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문제는 오로지 시간을 때우는 일이었다. 나는 회상하는 법을 터득한 순간부터 마침내 전혀 지루하지 않게 되었다. 때로는 내가 살던 방을 생각하기 시작했고, 상상으로 방의 한구석에서 출발하여 내가 지나가는 길에 있는 모든 것들을 머릿속으로 일일이 열거하면서 되돌아왔다. 처음에는 후딱 끝나버렸다. 그러나 다시 시작할 때마다 조금씩 더 길어졌다. 왜냐하면 가구 하나하나를 기억해 냈고, 그 가구들 각각의 세부 사항이 떠올랐으며, 또 그 세부 사항들에서는 상감문양, 균열 또는 이가 빠진 가장자리, 그 가구들의 색깔이나 꺼끌꺼끌함 등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동시에 나는 내 목록의 흐름을 잃지 않고 완벽하게 열거해 보려고 애썼다. 그래서 몇 주 후에는 오로지 내 방에 있던 물건들만 열거하는 데도 몇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래서 내가 더욱 곰곰이 생각할수록, 내 기억에서 제대로 평가 받지 못했거나 잊혔던 것들을 점점 더 많이 끄집어내게 되었다. 그때 나는 단 하루밖에 살지 않았던 사람이라 해도 감옥 안에서 어려움 없이 백 년은 살 수 있을 거라는 점을 깨달았다. 지루하지 않을 만큼 충분한 회상거리를 갖고 있을 테니까.

♣ 이방인 - 알베르 까뮈 :p 94

 

 

 

 

 

 

아.. 작가들은 어쩜 이럴 수가 있는지 ㅠㅠ

지금 바로 눈앞에 있는 것도 글로 써봐! 한다면? 나는 과연 한 줄이나 제대로 쓸 수 있을까? ㅎ ㅎㅎ

가을이라 그런지 오늘은 제목부터 쓸쓸한 <이방인>이 갑자기 생각났다.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였는지도....... 모르겠다." 로 시작되는 이방인 리뷰는 ☞여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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