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삼관 매혈기
위화 지음, 최용만 옮김 / 푸른숲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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꺅꺅 ㅋ 오랫만에 정말 재밌는 책 <허삼관 매혈기>

허삼관 매혈기? 어쩐지 제목부터 독특해서 일단 질러두었던 책인데.. 읽어 본 분들이 모두들 재밌다고, 웃긴다고들 하셔서 응? 매혈.. 피를 파는 이야기가 서글플텐데;; 어떻게 웃길수가 있을까? 몹시도 궁금해서 냉큼 펼쳐보았다.

우선, 서문부터 몹시 마음에 들었다. "모든 독자는 자신의 일상적인 경험과 상상력에 기초해 문학작품을 읽는다. 만약 이 작품이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였다면, 분명 그의 마음속 깊은 곳에 숨어 있던 어떤 생각과 감정을 일깨웠기 때문일 것이다. (중략) 모든 독자는 문학작품에서 자기가 일상에서 느껴온 것들을 찾고 싶어 한다. 작가나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바로 자기가 느껴온 것 말이다. 문학작품의 신비로운 힘은 여기서 나온다. 모든 작품은 누군가가 읽기 전까지는 단지 하나의 작품일 뿐이지만, 천 명이 읽으면 천 개의 작품이 된다." 한국어판 개정판 서문 5~6page

이렇게 독자의 마음을 잘 헤아릴줄 아는 작가의 글은 분명! 가치 있을것이다는 확신이 생겼다. 그리고 서문 마지막에 "나와 같은 일을 하는 한국 친구 공지영 선생께도 감사드린다." 내가 좋아하는 공작가님 이름이 나와서 어찌나 더 반갑던지 ㅋ  

  

책 뒤표지에 책 줄거리가 잘 요약되어있다. 잠깐 옮기자면. 중국이 낳은 세계적인 작가 위화 그가 세상 모든 아버지에게 건네는 따뜻한 황주 한 잔. ㅋ 아내를 위해, 아들을 위해 피를 팔아 살아가는 한 남자의 웃음과 눈물 / 삶의 고단함과 슬픔을 능청스럽게 껴안는 익살과 해학 그 뒤에 자리한 인간에 대한 속 깊은 애정

책 내용은 제목 그대로 허삼관씨의 매혈기다. 피를 한 번 팔아 아내를 얻고, 두 번 팔아 자식을 치다꺼리하고, 세 번 팔아 식구들을 배고픔에서 구하고... 뭐 이런 이야기인데. 아~아 어찌나 재밌게~ 맛깔나게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지 키득키득 정신없이 웃다보면 문득 가슴속에서 따뜻한게 싹터 오르는 느낌이 든다고나 할까? 이런 책 완전 좋다. ♡ㅅ♡

피를 판다고 하면.. 얼마나 먹고 살게 없으면 피를? 쯧쯧하며 가련한 마음이 생기기 마련인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 허삼관의 고향 마을에서는 누가 피를 팔면 그건 그 사람이 건강하단 뜻이고, 피를 한 번도 팔아보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사윗감에서 탈락하기도 한다. 하긴 요즘도 헌혈은 신체 건강한 사람만 할 수 있으니 설득력이 있다. 어쨌든 주인공 허삼관은 처음 피를 팔아 번 돈 삼십오 원으로 미녀 허옥란과 결혼을 하고 일락이, 이락이, 삼락이 세 아들을 낳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생사 공장에서 누에 치는 일을 하는 허삼관도 진짜 매력있는 캐릭터이지만 허옥란도 그에 못지 않은데.. 꽈배기 튀기는 일을 하고, 꽈배기 서시 (서시 :춘추시대 월나라의 미인으로, 중국에서는 미인의 대명사) 라고 불릴 만큼 엄청난 미인에 놀라거나 애교를 부리거나 할때는 어김없이 아이야~ ㅋ 를 연발한다 특히나 허삼관이 제일 애지중지 하던 아들 일락이가 허삼관의 자식이 아니라 허옥란이 결혼하기 전에 알고 지냈던 하소용의 아들이란게 밝혀지면서 이야기는 점점 더 재밌어 지는데..

첨엔 이렇게 착한 허삼관을 자라 대가리로 만들다니 ㅠ (중국에서 남자에게 하는 최대의 욕으로, 무능하고 바보같은 자를 일컫는다) 하는 마음에 허옥란이 헤프고 나쁜 여자 같았는데. 가만히 살펴 보니 얼굴도 예쁘고 재주도 많고 부지런하고 당차서, 허삼관 만큼 허옥란도 어찌나 사랑스럽던지. ^_^*  


"어제 돈을 갚았으면 괜한 헛수고는 안 했을 거 아니오?"
"그렇게 말하면 안되지."
"일이란 다 닥쳐야 하게 되는 거요. 사람이란 막다른 길에 이르러서야 방법이 생기는 거란 말이외다. 그건 막다른 길에 이르기 전에는 행동을 취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불분명하기 때문이지."
<허삼관 매혈기> -114 page


* 나는 특히 허삼관이 극심한 가뭄에 주린배를 부여잡고 잠자리에 누워 아들들과 부인에게 말로 요리를 한 접시씩 만들어 주던 장면이 제일 제일 좋았다.  

"아버지, 네 점 주세요." 그럼 삼락이 한테는 고기를 네 점 썰어서...... "아버지 하나만 더 썰어주세요."
"넌, 네 점만 먹어도 배가 꽉 찰 거야. 너 같은 꼬마가 다섯 점을 먹으면 배 터져 죽는다구. 자, 우선 고기를 끓는 물에 넣고 익히는데.... 너무 많이 익히면 안돼.. 고기가 다 익으면 꺼내서 식힌 다음 기름에 한 번 튀겨서 간장을 넣고.. ...(중략) 자, 홍사오러우가 다 됐습니다..." (중략) 이 요리는 삼락이 한테만 주는거야. 삼락이만 침 삼키는 걸 허락하겠어!!ㅋㅋ 너무 귀여워 +_+


아. 야심한 이 밤 나도, 돼지 간 볶음에 황주가 땡긴다!
"여기 돼지간 볶음 한 접시하고 황주 두냥요~ 황주는 따뜻하게 데워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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