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봄 그 해 여름
김성문 지음 / 서울문학출판부 / 2011년 2월
품절


눈에 보이는 것과 존재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라는 것을. 그 둘 사이를 구분하는 느낌으 차이를 사람들이 완전히 관과하고 있다는 것을. 그래서 그는 외계인, 천사, 인어처럼 비록 본 적은 업지만 이름이 있는 것들은 무엇이나 존재한다고 믿게 되었다. 그런 낱말이 있다는 것은 누군가가 그 존재를 느꼈기 때문일테니. -21쪽

봄은 아직 가지 않았고, 여름은 아직 오지 않았다. 날씨는 제법 따뜻했다.-27쪽

쉰한 살은 남편을 잃기엔 너무 빠르고 그녀가 여자로 돌아가기엔 너무 늦은, 정말로 이상한 나이였다.-55쪽

그는 손수건과 그녀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본 다음 두 번째로 미소를 지었다. 따뜻하고 깊은 미소였다. 그러자 수연은 뱃속에서 뭔가가 끓고 있는 기분을 느꼈다.-67쪽

한때는 그를 잘 안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떤 부분은 정말로 그러니까요. 이를테면 서류를 작성할 때 석주는 항상 서명부터 했는데, 그렇게 하면 좀 더 책임감을 갖고 보고서를 쓸 수 있다는것이 이유였죠. 석주는 그런 친구였어요. 사소한 일에도 신념을 갖고 행동하는, 흔치 않은 부류의 사람이었죠. -84쪽

지나치게 안정된 생활, 더이상 어떤 변화도 일어날 수 없을 만큼 견고하게 다져진 일상이 문제였다. 이대로 인생이 끝나버릴 것 같은 확신 때문에 그녀는 초조했다. 어린 시절 겪었던 성장기의 불안과, 내일에 대한 기대로 부풀었던 기억들이 그리웠다. -109쪽

하지만 도저히 사랑할 수 업슨 사람들은 따로 있었다. 그들은 겉으로 드러난 결점이 거의 없었다. 주일마다 빠짐없이 예배에 참석하고, 항상 예의가 바르며 옷차림도 반듯했다. 하지만 그들은 남의 결점을 지적하는데 아무 거리낌이 없었다. 그리고 자신들한테는 그럴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들은 항상 정중한 태도로 옳은 말만 하지만 그 옳은 말이야말로 듣는 사람에게는 깊은 상처를 남겼다.-146쪽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자신을 인정하기가 어렵소. 그러려면 먼저 위선을 벗고 스스로에게 정직해야 하니까. 난 그걸 용기라고 불러요. 젊은이들의 무모함과는 다르오 누구나 다 그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내 생각이지만 극히 일부분의 사람들만 자신을 제대로 인정하는 것 같소. 그런 면에서 당신은 정말로 용기 있는 여자요."-183쪽

"찾은 것 같아요. 정말로 국자모양 별이 일곱 개네요."
"그게 바로 '큰곰자리' 중에서도 '북두칠성'으로 불리는 별자리요. 이번에는 북두칠성 부근에 크기는 작지만 역시 비슷한 모양의 별자리가 보일 거요. 흔히 '작은곰자리' 라고 불리는데 손잡이의 끝부분에 있는 것이 바로 알파별인 북극성이오."
-325쪽

"왜 나이가ㅏ 들면 모든 게 미안해지는 걸까?"
"무슨 얘기야?"
"그냥 그런 생각이 들어. 내가 번 돈으로 집을 삿는데도 정작 그 집은 자식들 거라는 생각, 젊음을 바쳐 일한 이 자리도 내것이 아니라 후배들 거라는 생각 말이야. 이러다 숨쉬는 것까지 죄책감이 드는 건 아닌지 몰라."-336쪽

"그야 당신은 특별하니까."
"잘못 봤군요. 난 그저 평범한 여자에 불과해요."
"당신은 특별해요. 내가 그걸 보증하지."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수연에게 가까이 다가오라고 손짓했다. 그녀를 침대에 앉힌 다음 그녀의 허리에 팔을 둘렀다.
"내가 보고 있는 걸 당신도 봐야 해. 이리와서 내 눈을 들여다봐요. 그러면 틀림없이 거기에 당신이 있을 거요. 내 말 명심해요. 남자들이 사랑에 빠지는 이유는 상대에게서 특별한 점을 발견했기 때문이오. 그리고 내가 본 당신은 세상 어떤 여자보다도 아름답소."-37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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