웃님 리뷰에서 책이 무척 난해하다는 이야기를 얼핏 읽고 한쪽으로 치워 두었었는데;; ㅋㅋ 거미여인의 키스도 꼭 읽어보고 싶어졌고!! 완전 사랑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도 너무 흥미롭게 다루고 있고, 특히 스무 살 즈음에 10번도 넘게 읽었었던 <생의 한가운데>도 얼마나 새롭게 와 닿게 해 주던지!!

 

이런 책은 정말 고전 해설집? 고전 참고서?로 책장에 따로 분류해놓고 새로운 고전 읽을 때마다 한 번씩 들춰보며 참고한다면 고전 읽는 재미가 10배 20배는 더 커질 거 같다. 그리고 나처럼 고전에 대한 관심으로 읽어도 재미있겠지만, 사랑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추어.. 사랑이 어렵기만 한, 혹은 내 사랑은 왜 번번이 실패로 끝나는지 궁금한 사람이라면.. 이 책으로 훨씬 더 좋은 사람을, 훨씬 더 좋은 사랑을 찾을 수 있는 안목까지 더불어 챙겨 갈 수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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