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김혜자 지음 / 오래된미래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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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우십니다. 아름답다는 말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사실 이런 책이 있다는 건 오래전 부터 알고 있었지만.. 벌써 오래전에 내 책장에도 꽂아둔 책이었지만
너무 마음이 아플까봐.. 너무 무거울까봐 차마 읽지 못하고 있었다.
왜 그랬을까? 왜 착한척 교만을 떨었을까? ㅋ 진작 읽어볼것을..;;

일단, 김혜자선생님 하면 한비야님의 책 <그건 사랑이었네> 한 구절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근데 비야씨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기분 나쁘게 듣지마. 전부터 꼭 하고 싶었던 얘기가 있거든"
혜자마마는 그 큰 눈을 깜빡이더니 큰 결심을 하신 듯 숨을 크게 한 번 쉬고 나서 이렇게 말했다.
"비야씨는 외모에 너무 신경을 안 쓰는데 그러면 안 돼요.
자기랑 나는 사람들에게 언제나 가슴 아픈 얘기를 해야 하잖아요?
전하는 얘기가 힘들고어려울수록 전달하는 사람은 매력적이어야 해요.
도와달라고 말하는 사람이 매력적이면 더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 절대 잊지 말아야 해요."

"비야씨한테 하얀 원피스를 입으라는 건 아니죠. 그러나 이제 자기도 두 얼굴이 있어야 해요.
현장에서 도와줄 때의 얼굴과 현장 밖에서 도와달라고 할 때의 얼굴 말이죠.
두 번째 얼굴은 매력적일수록 좋아요. 여성의 매력을 그런 데 쓰는 건 절대 부끄러운 일이 아니에요."
-그건 사랑이었네 44~45p


아 정말... 한비야언니가 지어준 <혜자마마>도 ㅋㅋ 너무나 김혜자선생님께 잘 어울리는 별명같고ㅋ
혜자마마님 말씀도 참 ~ 맞는 말씀이라... 나도 같이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었는데..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를 읽기 전에는 그저, 좋은 일 많이 하시는 한국의 오드리 햅번? 정도로만 가볍게 생각했었는데..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읽어 나갈수록, 어쩌면 그렇게도 아름다우신지.. 어쩌면 그렇게도 따사로우신지..
팔랑~ 팔랑 책장을 넘겨 갈수록 그 따뜻한 마음이 내게도 전해져와서.. 가슴이 아릿했다. 

 

33페이지엔 이런 구절이 나왔다.
천상병 시인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고 썼지만,
나는 '전 좀 지루했어요. 아주 작은 것들이 저를 행복하게 할 때도 물론 있었지만.... '하고 말할것 같습니다.
산다는 것은 참으로 이상합니다. 사람들은 나를 뛰어난연기자, 한국의 여인상, 어머니상, 언제나 사람들의
관심 속에서 살고 화려한 조명속에서 평생을 살아온 여자, 행복한 사람,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렇습니다.
난 행복합니다. 마음속 어딘가에 끝 모를 허무감만 없다면!
나는 누구인가, 왜 이곳에 있는 걸까를 끊임없이 묻고 있지만 않다면!


전 좀 지루했어요.. 라니.. ㅋ 정말 ㅋㅋ 귀여우시다.. ㅋㅋ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남 부러울것 없는 삶을 살고 계시지만 열아홉 살까지만 살고 죽어야지 결심했었다는
구절에선 깜짝 놀랐다. 화려한 여배우의 삶도 한 없이 행복하지만은 않구나..
정말 삶이란 뭘까? 행복이란 뭘까? 싶기도 하고...

그리고 책 2부에서는 혜자마마를 인도로 이끈 어느 시인?이 과연 누구일까?가 몹시도 궁금했다.


산자이의 막내여동생은 어디가 아픈지 얼굴에 푸른색이 도는 가냘픈 소녀입니다.
보고 있으면 너무 가냘퍼 그냥 부서질 것만 같습니다. 아무도 그 아이에게 관심을 갖지 않았지만,
시인은 그 아이를 무척 이뻐합니다. 어느 날은 내 샴푸를 가져다가 소녀의 긴 머리를 감기고
햇볕에 그 머리가 다 마를 때까지 가만가만 빗질을 해주는 것을 보았습니다.
나도 시인처럼 그렇게 조용히 누군가를 돕고 싶습니다.
하지만 나는 가능하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야 하니까 그렇게 할 수가 없습니다.
내 역할은 따로 있다는 것을 압니다. -200p

마지막 감사의 글에서.. 드디어 그 시인의 이름이 나왔다.
삶이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늘 힘이 되어주고 방향을 가리켜 보여준 류시화 시인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당신이 아니었다면 이 책은 세상에 없었을 겁니다. 라고.... ^_^
내가 스무 살 무렵에 가장 좋아했던 책이 류시화님의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이었는데..
그때 부터 내가 안목이 쫌 있었구나! ㅋㄷㅋㄷ 자부심이 느껴졌다 ㅋㅋ  

 

세계 인구를 1백명으로 축소시키면
50명은 영양부족, 20명은 영양실조이며, 그중 한 명은 굶어죽기 직전인데 15명은 비만이다 - 20p

그동안 한비야님의 책이나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같은 책을 읽고 왜? 우리는 그런 사실을 모른척 할까?
세계 모든 사람들이 돈 천원씩만 모아도. 세상에 굶어 죽는 사람은 없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었는데..
이 책을 읽고.. 아.. 그런 사정이 있구나.. 이념의 차이, 문화의 차이, 전통의 차이, 사고방식의 차이... 때문이구나..
어렴풋이나마 깨닫게 되었다.. 이런 책을 읽었다고 해서 내가 뭐 ㅋ 큰 일은 할 수 없겠지만..
나는 결혼 예물로 다이아몬드 따위 하지 말아야지 ㅋㅋㅋ 결심했다.


2011년 새해. 좀 있음 구정이고하니..
올 한해 무언가 뜻 깊은 일을 하고 싶다면 이 책을 사라고 말하고 싶다.
올 한해 나도 무언가 좋은 일 하나쯤은 하고싶다면? 이 책을 사라고 말하고 싶다.
그래도 책 읽기는 싫다면... 그래도 이 책을 사라고 말하고 싶다..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단지 제목만으로도 얼마나 아름다운지.. 인테리어용으로도 아주 그만이다!
(저자의 인세는 세상의 가난한 아이들을 위해 모두 쓰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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