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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문학의 맛있는 코드
석영중 지음 / 예담 / 2013년 3월
평점 :
맛있는 음식을 혼자서 야금야금 아껴 먹는 마음으로 <러시아 문학의 맛있 는 코드>를 아껴 읽고 있다. 솔직히 의외였다. 마침 안나 카레니나 1권을 읽고 있을 때 이 책을 봐 버려서 순간적으로 뿅~!! 눈에 들어온 책이기는 했지만... 이런 대놓고 음식 얘기에 내가 이렇게 흥미를 느끼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ㅎㅎ <러시아 문학의 맛있는 코드>는 시작페이지 저자의 말 부터 마음에 쏙 들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다." 정말 그렇다. 먹는 것에 대해 이보다 더 직설적이고 노골적이면서도 정곡을 찌르는 표현이 어디 있을까. 이 한 문장으로 인간의 삶 전체가 요약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음식은 인간의 생사를 결정한다. 먹으면 살고 먹지 않으면 죽는다. 먹는 것은 인간 생존의 가장 기본적인, 가장 중요한 조건이다. 그래서 목구멍이 포도청이다. 우리 말의 묘미는 먹는 것과 관련해서 타 언어의 추종을 불허한다. 우리는 그냥 '사는' 것이 아니라 '먹고산다'. 그냥 잘 사는 것이 아니라 '잘 먹고 잘 산다'. 교육은 밥상머리에서 하고 금강산도 식후경이고 먹을 때는 개도 안 때리고 먹다 죽은 귀신이 때깔도 곱다.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생리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살아 있다는 뜻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
목구멍이 포도청이기 때문에 인간은 '잘' 먹어야 한다. 안 먹어도 죽고 못 먹어도 죽고 너무 많이 먹어도 죽는다. 아무거나 먹어도 안 되고 아무거나 막 먹어도 안 되고 너무 가려 먹어도 안 된다. 그래서 음식은 역사 이래로 지금까지 인류 문화의 가장 중심에서 끈질기게 인간의 흥미를 자극해왔다.
▣ 러시아 문학의 맛있는 코드 - 석영중 :p4
와! 어찌나 쏙쏙 와 닿게 얘기를 풀어주시는지;; 도저히 중간에 끊을 수가 없어서 저자의 말을 통째로 다 옮기고 싶을 지경이다 ㅎㅎ ㅎㅎ 그러게 다~ 잘 먹고 잘살자고 하는 일인데! 그동안 내가 음식을 너무 소홀히 대했던 건 아니었는지 반성이 될 정도였다.
아닌게 아니라.. 나는 먹는데는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이다. 물론 나 역시도 입맛은 있는 인간인지라 눈 앞에 있다면 무엇이든 맛있게 잘 먹기는 하지만;; 단지 먹는 것을 위해서 몇 시간씩 맛집 앞에 줄을 서 차례를 기다린다거나 하는 일은 도저히 하지 않을 사람이기도 하고 먹어서 없어지는 것 보다는 무언가 물질적인 것을 남기는 쪽에 시간과 돈과 노력을 투자할 사람인데.. 이런 내가 음식 이야기에 빠져서 행복해질 수 있다니? 스스로 깜짝 놀라울 만큼 ㅎㅎ 이 책은 매력이 넘친다.
이 책은 푸슈킨부터 솔제니친까지 러시아 문학의 거장들이 음식을 어떤 코드와 상징으로 끌어들여 자신의 문학 세계를 풍성하게 일궈냈는지, 그를 통해 궁극적으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는지에 대해 흥미진진하게 들려준다. 음식으로 연결되는 문학작품, 작가의 삶, 작가가 살았던 시대를 다각도로 조명하여 음식이 시대의 흐름에 따라 어떻게 역사와 문화를 형성하고 문학 속에 상징적으로 형상화되어 불멸의 기호로 독자를 사로잡아왔는지도 함께 목격할 수 있다.
▣ 러시아 문학의 맛있는 코드 - 알라딘 책소개 중에서
책 소개에 적혀 있는 말처럼 이 책은.. 푸슈킨 솔제니친 이름만 들어도 어마어마한 러시아 문학의 거장들의 작품을 하나하나 파헤쳐 음식 위주로 풀이 해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 문학작품 속에서 사람들은 어떤 음식을 먹었고, 그 음식은 어디서 유래되었고, 그런 음식은 부유한 계층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는지? 일반 서민들이 먹는 음식인지? 분명히 음식에 얽힌 이야기 이지만 읽으면 읽을 수록 러시아의 역사가 궁금해지고, 러시아 작가가, 러시아 문학 작품들이 점점 점 더 궁금해지는 어매이징한 책 이랄까? ㅎㅎ
▲ 사진은 100페이지 남짓 읽었을때 찍었던 건데 ㅎㅎ 손에서 포스트잇 플래그를 놓을 수 없을 정도로 온통 흥미거리 투성이였다.
지루한 음식과 지루한 삶
그러면 러시아 음식, 러시아 식습관, 러시아 식사 예절에 대한 푸슈킨의 생각은 어떤가? 진부함에 대한 푸슈킨의 실랄한 반응은 러시아 음식에도 적용된다. 당대 국수주의자들과는 달리, 푸슈킨은 '남의 것'은 무조건 나쁘고 '나의 것'은 무조건 좋다는 식의 생각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반대도 마찬가지다. '남의 것'은 무조건 세련된 것이고 '나의 것'은 무조건 촌스러운 것이라는 것 또한 그의 생각이 아니었다. 남의 음식이건 나의 음식이건, 남의 문학이건 나의 문학이건, 푸슈킨에게 중요했던 것은 도덕적인 심판이나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재창조의 문제였다.
▣ 러시아 문학의 맛있는 코드 - 석영중 :p 62
아직 푸슈킨의 작품이라고는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는 시 한 구절 밖에는 모르는데 ㅠㅠ 책에서 자주 인용되는 <예브게니 오네긴>도 당장 읽고 싶어지고,
푸슈킨 이야기를 하다 말고 로알드 달의 <맛>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플래트가 포도주를 맛보면서 하는 말투가 푸슈킨의 말투와 대단히 유사하기 때문이다. 플래트는 포도주를 마치 사람처럼 이야기하는 버릇이 있다.
"조심성 있는 술이로군. 체, 저렇게 겁을 잔뜩 먹고 있는 것 좀 봐. 꼭 미친 사람 같다니까"라고 말하는가 하면 "상냥하군, 이 와인은. 너그럽고 기분 좋은 술이야. 조금 난잡스러운 듯싶기도 하지만 그런대로 싹싹한 녀석이야" 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 "과연 이것은 아주 재미있고 귀여운 술이로군. 온순하고 얌전하며 뒷맛이 마치 여자 같은 데가 있어."
▣ 러시아 문학의 맛있는 코드 - 석영중 :p 76~77
뿐만아니라 푸슈킨 얘기하다 잠깐 언급 되었을 뿐인 로알드 달의 <맛> 도 미치게 읽고 싶고...
이렇게 이 책에서 인용되는 작품들 뿐만 아니라 <러시아 문학의 맛있는 코드> 이 책 자체가 마치 "러시아 문학 대백과 사전" 처럼 느껴져서. 야금야금 마지막 페이지까지 완벽하게 다 읽고 나서도 완전 애장하며 ㅎㅎ 앞으로 러시아 문학을 읽게 될때마다 두고두고 곁들여 읽는다면 그 작품은 또 얼마나 더 깊고 재미있고 맛있게 읽을 수 있을까! 벌써부터 완전 든든하고 기대가 된다. ㅎㅎ 오! 푸슈킨이여, 톨스토이여, 도스토 예프스키여! 우리 조만간 더 정답게 만나자구요!!
아.. 최근에 우리 서여사님 병수발로 병원에 들락날락 하느라 ㅠㅠㅠㅠ 이 재미있는 책을 마저 못 읽어 얼마나 아쉬운지 모른다. 쪽수가 좀 있는 책이라 무겁기도 하고, 어쩐지 엄마 간호하면서 나 혼자 맛있는 이야기를 읽는다는게 어쩐지 좀 미안하기도 해서 병원엔 다른 책을 가져다 두었는데. 얼른 엄마도 완쾌하시고! 나도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느긋한 마음으로 다시 이 책을 집어들 수 있게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