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어를 금하노라 - 자유로운 가족을 꿈꾸는 이들에게 외치다
임혜지 지음 / 푸른숲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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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지난 달 너무 재미있게 읽었던 <고등어를 금하노라>를 다시 읽고 있다. 아~ 아~ 재미있고 신선한 이 책을 어디부터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까? 지난번 책날다 모임에서 다니엘 아저씨가 잠깐 이 책 이야기를 해주셔서.. 어? 생선??? 맛있는 고등어를 왜 금할까? 막연한 궁금증을 시작으로 이 책에 급!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이 책은 고등학교 때 가족과 함께 독일로 이주해 35년을 독일에서 살고있는 두 아이의 엄마 임혜지 아줌마의 일상 생활들을 엮은 에세이집인데. 어찌나 글을 감칠맛 나게 잘 쓰시는지 큭큭 웃다 보면 책장이 자동으로 넘어간다.



우선 책 표지엔 이런 글씨들이 적혀있다. 자동차 대신 튼튼한 두 다리로 자전거를 타겠노라. 재미도 없는데 돈 때문에 일하지 않겠노라. 독일에서 바다 생선이라니, 식탁에서 고등어를 금하노라. 공부도 연애도 놀이도 절대로 강요하지 않겠노라. 난방기를 켜는 대신 따뜻한 물주머니를 안고 자겠노라.



나는 사실 독일이라는 나라가 세계지도 어디쯤에 있는지 조차 모를 정도로 무식했는데;; 이 책 덕분에 독일문화, 국제 정세, 세계 경제, 에너지 절약, 환경 문제 등등 그동안 모르고만 살았던 많은 분야에 관심이 활짝 열렸다. 뿐만아니라 이 책은 우리가 살아가는데 무엇이 정말! 중요한가?를 다시 한 번 짚어보게 만들어 주기까지 하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 책은 내게 너무 고마운 책이다.



이쯤해서 살짝 이 유쾌한 괴짜 가족의 프로필을 소개하자면.



엄마(52세) 한국에서 자란 시간의 두 배나 되는 35년을 독일에서 살아온 서울댁. 프리랜서로 문화재 실측 조사를 하고 있고, 일감이 없을 땐 글을 쓰고 살림을 하느라 허둥댄다. 자기가 돈을 잘 못버니까 남편이 갖다 주는 월급을 하늘같이 여기고 알뜰하게 쓰는 일로 가정경제에 기여하고 있으며, 있는 돈도 다 못 쓴다며 남편더러 그만 벌어 오라고 말린다.



아빠(49세) 북독일 출신의 아빠는 물리학 박사이고, 첨단 기기를 개발하는 독일 회사에서 말단 직원으로 일하고 있다. (독일 회사는 직급이 따로 없이 모두가 평사원이고 월급만 능력에 따라 각기 다른데 그 액수는 본인과 직속 상사만 아는 비밀이다) 컴퓨터를 만드는 엔지니어 일을 주로 하고있는데, 남을 관리하는 일보다 직접 창조하는 일이 적성에 맞고 보람도 있고 숭고하다고 여겨서 승진할 마음이 터럭만큼도 없단다. 상사보다 학력도 높고 나이도 많지만 전혀 개의치 않는다.



아들(21세) 대학에서 물리를 공부하는 이 청년은 정말로 자기 하고 싶은 짓은 다 하고 사는데도 마치 없는 듯이 조용하고 온순하다. 친구들과 어울려 맥줏집에는 잘 다니지만 술, 담배는 입에도 안 댄다. 맛이 없다는 단순한 이유에서다. 지난 겨울에는 샌들을 신고 학교에 가더니 올 오뉴월 염천에는 등산화를 신고 다닌다. 필히 부모가 모르는 합당한 이유가 있겠지 싶어서 아무도 참견하지 않는다. 공부를 잘하는지 어쩐지는 우리도 모른다. 물어보지 않아서.



딸(18세) 아직 고등학생이고 제일 꼬맹이지만 식구 중에 유일하게 술도마시고 디스코텍에도 다닌다. 빚내서 옷 사 입는 멋쟁이이기도 하다. 담배는 피부미용에 나쁘다고 안 피운다. 식구 중에서 자기 하나만 정상적인 인간이라고 철썩같이 믿고 있고, 괴상한 집안에 태어난 돌연변이의 인권투쟁에 유년기와 사춘기를 홀딱 다 바쳤다. 집에서는 입만 열면 공포의 딱따구리인 것이 학교에서는 얌전하고 새침한 모범생으로 알려졌다니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고등어를 금하노라 9~11 page



남편은 달걀 자르는 기구나 카푸치노 거품기 등 자잘하고 신기한 주방용품 사는 걸 즐기지만 나는 돈도 아깝고 짐이 늘어나는 게 싫어서 정신을 바짝 차리고 따라다니며 말린다. 그 대신 내가 우리 어디 분위기 좋은 데서 커피나 한잔 마시자고 하면 남편은 집에 가면 자기가 더 맛있게 끓여준다고 손목을 마구 잡아끈다. 이렇게 기분 전환 하자고 두둑한 지갑 두드리며 호기 있게 나섰던 부부는 결국 빈손에, 빈속으로 집에 돌아오면서 서로에게 투덜거린다. 구두쇠와 결혼해서 인생이 삭막하다고. 하지만 속으로는 은근히 안도한다. 아이들을 잘 키우기 위해 돈 대신 시간을 선택하는 인생을 살기로 한 우리 부부는 꼭 필요한 물건만 사고 꼭 필요한 일만 하는 데 불편함을 못 느낄뿐더러 부끄러움도 없다. -27page



고집세고, 엉뚱하고, 개성넘치는 유쾌한 가족의 소소한 이야기들도 너무 재미 있었지만

나는 특히 식탁에서 고등어를 금하노라 부분에 나왔던 새우이야기를 읽고 깜짝 놀랐다.



"독일 연안인 북해에서 잡은 새우는 지구를 빙 돌아 인건비가 싼 아프리카에서 껍질을 까서 다시 독일로 돌아온다. 운송에 막대한 에너지가 들어도 그게 독일에서 까는 것보다 비용이 더 싼 것이다. 다른 대륙에서 재배해서 운송한 딸기가 독일산 제철 과일보다 더 싼 것도 같은 이치다. 모든것을 돈으로 환산하자니 별 해괴한 일이 다 일어난다. 같은 사람에게 나라에 따라 각기 다른 값을 매겨놓고 계산기를 두드리며 국경을 넘나드는 세계화의 세상은 분명히 비합리적이고 비인간적이다. -63page"



그렇다고 나 역시 수입 과일을 금하거나, 지구 환경을 위해 평생 자동차 없이 자전거로 다니거나 하는 일은 없겠지만 없어도 되는 쓸데없는 지출은 최대한 줄이고.. 그대신 내게 정말 소중하고, 두고두고 나를 행복하게 해줄만한 곳에다 돈을 써야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 언젠가 내게도 남편이 생기고 아이가 생기게 된다면 나도 임혜지 아줌마처럼 지혜로운 아내가, 행복한 엄마가 되어야지! 마음속으로 생각했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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