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과 표정을 별개의 것으로 구분 짓고 지나치게 인위적으로 사용한 데서 오는 부작용인 듯했다. 적잖은 선배들이 흔히 겪는 직업병이었다. 무엇보다 세아를 만나면서 씨는 자신의 감정 자체가 매우 무디어져있음을 실감했다. 세아는 아주 사소한 일에도 탄복하는 데, 씨 자신은 아주 강렬하고 자극적인 충격이 전해지지 않으면 감정이 살아나지 않았다. 그저 심드렁하기만 했다. 가령 세아는 뛰어가는 강아지에게도 마음을 빼앗겨 달려갔으며, 빌딩 너머로 지는 저녁 해에도 눈을 잃어 차를 세웠다. 그러나 그때마다 씨는 세아가 정말 어리고 순박한 소녀구나 하는 감탄이나 할 뿐이었다. 자신은 이집트나 가야 느껴지는 탄복을 우리나라의 손바닥만 한 고궁에서 느끼다니. 자신은 끔찍한 전쟁 소식을 접하고도 느껴지지 않는 분개심을 세아는 신호를 지키지 않는 차량에게서 느끼다니.

♣ 2005 이상문학상 작품집 :p 236 (표정 관리 주식회사- 이만교)

 

 

 

 

 

나도 세아처럼 모든 것이 새롭고 환희였던 때가 있었는데..

이제는 감정 자체가 매우 무디어져있다는데 더 공감하는 사람이 되어 있구나.;;

그렇다고 적당히 나이가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매사에 오매불망 소녀처럼 호들갑스럽고 싶진 않지만

적어도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할 때만은 초롱초롱 눈빛이 빛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늘 - 초롱초롱 예쁜 눈빛을 유지하기 위해선 좋아하는 것들의 가짓수를 늘여야하나?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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