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쾌지수가 높은 날도 불쾌지수가 낮은 날도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여름이었다. 나는 늘 불쾌할 정도로 외로웠다. 즉 그런 연유로 냉장고와 나는 친구가 되었다. 그런 느낌이다. 다시 말하지만, 그 굉장한 소음이 있어 나는 외롭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이다. 아무도 찾지 않는 그 <언덕 위 원룸>에서, 단둘이서 말이다. 세상의 여느 친구들처럼 - 냉장고도 알고 보니 좋은 놈이었다. 알고 보면 세상에 나쁜 인간은 없다. 드물게도, 이는 1926년 제너럴일렉트릭이 세계 최초의 현대식 냉장고를 생산해낸 이후, 인간과 냉장고가 친구가 된 최초의 사례였다. 내가 최초라니! 도대체 우리는 냉장고에 대해 얼마나 소홀했었단 말인가. 과연 이 세상에는 냉장고의 존재가치를 제대로 알고 있는 인간이 있기나 한 것일까. 드넓은 세상에서 우리는 늘 인간만이 살고 있다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조금만 더 신경을 기울이면, 바로 자신의 곁에 <냉장고>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냉장고는 인격이다.

♣ 카스테라 - 박민규 단편집 (카스테라 중에서)

 

 

 

 

 

 

 

‘불쾌지수가 높은 날도 불쾌지수가 낮은 날도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여름이었다. 나는 늘 불쾌할 정도로 외로웠다.’
불쾌지수로 시작해서 불쾌할 정도의 외로움이라니 ㅠㅠ 이런 글맛은 정말 박민규를 따라올 사람이 없지 싶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시작으로, 핑퐁,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카스테라까지 너무 좋아했는데 ㅋㅋ

최근엔 너무 까먹고 있었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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