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 그냥 거기 두고 가시라고요.”
은주는 머리 뚜껑이 열리는 소리를 들었다. 아줌마라니. 그녀가 아는 아줌마란, 유부녀에 대한 은근한 경멸과 억세고 질긴 생명체에 대한 부당한 혐오, 친근함을 가장한 젊은 것들의 무례함이 뒤섞인 호칭이었다. 국어사전이 알려주는 아줌마란, 부모와 같은 항렬의 여자를 낮추어 부르는 말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교복도 소화할 수 있다고 여기지는 않았지만 골빈 볼링공의 엄마로 보일 만큼 늙었다고 여기지도 않았다. 볼링공이 자신을 낮춰볼 이유도 찾아낼 수 없었다. 그녀는 돈을 얻으러 온 거지가 아니었다. 이력서를 내러 온 취업희망자였고, 일산에 ‘내 집’이 있는 중산층이며, 성미만큼은 아직 시퍼런 청춘이었다. 그녀는 이력서를 도로 집어 들고 볼링공에게 자신을 소개했다.
“이것 봐, 젖통이 아가씨. 나는 강은주야, 아줌마가 아니고.”
영주가 깔깔대고 웃었다. “내가 아줌마로 보이니?”라는 은주의 물음에는 답하지 않았다.
♣ 7년의 밤 - 정유정 :p 202~ 203
오랜만에 책 노트를 훑어보다가 7년의 밤, 저 구절이 딱 걸렸다.
툭하면 또래의 사람들을 "아짐" , 아줌마" 로 불러대던 지인이 있었는데..
진작 결혼도 했고, 아이는 아직 없었지만 충분히 아줌마로 보이는 본인은 그렇다 치더라도,
아직 결혼도 안 한 미스들에게까지 아짐, 아짐 ㅋㅋ 불러대는 건 정말 '뜨악' 이었는데;;
그러게 ㅋㅋ <7년의 밤> 은주처럼 초등학생 아들이 있는 여자 사람도 아줌마 소리에 저렇게 폭발하는데;;
후에 들은 이야기로.. 그 친구는 고딩때부터 친구들을 "아줌마" 라 불러댔었다고도 하던데;;
정말 아줌마 끼(!)를 날 때부터 타고나는 사람도 분명 있긴 있나 보다. ㄷㄷ
그나저나 정유정씨 신간 <28>도 얼른 데려와야하는데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