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를 아프게 하는 것이 나를 강하게 만든다
알렉상드르 졸리앙 지음, 성귀수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13년 4월
평점 :
절판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3/0515/pimg_775219146854080.jpg)
인생이란 결핍과 동거하는 법을 배우는 여정! 나를 아프게 하는 것이 나를 강하게 만든다
벌써 오, 육 년도 지난 이야기이긴 하지만 계절은 이맘때쯤이었겠다. 그날 버스 정류장에서 나는 좀 이상한 장면을 목격하게 되었는데. 어떤 자그마한 체구의 아저씨 한 분께서 차도와 인도 사이 보도블록 그 턱에 쭈그려 앉으셔서 버스를 기다리고 계시는 거였다.
헐;; 저분은 승강장 벤치도 비어 있는데 왜 저렇게 위험한 데서 저러실까? 낮술이라도 드신 걸까? 저러다 버스라도 들어오면 정말 위험할 텐데 무척 걱정이 되긴 했지만 괜히 참견했다가 봉변을 당하진 않을까 하는 마음에 멀찌막이 떨어져 눈으로 그 아저씨를 쫓고 있었는데. 조금 더 시간이 흘러 버스가 한 대 도착했다.
그런데 그때, 보도블록에 앉아 계셨던 그 아저씨께서 두 팔로 성큼성큼 아스팔트를 짚으며 앞으로 나아가시더니 번쩍 버스에 뛰어 오르시는 거였다. 그러니까 취객인 줄로만 알았던 그분이 다시 보니 하반신이 불편한 장애인이셨던 거다. 오마이갓 ㅠㅠ 그 높은 버스 계단을 풀쩍 풀쩍 두 팔로 뛰어오르시는 모습을 보며 나는 어찌나 가슴이 벅차오르던지 인간승리의 뜨거운 환희랄까 정말이지 그 순간 눈물이 핑 돌았었다.
새삼스럽게 그때 일을 떠올리게 된 이유는 <나를 아프게 하는 것이 나를 강하게 만든다>라는 책 때문인데 프랑스의 뇌성마비 철학자라 불리는 졸리앙은 탯줄이 목에 감긴 채 태어났고 그 후유증으로 뇌성마비를 갖게 되었다고 하는데 3살부터 17년간의 요양시설 생활을 통해, 전신이 마비된 사람들이 더없이 충만한 즐거움을 누리는 것을 목격하게 되고. 그리고 종교와 시대를 초월한 지혜의 메시지들을 통해 '집착 없는 삶의 자세'와 '결핍과 동거하는 삶의 자세'를 배웠다고 한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3/0515/pimg_775219146854081.jpg)
그러니까 이 책은 결핍된 삶을 탓하느라, 지금 누릴 수 있는 행복을 놓치고 있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철학자 졸리앙의 인생 잠언집인데 나는 특히 이 책이 이해인 수녀님 추천책 이라서 더 믿음이 갔다.
온몸으로 삶을 철학한 저자의 체험적 진실이 돋보입니다. 동서양의 지혜로운 가르침들을 깊이 묵상하고 생활 속에 적용하는 마음수행법은 따뜻한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어차피 상처받지 않고 사는 인생이란 불가능합니다. 아프지 않고 마냥 기쁘기만한 날들이 계속될 수는 없습니다. 불가능한 행복을 구하느라, 이 순간의 아름다움을 놓치는 이들에게 이 책은 상처를 안고도 꿋꿋하게 살아내는 법을 알려줍니다.
“가장 비극적인 순간에도 웃음은 존재한다”는 저자의 말을 새롭게 되새기며 나 자신에게 나직이 일러줍니다. “나를 아프게 하는 것이 나를 강하게 만든다”고. 세상에서, 수도원에서 오래 살고 보니 정말 그렇더라고.
- 이해인 수녀님 추천글 중에서
어차피 상처받지 않고 사는 인생이란 불가능합니다. 라는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그 말씀이 왜 그렇게 팍팍 가슴에 와 닿던지 ㅋㅋ 암튼, 수녀님께서 말씀하셨듯이 졸리앙 이야말로 정말 온 몸으로 삶을 철학하고 있는 철학자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다시 한 번 든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3/0515/pimg_775219146854082.jpg)
아낌없이 주는, 조건 없는 사랑을 저 자신의 삶과 육체를 위해 베풀어야 한다는 걸 실감한 적이 있습니다. 어느 역에 나가 있었는데, 그날따라 제가 남의 시선에 유난히 민감하더라고요. 제가 가진 이 몸뚱어리가 창피했습니다. 그래서 무작정 베네딕토 수사님께 전화를 걸었죠. 그리고 다짜고짜 저의 불편한 심정을 쏟아놓았습니다. 스포티한 근육질의 미남, 어떤 문제도 없는 사람이 되고 싶어 미치겠다며 마구 퍼부어댔습니다. 수사님이 묻더군요. “만약 오귀스탱한테 장애가 있다면 그래도 그 아이를 사랑하겠나?” 저는 대답했습니다. “그걸 말씀이라고 하십니까? 그야 당연하죠!” 그러자 수사님이 또 묻습니다. “그 아이를 돌보아줄 텐가?” “여부가 있습니까! 지금보다 훨씬 더 잘 보살펴줄 겁니다!” 그러자 수사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그럼, 오늘 당장, 지금 그 역에 있는 자네의 몸뚱어리를 자네 자식처럼 보살펴주게.” 그날 저는 전화를 끊자마자 역에서 덩실덩실 춤을 추었습니다! 제 몸뚱어리가 보살피고 아껴주어야 할 아이라는 것을 갑자기 깨달은 겁니다.
▣ 나를 아프게 하는 것이 나를 강하게 만든다 - 알렉상드르 졸리앙 :p 32
세상에 넘쳐나는 잠언집, 계발서, 철학서들 중에 유독 이 책이 반짝 반짝 빛날 수 있는 이유는 자신의 이야기를 너무나 진솔하게 털어놔주는 졸리앙의 매력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 이렇게 졸리앙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언제나 저 높은 어딘가를 바라보며 나는 왜 이것밖에 안 되는걸까? 자책하며 아등바등거렸던 내 모습이 스르륵 부끄러워지기 시작하면서 새삼스레 모든 것이 감사해지기 시작한다.
저는 행복이 쟁취를 통해 얻는 것이라고 종종 생각해왔습니다. 무언가를 소유하고, 차지하고, 쟁취해야만 한다는 것. 그런데 우리는 어쩌면 있는 그대로의 상황에 마음을 활짝 열고, 일상에 자신을 내줌으로써 기쁨을 누리는 게 아닐런지요. 제가 보기에 기쁨이란 쟁취보다 받아들이는 행위를 통해 더 잘 얻어지는 것 같습니다.
▣ 나를 아프게 하는 것이 나를 강하게 만든다 - 알렉상드르 졸리앙 :p 45
나는 정말 왜 이렇게 못났을까ㅠㅠ 쓸데없는 우울로 인생이 괴롭다면 지금 이대로의 나를 사랑하게 해주는 착한 책 <나를 아프게 하는 것이 나를 강하게 만든다>를 반드시 읽어보라고 권해주고 싶다.
공감과 덧글은 더 좋은 포스팅을 유발합니다ㅋㅋ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