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가 본 나라엘 가 보면 행복하다지만, 많이 보는 만큼 인생은 난분분(亂紛紛)할 뿐이다.
보고 싶다는 열망은 얼마나 또 굴욕인가. 굴욕은 또 얼마나 지독한 병변인가.
내 것도 아닌 걸, 언젠가는 도려내야 할 텐데. 보려고 하지 말라. 보려고 하지 말라.
넘어져 있는 부처의 얼굴을 꼭 보고 말아야 하나.
제발 지워지고 묻혀진 건 그냥 놔두라.
가장 많이 본 사람은 가장 불행하다.
내 앞에 있는 것만 보는 것도 단내 나는 일인데,
땅속에 있는 전설을 보는 자들은 무모하다. 눈으로 보아서 범하는 병.
끌려 나온 물고기가 눈이 튀어나온다.
난분분하다 - 허연 시집 『나쁜 소년이 서 있다 중에서 』
*난분분하다 (亂紛紛--)[난ː분분하다]
[형용사] 눈이나 꽃잎 따위가 흩날리어 어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