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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슴도치의 우아함
뮈리엘 바르베리 지음, 김관오 옮김 / 아르테 / 200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소설이란 자고로 누구나 읽기 쉽고 이해하기 쉽도록 편한 말들로 쓰여져야 한다고 믿고 있다.
"마르크스가 내 세계관을 완전히 바꾸고 있어요." 로 시작되는 이 책 고슴도치의 우아함은..
어쩜 이렇게도 알아 먹기 어려운 말들 투성이 던지;;
작년에 슬쩍 슬쩍 읽다가 결국엔 한쪽 구석으로 밀어 두었던 책이다. 그런데 문득 _
누가 이기나 해보자!!는 오기가 생겨서 다시 펼쳐들게 되었는데..
오! 이 책, 그냥 밀어두었으면 섭섭할뻔했다. 뒤로 갈수록 재밌다!
쉰 네살, 뚱뚱하고 못생긴 수위 아줌마 르네의 이야기와 열 두살, 천재 소녀 팔로마의 이야기가
한 챕터씩 교차 되어 엮여져 있는데. 그러니까!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 두사람이
서로를 알아보게 되는 그 시점부터 책이 재미있어진다.
마르크스 톨스토이는 기본이고, 문학, 철학, 회화, 음악.. 온갖 방면의 지식과 교양으로
똘똘뭉친 박식한 수위아줌마 르네는 자신의 교양과 지식을 주변 사람들이 알아채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자신을 숨기고 '세상 사람들이 생각하는 수위 아줌마 이미지'에 걸맞게 보이도록
온갖 노력을 다 한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주인공 국회의원의 딸이자 천재 소녀 팔로마 역시
남들이 생각하는 평범한 모범생 이미지에 맞추기 위해 답안지엔 적당히 오답을 써 넣고
아는 것도 모르는 척 _ 적당히 모자란 척 _ 하기위해 애를 쓴다.
남을 깍아 내려서라도 자기가 아는것을 과시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을 최근에 많이 봐서 그런지;;
이 두 사람.. 아무리.. 너무.. 겸손해서 현실감이 떨어진다! 는 생각 한편에
우아한 이 두 영혼은 과연 무엇 때문에 자신을 숨겨야만 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나 역시 나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남을 깍아 내리는 행동을 하진 않았는지 반성이 되기도 하고..
느닷없는 소설의 마지막 사건에 오! 이건 아니잖아요오오~ 작가에게 전화해서 따지고 싶기도 했고..
아.. 나도 르네 아줌마와 따뜻한 차 한잔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어쨌든 나도~ 나도~ 우아하게 살고 싶어라!
![](http://image.aladin.co.kr/Community/mypaper/pimg_775219146517303.jpg)
미셸 부인. 그녀는 고슴도치의 우아함을 지니고 있다.
겉으로 보면 그녀는 가시로 뒤덮여 있어 진짜 철옹성 같지만,
그러나 속은 그녀 역시 고슴도치들처럼 꾸밈없는 세련됨을 지니고 있다고 난 직감했다.
겉보기엔 무감각한듯하지만, 고집스럽게 홀로 있고 지독하게 우아한 작은 짐승 고슴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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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받기 원한다면
다른 이들을
치료해요
그리고 운명의 이 행복한 급변에
웃거나 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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