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모는 땔감으로 책을 쓰고 있었다. 고모가 난로 안에 책을 차례로 던져 넣고는 놋쇠로 된 덮개를 닫았다.
"곧 따뜻해질 거야."
"책을 넣으신 거예요?"
"다 읽은 책들이야. 책이란 사람이 읽을 때만 의미가 있는 거지. 책이란 건 머릿속에 일어나는 어떤 거라고도 할 수 있으니까."
레나 고모가 책을 한 권 들고는 말을 이었다.
"읽고 난 다음에는 그저 종이만 남겨지는 거야."
"저 많은 책은 다 어디서 난 거예요?"
"좀 유별났던 우리 엄마한테서 물려받았어. 삼천 권. 세어봤지. 저 책들이 겨우내 우리를 따뜻하게 해줄 거야."
"저 책들을 다 읽으셨나요?" 미크가 책 더미와 상자들을 둘러보며 물었다.
"아니, 한참 멀었지. 하지만 많은 책들이 비슷비슷해. 얼마간의 살인과 얼마간의 사랑, 뭐 그런 거지. 또 너무 형편없어서 곧바로 태워버릴 책도 많고."
♣ 멀어도 얼어도 비틀거려도 - 미카엘 엥스트룀 :p 86~ 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