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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만 있어줘
조창인 지음 / 밝은세상 / 2012년 11월
평점 :
품절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2/1123/pimg_775219146801210.jpg)
<가시고기>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장안의 화제였던 조창인님의 새 소설 <살아만 있어줘>를 읽었다.
처음 이 책을 펼쳐들면서 "여보.. 혹시 가시고기 읽어봤어?" 물어봤었다. 질문에 혹시?가 들어간 이유는 온 사방에 책이 널려 있는 집에서 매일 매일 책 읽는 아내와 함께 살고 있으면서도 한 번도 스스로 책 펼쳐 본 적이 없는 '책 안 읽기로 유명한 남자' 가 바로 우리 여보 이기에 물으나 마나한 질문인가 싶어서였다. 그런데 그런 꽃재만씨도 <가시고기>는 당연 읽어 봤다고 할 정도이니 우와아앗!!! 조창인이라는 작가가 무라카미 하루키 보다, 폴 오스터 보다, 그 어떤 작가보다 더 대단한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우리 집에서 만큼은;;)
책 표지와 책 제목에 아주 커다란 영향을 받는 나는 처음 이 책을 봤을때 에이, 표지가 왜 저래 심심할까? 제목은 또 저게 뭔가 싶었다. 하지만 옛정으로 ㅋㅋ (가시고기를 읽으면서 나는 얼마나 펑펑 눈물을 쏟았던가!) 살짝 촌스러 보이지만 제목만큼 절절한 소설이 아닐까? 기대치를 높여 보았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2/1123/pimg_775219146801211.jpg)
책 소개를 어떻게 할까? 뒷표지에 나오는 전형적인ㅋ 책소개 문구를 옮길까? 하다가 문득 이 장면이 눈에 걸렸다.
함께 병실을 쓴 이튿날, 소라가 물었다.
-언니, 정말 다리에서 뛰어내렸어?
꼬맹이한테 일일이 설명하고 싶지 않았다. 꼬맹이가 아니더라도 마찬가지였다. 스스로를 죽이고자 한 이유는, 스스로를 죽이고자 각오
해 본 사람 이외에는 모른다. 어떠한 이유도 절대 낙듭시킬 수 없다. 소라가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얼굴로 말했다.
-난 살고 싶어 죽겠는데, 언니는 반대네.
말하는 수준 하고는.... 간단히 무시했다. 그러나 소라의 얼굴을 볼 때마다 그 말부터 떠오르곤 했다.
살고 싶어 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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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이 책은 죽고 싶어하는 해나의 이야기이다. 또 반대로 하루라도 더 살고 싶은 중년 남자(베스트셀러 작가)의 이야기다.
나, 이제, 죽습니다. 이렇게 이 소설은 시작된다. 첫 시작부터 자살이라니 어;;; 아직 준비도 안 됐는데 깜짝 놀랐다.
죽음을 다룬 소설의 메시지는 너무 뻔하지만 "삶의 희망" 아닌가? 책을 읽어 갈수록 주인공 해나는 왜 그토록 꽃다운 스무살 나이에 죽으려고 했을까 궁금해지다가 점점 해나의 마음이 어떻게 죽음에서 삶으로 돌아서게 될까? 궁금하다가.. 그렇다면 지금 내가 살고 싶은, 살고 있는 이유는 뭘까? 까지 생각해 보게 만드는 책이었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2/1123/pimg_775219146801212.jpg)
이야기를 빨리 따라가려고 휙휙 책장을 넘기면서도 호오~ 이런 표현은 내 책노트에 옮겨 둬야지하며 열심히 포스트잇 플래그를 붙였다. '서글픈 단정이구나'.... 쓸쓸한 작가님의 대답에도 '인희의 말이 내 가슴을 관통했다.' ,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주름이 펴지고 머릿속이 환해지는 듯한 느낌' 이런 표현에도 ㅋㅋ
해나는 폭신한 소파에 앉으며 속말을 중얼거린다.
돈이 좋긴 좋아.
돈으로 행복과 불행이 나뉘진 않는단다. 그저 편리와 불편의 차원이라고 말한다. 아니, 우기고 싶어 한다. 가난뱅이일수록 그렇다. 아무
리 의미를 축소해도 행복과 불행의 안내 표지판 구실은 한다. 웬만해선 표지판의 지시를 좇아야 한다. 예컨대 부자가 자살하면 돈과는 무
관하다. 다른 이유가 있다. 그러나 가난뱅이의 경우는 십중팔구 돈 때문이다. 돈이 뿌리고, 숱한 이유를 내세워도 뿌리에서 뻗어나간 가지
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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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뱅이의 경우는 십중팔구 돈 때문이다. 이런 구절에선 빨갛게 색칠까지 해가면서.. 아!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장면 또 하나 있다.
소주를 마시고 웨아스를 한 입 깨물면 왠지 세상 밖으로 튕겨져 나온, 허겁지겁 아우성대는 꼴에서 멀찌감치 떨어진 듯했다. 아무도 웨
아스 따위를 안주로 삼지 않는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적어도 남들처럼 살고 싶지 않다는 통쾌함이랄까. 그 느낌이 마음에 들었다. -29
영화배우 하정우가 힐링캠프에 나와서 소주에 건포도를 안주로 먹었다는 이야기를 한적 있었는데.. 해나, 이 친구도 뭘 좀 아네 ㅋㅋ 느낌 있네~ 살아있네~ ㅋㅋ 웃으며 읽었던게 기억난다 ㅋㅋ
작가님께서 그 어떤 소설을 쓸 때보다 산고가 컸다고 말씀하시는 <살아만 있어줘>는 입에 담기도 살짝 조심스러운 자살에 대한 이야기라 그런지? <가시고기>를 읽었을 때보다 내가 훨씬 더 때가 묻어서 그런지? 읽으며 눈물 한 방울도 나오지 않았지만... 총 384쪽의 꽤 두꺼운 책임에도 (사실 두꺼운 책 울렁증이 있는 나는 책 읽던 중간 갑자기 나타난 수애부분을 좀 없애버리고 싶긴 했지만) 잘 읽혔다. 에필로그를 읽으면서는 먼 훗날.. 그 뒷 이야기까지 슬쩍 궁금해졌다. 해나는 잘 헤쳐 나가고 있겠지? ^_^ㅋ
요약 : 나, 이제, 죽습니다. 이렇게 소설은 시작되지만 살아서 같이 소고기 사 묵자는 희망적 이야기. 방황하는 청소년 & 첫사랑을 애틋해하는 중장년이 읽으면 더 좋을 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