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헌책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 어느 책방에 머물러 있던 청춘의 글씨들
윤성근 엮음 / 큐리어스(Qrious)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책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빠질 수밖에 없는 늪 같은 게 바로 책에 관한 이야기, 책 읽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나는 그중에서도 유독 제목에 책이라는 단어가 들어가거나 표지에 매혹적인 책 사진이 있는 책에 약한 편인데;; 헌책 이야기는 처음 만나본다.
<헌책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는 책 소개만 읽어 봤을 때부터, 엇! 싶었는데..
헌책 갈피에 숨겨놓았던 당신 그리고 우리들의 기억을 만난다. 서울 응암동에 있는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의 주인장이 한 권 한 권 모아온 헌책 속의 손글씨 메모들을 책으로 엮었다. 1980, 90년대를 청년으로 살았던 사람이라면 "아, 이 책"하고 무릎을 칠 만한 책들이 대부분이지만, 거기에 쓴 글씨들은 2013년 오늘을 살아가는 청춘남녀들의 마음과 신기할 정도로 닮아 있다.
간절했거나 절실했거나 사랑했거나 아팠던 우리의 흔적들이, 투박하고 서툰 그때의 마음 그대로 살아나 말을 건넨다. 누군가에게 썼지만 부치지 않은 편지, 돌이키면 낯이 붉어지는 고백, 떠나면서도 한사코 좋은 사람이고 싶었던 이별, 쓴 소주가 빠지지 않았던 시대를 건너며 왜 살아야 하는지 묻고 어떻게 살 것인지 번민하던 그때, 내 앞의 시간이 남긴 글씨들을 한 권의 책으로 만난다.
♣ 알라딘 책소개 중에서
무엇보다 저자가 운영하고 있는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에 꼭 한번 방문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헌책 속의 손글씨 메모들을 모아서 책으로 엮었다니!! 와! 그런 것도 이렇게 이야기가 되어 책으로 나올 수가 있구나 어찌나 깜짝 놀랐는지 ㅎㅎ
99. 1.11. (서강인) 밥값으로 책 사다. 이틀간 밥 안 먹기. 책 읽기 두렵지만 그래도 읽고 싶다. - 연(淵) - :p 36
책을 선물할 때는 이 책이 어떤 내용인지 한 번 읽어보고 주는 거래요. 읽어보니 재미있던데요. 어떤 사람이 그러는데요. 백만 불짜리 선물보다는 값싼 책 1권이 제일 비싼 선물이래요. :p 146
책은 그야말로 헌책 속에 적혀 있는 83개의 손글씨가 차례차례 사연과 함께 실려있다.
그중에서 내가 특히 눈 반짝이며 읽었던 내용은 175쪽에 실려있던 하루키 책 관련 에피소드!!
아, 이 참을 수 없는 하루키 사랑~♡
언젠가는 너의 반려자를 찾아 신나게, 멋지게 춤을 추겠지. 너의 자아를 투영한 그녀. 늦어서 미안하구나. 경제적 여건이 지금에야 허락했단다. 하권과 2권은 너의 소감 편지 받으면 바로 보내주마. 안녕.
메모가 쓰여진 <댄스 댄스 댄스>는 하루키 초기작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모두 2권으로 되어 있다. '양사나이'라는 동일한 테마가 등장하는 <양을 둘러싼 모험> (뒤에 '양을 쫓는 모험'이란 제목으로 다시 나옴)은 그 전작이다. 메모 속에서 하권과 2권을 언급한 것으로 보아 어쩌면 <양을 둘러싼 모험>이 속편이라고 오해한 건지도 모르겠다. 소감편지를 받으면 2권을 주겠다는 발상도 재밌다. 선물로 받은 책은 읽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꼭 읽었으면 하는 선물하는 사람의 마음이 엿보이기도 한다.
♣ 헌책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 윤성근 :p 175
하루키 아저씨 책 중에서 특히 애정하는 <양을 쫓는 모험>은 책 제목이 <양을 둘러싼 모험>이었을때 지인분께 빌려서 한 번 읽고, <양을 쫓는 모험>으로 제목이 바뀌고나서 나도 소장용으로 구입을했는데 어느샌가 다시보니 또 상. 하 권으로 분권이 돼서 나왔더라;;
사랑하는 하루키 아저씨 책은 이제 거의 다 모아가고 있는데 몇 권 없는 책 중에 하나가 바로 <댄스 댄스 댄스> 아! 댄스 댄스 댄스도 '양사나이'가 등장하는 이야기였구나!! (그러고보니 나보다 훨씬 더 하루키 덕후님께 언젠가 전해 들었던 이야기 같기도 하고;;) 암튼, 어서 빨리 댄스 댄스도 우리집으로 모셔 와야겠다.
자. 다시 <헌책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책 이야기로 돌아와서..
솔직히 나는 책 앞에 저렇게 메모를 적어 책을 더럽게 만드는 것 보다는 차라리 따뜻한 손 편지 한 장 적어서 책 사이에 넣어줄 것이지;;; 하는 마음이 더 큰 사람이라 처음엔 좀ㅋㅋ 뜨악하며 읽었지만 누군가에게는 더이상 필요없는; 버린 책들을 소중하게 어루모아 이런 의미있는 책을 만들어낸 저자님께 박수를 쳐 드리고 싶었다. 책은 헌책이 되어서도 그 무엇보다 아름답고 의미있는 보석일 수 있구나!!! 끝!!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