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의 서재
장석주 지음 / 한빛비즈 / 201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밤늦은 시간만 되면 눈이 초롱초롱 정신이 말똥 말똥 해지는 올빼미형 인간이라 늘 새벽 2시 3시까지 심야 독서를 즐긴다. 어젯밤에도 꽃재만씨를 자장자장 재워놓고 열심히 책을 읽다가 시곗바늘이 3시를 넘고서야 겨우 잠이 들었는데.. 한여름밤. 시끄럽게 돌아가는 에어컨은 꺼버리고, 창문은 활짝 열어젖히고, 선풍기는 자연바람으로 약하게 다리 쪽으로 틀어두고 혼자 조용히 책 읽는 시간!! 사방은 고요하고 간혹 책장 넘기는 소리만 들리는데 문득, 귀뚜라미 소리가 들렸다. 들리는 정도가 아니라 저렇게 시끄럽게 울어대고 있었는데도 내가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니 깜짝 놀랐다. 매일 뉴스에서는 열대야 소식이 끊이지 않지만 우리가 모르는 사이 이렇게 가을은 살금살금 다가오고 있었나 보다.. 

 

귀뚜라미 소리와 함께 <마흔의 서재>를 읽으면서 아주 구세주 같은 문장을 만났는데!!!

 

 

 

읽은 책들을 다 기억하려고 애쓰지 않는다. 읽은 것들을 다 기억할 수도 없을뿐더러 기억하는 것이 불가결한 것도 아니다. 기억은 상상력을 한정하지만, 망각은 무한 상상력의 텃밭을 일구는 쟁기이다. 망각은 풍요화로 나아가는 하나의 길이다.

♣ 마흔의 서재 - 장석주 :p 132

 

많이 읽지도 못하면서 책 욕심만 많아서 맨날 이 책 저 책 찔러보기 바쁜 나는 이 문장이 어찌나 달게 느껴지던지!! ㅋㅋ 읽은 책들을 다 기억하려고 애쓰지 않는다. 기억은 상상력을 한정하지만 망각은 무한 상상력을 가져다준다는 이야기가 너무 신나서 잠이 확! 깼다. 

 

 

 

 

 
마흔의 서재는 장석주님의 독서 에세이인데, 오!! 나는 장석주 작가님을 처음 뵙는데;; 첨에 이 프로필 사진을 보고 어찌나 빵 터졌는지 ㅋㅋㅋ 동글동글 선하게 생기신 모습도 너무 귀여우시고ㅠㅠ 게다가 눈감고 찍은 프로필 사진은 내 평생 처음 봐서 그야말로 충격적이기까지 했는데.. 책날개 프로필 사진이 이렇게 파격적일 수도 있다니!! 나는 처음부터 장석주 작가님이 무작정 좋아졌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어찌나 모든게 부럽고 질투가 나던지 ㅠㅠ  

  

지금 나는 경기도 안성의 금광호수 주변에 작은 집을 짓고 노모와 함께 산다. 뭐, 크게 자랑할 것도 없고 부끄러워할 것도 없는 조촐한 삶이다. 새벽에 일어나 책을 읽고 글을 쓴다. 세 끼 따뜻한 밥을 먹고, 삽살개와 함께 약수터까지 산책을 한다. 좋은 음악을 듣고 숲길을 거닐고 집을 찾아오는 벗들을 만난다. 나날의 삶은 단조롭다. 원고를 쓰고 책을 내면 돈이 들어온다. 이 돈으로 국민연금과 의료보험료를 내고 쌀을 사고 생필품을 산다. 이 삶이 기꺼운 것은 날마다 책을 읽을 수 있는 여유를 주기 때문이다.
♣ 마흔의 서재 - 장석주 :p 131

 

 

호주 주변에 작은 집을 지으셨다는 것도, 삽살개와 함께 약수터까지 산책도, 숲길을 거닐 수 있다는 것도, 책을 읽고 글을 쓰면 돈이 생긴다는 것도, ㅋㅋ 독자들로 하여금 책값 아깝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도록 글을 잘 쓰시는 것도...  

아.. 생각할수록 너무 부러워서 피가 끓는 느낌마저 든다. ㅋㅋㅋ  

 

 

 

 

앗, 그러고 보니 아직 책 소개도 안 했구나;; ㅋㅋ

 

어떤 책은 이야기한다. “죽을 수도 살 수도 없을 때 서른은 온다”고. 그렇다면 마흔은 어떻게 찾아올까? 돌아갈 수도, 나아갈 수도 없을 때 마흔은 온다. 마흔에게는 사느냐 죽느냐 같은 서슬 퍼런 질문은 없다. 대신 머뭇거리는 진득한 회의감이 밀려온다. 생각해보자. 인생이 한 권의 책이라면, 먼 훗날 마흔이라는 생의 한 페이지를 펼쳤을 때 무엇이 새겨져 있을지. 아무것도 새겨져 있지 않다면, 그래서 남은 지혜도 철학도 없다면 그 껍데기 같은 생은 얼마나 허무할까.
마흔에는 그 어느 때보다도 서재가 필요하다. 자신만의 지적 공간에서 오롯이 쉬고, 사유하고, 거기서부터 남은 생의 길을 시작해야 한다. 《마흔의 서재》는 생에 몸살을 앓는 마흔에게 피로한 몸을 누이고, 인생의 초안을 다시 생각하고, 소중한 이에게 편지를 쓰고 고독과 마주하며 자신을 비우고 채울 공간으로 서재를 권한다.  

출판사 제공 책소개 중에서 

 

마흔에게는 사느냐 죽느냐 같은 서슬 퍼런 질문은 없다. 대신 머뭇거리는 진득한 회의감이 밀려온다.라는 문장이 내게 확 와서 닿는다.

 

특히 <마흔의 서재>에 소개되는 책들은 그동안 내가 읽어보지 못했던 책들이 대부분이라 더 좋았는데.. (논어, 속도에서 깊이로, 자발적 가난, 침묵의 추구, 무미예찬, 고독의 위로, 책 읽는 뇌, 책만 보는 바보, 책과 집, 숨은 조화, 월든 등등등)

 

 

 

 

  

이런 독서 에세이를 보다 보면 에잇, 난 안 그래도 읽고 싶은 책이 너무 많아 미치겠는데 괜히 위시리스트만 터져나가겠지 싶어서 일부러 멀리하고 싶을 때가 많은데 <마흔의 서재>를 읽으면서는 위시리스트를 채우기보단, 노트에 옮겨 적고 싶은 문장들이 너무 많아서 포스트잇 플래그 붙이기 바빴다.

 

솔직히 책 초반엔 소개해주시는 책들도 다 꼰대들이 보는 책 같고, 서술 방식도 너무 서정적이고 잔잔해서 졸면서 읽었는데;; 오랜 밤 이 책을 껴안고 잠들다 보니 그제야 알겠더라.. 이 책은 속도 내지 말고 천천히, 한 글자 한 글자 음미하면서 읽어야 비로소 진가를 발휘한다는걸!!

 

내게도 서른이 정말 멀게만 보였던 시절이 있었는데 벌써 마흔을 생각하는 나이가 되었다니 씁쓸하긴 하지만ㅋㅋ 

<마흔의 서재>를 읽고 있으니 나의 마흔살도 은근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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