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 중에는 자기가 없으면 회사가 안 돌아갈 것 같아 9년째 휴가를 한 번도 가지 않은 친구가 있다. 하지만 휴가를 가본 직장인이라면 다 안다. 휴가를 가기 전에는 내가 없으면 안 될 것 같지만 막상 내가 없어도 섭섭하리만큼 회사는 잘 돌아간다. 또 다른 친구는 아들을 낳은 후 좋은 기저귀를 채워주지 못하고, 좋은 분유를 먹여주지 못하는 것 때문에 괴로워했다. 그 친구의 아들이 그런 것을 원한 적은 없다. 그저 좋은 것을 해주고 싶은 자신의 욕심일 뿐, 그것을 책임감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한 것일 뿐, 아무도 그 친구에게 그런 것을 해줘야 한다고 정해준 적이 없다. 아이들은 좋은 것을 사달라고 이야기하지 않지만 부모는 좋은 것을 사주고 싶고, 아이들은 별로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데도 왠지 좋은 학원에 보내주지 않으면 안 될 것 같고......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에게 부과하는 책임 때문에 힘들어한다. 그러니 그게 부담스럽다면 스스로 놓아야 한다. 거기서 빠져나오는 일은 다른 사람이 도와주거나 거들어줄 수 없다.
우리에게는 잠깐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시간이 필요하다. 스스로를 다그치던 자기 모터를 완전히 멈추고, 누군가 태엽을 감아주거나 채찍질을 해야만 움직이기로 작정하는 것이다. 절대로 벗어던질 수 없을 것 같았던 책임감도 의외로 나만 마음먹으면 창문 밖으로 내던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내 삶이 책임감으로 가득 차 있다면 한 번쯤 돌아보자.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스스로 모터를 돌리면서 몰아세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그어놓은 선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지는 않은지. 내 안의 시동을 끄고 세상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자.
♣ 숨통트기 - 강미영 :p 101 ~ 102
나에게도 저런 때가 있었는데.. 싶었다. ‘내가 없으면 회사가 안 돌아갈 것 같아 월차 한번 쓴 적 없던 시절’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그래야만 될 것 같아 스스로에게 부과했던 무거운 책임들...
한참 지나보니까 알겠더라. 세상은 나 없이도 잘 돌아가고,
너무 애쓴 만큼 그 사람과의 관계가 오히려 멀어지기도 한다는 걸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