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처럼 느긋하게 나이 드는 법 - 늘 청춘으로 산다는 것은 얼마나 피곤한 일인가
대니얼 클라인 지음, 김유신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슬렁슬렁 신간 구경을 하다가 "늘 청춘으로 산다는 것은 얼마나 피곤한 일인가?" 라는 문구에 꽂혔다. ~ 그러게.. 벌써 나이가 어느정도 있으심에도 불구하고 기를 쓰며 어려 보이려 발버둥치는 모습은 얼마나 안쓰러운 일인가? 반면에 아직 충분히 젊음에도 불구하고 애늙은이처럼 에고에고~ 늙어서 그렇다며 매사에 엄살을 피워대는 모습은 또 얼마나 꼴 보기 싫은 일인가! 이 두 경계선상에서 혹시 나도? 누군가의 눈에는 저런 모습으로 비춰지지 않을런지 전전긍긍할 나이는 아직 아니지만ㅎㅎ 나도 벌써 삼십대 중반이 되고 보니 자꾸만 나이듦에 관한 책들이 예사롭지 않게 보인다. 앞으로 한 살 한살 더 나이 들어갈 수록 점점 더 그렇게 되겠지? 정말로 어떻게 나이를 먹어야 철학자처럼 느긋하게 나이 들 수 있을까? ㅎㅎㅎㅎ

 

 

<철학자처럼 느긋하게 나이 드는 법>은 어떤 책인지 간단한 소개부터 먼저

 

 75세의 유쾌한 노학자 대니얼 클라인은 영원한 청춘을 꿈꾸며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현자들의 섬에서 찾아낸 ‘청춘 이후의 삶과 시간의 지혜’를 전해준다. 저자는 인공치아 시술 대신 그리스의 이드라 섬으로 여행을 떠나 기쁨의 철학자, 에피쿠로스에게 나이가 들어도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지 묻는다. 에피쿠로스뿐만 아니라 아리스토텔레스, 플라톤, 세네카, 키르케고르의 삶과 죽음에 대한 철학과 카뮈와 사르트르, 윌리엄 블레이크의 문학적 조언들을 아우르며 놓치기엔 아까운 인생의 마지막 선물들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흘러가는 시간을 즐기고, 사라지는 기쁨을 음미하며, 항구에 정박한 배처럼 느긋하게 삶을 살아가는 법을 배울 수 있다.

- 알라딘 책소개 중에서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게.

저자는 인공치아 시술 대신 그리스의 이드라 섬으로 여행을 떠나, 라는 부분인데.

프롤로그를 읽다가 ㅋㅋ 이 할아버지 대박!!!! 나도 모르게 박수 치게 되더라. ㅎㅎ

 

 

이번 여행에는 참으로 멋쩍은 동기가 있다. 치과에 간 것이 무작정 여행을 떠나게 된 동기이니 말이다. 치과의사 내트 박사는 내 입 속을 한참 들여다보더니 턱뼈가 줄어들었다면서 그건 나이가 들면 피할 수 없는 현상이라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아랫니들을 빼내고 인공치아를 심어야 한다고 진지하게 설명해주었다. 틀니를 낄 수도 있지만 틀니를 안전하게 고정시킬만한 치아가 없다고 덧붙였다. 게다가 틀니를 끼면 스테이크나 돼지갈비를 씹을 수도 없고....(중략)

그래서 나는 그 자리에서 인공치아를 하겠다고 계약서에 서명했다.

  

집에 돌아와 인공치아 시술 일정을 잡아보니, 수술 전문 치과 병원까지 가는 데 자동차로 한 시간은 족히 걸리고 더구나 치료를 모두 끝내려면 거의 일 년이 걸렸다. 물론 비용도 수천 달러가 들어간다. 이 나이에 그런 짓을 왜 꼭 해야 하나? (중략)

70대 초반에 접어든 이 마당에 웃을 때 얼빠진 노인네처럼 보인들 그게 무슨 수치냐? 턱뼈가 줄어드는 속도만큼이나 빠른 속도로 생각이 흐려지고 기동성이 떨어지고 있는 마당에 치료받으러 다니느라고 꼬박 일 년을 허비해야 한단 말인가? 그러고 싶지 않았다.

 

- 철학자처럼 느긋하게 나이드는 법 : 프롤로그 12~13 부분발췌

 

인플란트 대신 여행가방에 철학책을 가득 챙겨 넣고 그리스 이드라섬으로 여행을 택한 노학자의 탁월한 선택에 박수를!! ㅎㅎ

 

 

 

제일 먼저 포스트 잇 플래그를 붙이게 된 문장은 첫 페이지 "운이 좋은 사람은 젊은이가 아니라 일생을 잘 살아온 늙은이다. 혈기가 왕성한 젊은이는 신념에 따라 마음이 흔들리고 운수에 끌려 방황하지만, 늙은이는 항구에 정박한 배처럼 느긋하게 행복을 즐긴다."는 에피쿠로스의 명언이었는데. 햐아~ 첫 문장부터 느낌 좋고... ㅎㅎ

 

솔직히 철학 책이라 하면 에피쿠로스, 아리스토텔레스, 플라톤, 세네카, 키르케고르... 이름만 들어도 아이쿠야;; 머리부터 지끈지끈 해지는 것 같지만; ㅋㅋ 이런 센스쟁이 노학자를 따라 떠나는 철학 여행은 다큐멘터리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느긋하고, 때로는 나이 많은 스승님의 일기장을 들여다 보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알듯 하면서도 잘 모르겠고, 모르겠으면서도 조바심나지 않고, 또 모르면 모르는대로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철학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75세 노학자의 이야기이다보니 내 얘기처럼 폭풍 공감이 되거나 하지는 않지만. 즐겁게 살지 못하면 바르게도 살 수 없다, 욕망을 해소시키는 정원으로의 초대, 기억은 점점 더 풍요로워진다, 즐거움을 포기하지 않을 권리 등등등의 작은 제목만으로도 충분히 생각할 거리를 준다는게 마음에 들었다.

 

 

 

 

<철학자처럼 느긋하게 나이 드는 법>의 매력이라면 중간중간 이렇게 아름다운 그리스 섬마을 일러스트를 감상할 수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가 없는데 가만히 그림만 보고 있어도 아! 힐링 돼 ㅎㅎㅎ

 

특히 책 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얘기는 43에피쿠로스가 살아 있다면 이었는데.

 

미국인 한 사람이 이드라 섬에서 휴가를 보내던 중, 산책을 하다가 우연히 한 그리스 노인을 만났다. 그 노인은 바위에 걸터앉아 그리스의 전통주 우조 잔을 홀짝거리면서 바다로 빨려 들어가는 해를 한가롭게 바라보고 있었다. 노인이 앉아 있는 바위 뒤편 동산에는 올리브나무들이 자라고 있는데, 전혀 손질을 하지 않아 올리브 열매가 땅바닥에 떨어져 나뒹굴고 있었다. 미국인은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어 이 올리브 밭의 주인이 누구냐고 노인에게 물었다.

“그건 내 것이요.” 노인이 대답했다.

“올리브 열매를 왜 따지 않으세요?” 미국인이 물었다.

“필요할 때만 따지요.” 노인이 대답했다.

“미국 사람들은 신선한 올리브에서 짜낸 올리브오일을 아주 좋아해요. 가지치기도 해주고 올리브가 잘 익었을 때 따면, 시장에 내다 팔 수 있잖아요? 좋은 값을 받을 수 있을 텐데요.

“그 돈으로 뭘 하겠소?” 노인이 물었다.

“집도 크게 짓고, 하인들도 고용해서 마음껏 부려먹을 수도 있잖아요?

“그 다음에 또?

“원하는 것은 뭐든지 할 수 있어요!

“이를테면, 지금처럼 야외에서 앉아서 우조를 홀짝거리며 석양을 바라보는 것 말이요?

- 철학자처럼 느긋하게 나이 드는 법 : 에피쿠로스가 살아있다면 43~ 44

 

더 이상 아무 말 할 수 없었을 것만 같은 ㅋㅋ 한 방 먹은 미국인의 표정이 눈에 선하다.

 

 

책은 점점 뒤로 갈수록 초고령기의 삶으로 초점이 옮겨 지는데 노망과 요실금을 각오해야 하고, 점점 이가 빠지고, 눈이 어두워지고, 입맛을 잃고 모든 것이 없어지는...... 그러면서 212(쓸모 없는 인간이 되기 전에) 라는 장에 접어들어선다.

 

 

“인생이라는 배는 사람들을 태우고 아주 빠른 속도로 항구에 닿는다. 누구에게나 그 항구가 목적지이지만, 어떤 배는 항해하는 도중에 꾸물대기도 하고, 어떤 배는 마음을 조마조마하게 만든다. 그런 인생에는 반드시 집착할 필요가 없다. 그저 살아 있는 것이 좋은 것이 아니라 잘 살아야 좋은 것이다. 그러므로 현명한 사람이라면 자신이 살 수 있을 때까지 살지 않고 살아야 할 때까지만 살 것이다. 슬기로운 사람은 삶의 양을 중요시하지 않고 삶의 질에 중점을 둘 것이다. 괴로운 일이 많이 일어나 마음의 평화가 깨지기 시작하면 자기 자신을 해방시킨다. 남아 있는 것이 조금밖에 없을 때에는 잃을 것이 그다지 많지 않다. 일찍 죽느냐 늦게 죽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잘 살다가 죽느냐 앓다가 죽느냐가 문제다. 잘 살다가 죽는 것은 앓았다가 죽는 위험을 피하는 것이다.

- 철학자처럼 느긋하게 나이 드는 법 : 쓸모 없는 인간이 되기 전에 212p

 

 

그저 살아있는 것이 좋은 것이 아니라 잘 살아야 좋은 것이다. 라는 의미 심장한 고민과 함께 본격적으로 치매가 진행되기 전에 자살할 수 있는 권리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이야기 하고 있어 나는 좀 많이 놀랐지만. ! 그럴 수 있겠구나. 아직 젊고 건강한 나 역시도 혹시 치명적인 질병에 걸리거나 하는 상황이 일어난다면? 삶의 양 보다는 삶의 질에 중점을 두고 싶어하지 않을까? 진지하게 한번쯤 고민해보는 계기도 만들어 주었고.

 

이렇듯 <철학자처럼 느긋하게 나이 드는 법>은 아주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기도 하지만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너무 심오해서 과연 이런게 철학이구나! 싶을 만큼 사색적인 책이라는 생각도 들어서 가끔 인생의 고비고비에서 '나라는 인간은 도대체 왜 살고 있는 것일까?' 같은 뜬금없는 질문이 떠오를 때마다 곁에 두고 읽으면 좋을 책인 것 같다. 특히. 나이든 철학자의 지혜를 빌리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

 

 

철학자처럼 느긋하게 나이 드는 법 -
대니얼 클라인 지음, 김유신 옮김/책읽는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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