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봄 그 해 여름
김성문 지음 / 서울문학출판부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이런 생각을 자주 한다. 내가 조금 더 어렸을때부터 책 읽기를 좋아했다면..
저런 인생도 있구나.. 인생에 이렇게도 많은 길이 있다는 걸.. 조금만 더 일찍 알게 되었다면..
나는 지금보다 더 재미있는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 하는.. ㅋ
그런 아쉬움 때문인지 요즘은 내 나이를 웃도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관심이 간다.


지나치게 안정된 생활, 더이상 어떤 변화도 일어날 수 없을 만큼 견고하게 다져진 일상이 문제였다.
이대로 인생이 끝나버릴 것 같은 확신 때문에 그녀는 초조했다.
어린 시절 겪었던 성장기의 불안과, 내일에 대한 기대로 부풀었던 기억들이 그리웠다. – 109쪽


쉰한 살 그녀의 이야기가 어렴풋이 와 닿는걸 보면.. 나도 진짜 나이를 먹긴 먹었나부다..;;
나도 저 나이쯤 되면 저런 생각들을 하고 살까? 나는 어떤 모습일까?
나도 저런 모습은 닮아야지.. 에이~ 나는 저렇게는 늙지 말아야지..
미리 짐작해 보고, 미리 상상해보는 재미도 있고.. 사실 이 책은 예쁜 표지에 혹; 했던거였는데ㅋㅋ
실물을 받아보니 꽃다발을 안고 있는 그녀의 얼굴이 너무 피곤해보여서 살짝 김이 새긴 했지만

그래도 <어느 봄 그해 여름> 제목은 참 좋구나~

<어느 봄 그해 여름>은 그러니까 중년의 사랑이야기인데..
나만 그런걸까? 중년의 사랑 이라면 제일 먼저 떠 오르는 단어가.. 애석하게도 불.륜. ㅋㅋ
그래도 이 책 속 주인공들은 불륜 아니라 다행이기도 했지만..
쉰 한살에 사랑을 하려면, 이혼을 하거나, 남편이 죽어야(?) 되는구나;;
헉;; 어머.. 진짜 그렇겠구나.. 당연한 사실이.. 새삼스레 충격으로 다가왔다 ㅋ 

 

 좀 이상한 얘기 같지만.. 난 아주 예전부터 동글동글 그 어느나라의 묘지보다 우월하게 아름다운..
내가 모르는.. 그 언젠가 죽은 사람들이 잠자고 있는 조용한 공원묘지에서..
두런두런, 요즘 세상은 이렇게 돌아가고 있다고. 그곳은 춥진 않느냐고..
폐가 되지 않는다면.. 조용히.. 그렇게 앉아 있다 오고 싶다. 생각 했었는데..
특별하게도, <어느 봄 그해 여름> 석주 아저씨의 직업이 공원묘지 소장이었다. 그래서인지
참 듬직하고.. 성실하고 예의바른 석주아저씨의 외롭고 쓸쓸했던, 지난 날을 되짚어 보는것도..
예상 외로? 지루하지 않았고. 특히 아홉 걸음 걸어가다 뒤 돌아본다는 지리산 멧돼지 구보! 이야기는
어찌나 재미있고 실감이 나던지ㅋ
마지막 즈음에선 수연 아줌마보다 내가 먼저 앗, 구보다! 하며 반겼었다.


"찾은 것 같아요. 정말로 국자모양 별이 일곱 개네요."
"그게 바로 '큰곰자리' 중에서도 '북두칠성'으로 불리는 별자리요.
이번에는 북두칠성 부근에 크기는 작지만 역시 비슷한 모양의 별자리가 보일 거요.
흔히 '작은곰자리' 라고 불리는데 손잡이의 끝부분에 있는 것이 바로 알파별인 북극성이오."
– 325쪽

그러고 보니 나는 특히
우리나라 남자 작가가 쓴 소설은 어쩐지 생각만 해도 고지식하고 답답해서 늘 관심 밖으로 두었었는데..
이상하게도 <어느 봄 그해 여름>에서는 수연 아줌마보단, 석주 아저씨 쪽이 더 매력으로 느껴졌다. ㅋ

자연을 사랑하고, 평생 한 여자만 사랑하고, 사소한 들풀과 말못하는 동물들과도 이야기 나눌 줄 아는..
그런 듬직하고 마음 따뜻한 남자가. 하늘을 보며.. 내가 모르는 별 자리를 알려주고..
이름 모를 나무와 꽃들의 이름을 하나 하나 이야기해주면 좋겠다... 뭐 이런 로망? ㅋㅋ 때문일까? ㅋㅋ
아무튼, ㅋㅋ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마지막 반전까지도.. 흥미로웠다.


하지만..
"남자들이 사랑에 빠지는 이유는 상대에게서 특별한 점을 발견했기 때문이오.
그리고 내가 본 당신은 세상 어떤 여자보다도 아름답소." – 370쪽

때문이오.. 아름답소.. ㅋㅋ 당신한테 긴히 할 얘기가 있소. 이런 ㅋㅋㅋ 말투는 초큼 ㅋㅋ 그렇지 않나?
읽으면서 자꾸만 손 발이 오글오글 거려서 혼났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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