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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강 밤배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5년 1월
평점 :
정말로! 오랫만에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을 읽었다. 맨처음 읽었던 <키친> 때부터 요시모토 바나나는 내게 좀 특별한 작가였는데.. 뭐랄까? 무섭고 두렵고 너무 막연한 일이라 생각해 보고 싶지 않았던 죽음에 대해서. 혹은 곁에 있던 누군가의 죽음 후 덩그렇게 남겨지게 된 사람의 심정에 대해서.. 조금 더 진지하게. 조금 더 가볍게. 죽음에 대해서. 짐작해 보게 해준다.
세 편의 짧은 단편으로 이루어진 <하얀 강 밤배>에서도 역시 다들 죽는데..
책 제목이기도 한 <하얀 강 밤배>에서는 친한 친구가 죽고. <밤과 밤의 나그네>에서는 가족인 오빠가 죽고.
<어떤 체험>에서는 서로를 증오하며 살벌하게 싸우기만 했던 애인의 또 다른 애인이 죽는다. 몇해 전 어린시절 내 우상이었던 최진실이 죽었고. 얼마전엔 최진영이 죽었다. 너무나 슬프고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미 어쩔 수 없는 일이 되어 버렸으니. 이런 책이라도 읽으면서 그곳에서 행복하길 빌어주는 수밖에.. 남은 사람들도 그럭저럭 잘 지낼거라고..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한때, 요시모토 바나나의 <키친>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바나나의 책이라면 뭐든지 다 갖고 싶은 욕망이 있었는데 <불륜과 남미> <암리타> <티티새> <아르헨티나 할머니> <도마뱀> 이렇게 잘 나가다가 <하치의 마지막 연인>을 읽고 멈칫 해버렸다. 시기가 안 맞았던건지. 뭐가 거슬렸던건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암튼 그 후로 요시모토 바나나 책은 피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하얀 강 밤배>를 읽고 다시, 바나나의 다른 책들도 읽어도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죽음. 치유. 영.. 늘 같은 이야기 같지만. 그런(?) 이야기들만 계속 쓰고 있는 그녀의 고집이 나는 좋다. 어쩜, 그토록 무거운 소재를 소록소록 이야기 할 수 있을까? 단지 소설이기에 가능한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