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숲을 거닐다 - 장영희 문학 에세이
장영희 지음 / 샘터사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찜해놓고 나도 모르게 많은 기대를 했었나보다. 오호, 문학! 그것도 "문학의 숲" 이라니! 울창하게 우거진 문학의 숲을 기대하며. 과연 어떤 책들을 소개해 주실까? 설레이는 마음으로 한 장 한 장 읽어나갔다. 그런데 웬걸, 내가 기대했던 만큼의 해설이나 비하인드 스토리는 온데간데 없고 그저 일상적인 이야기들만 자꾸 늘어놓으시니.. 아~ 어쩌란 말이오~ "내가 처음부터 맥을 잘못 짚었구나!" 하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이 책 한 권으로 엑기스를 뽑을 수 있을거란 불손한 생각을 버리고 찬찬히 다시 살펴보니 그저 _ 삶 속에, 일상속에 녹아있는 문학이 보였다. 거대하고 울창한 문학의 숲이 아니라 우리 집 앞 혹은 동네 어귀 누군가가 정성껏 관리한 작은 화단에서 언제든!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만날 수 있는 마음의 숲!


제일 인상 깊었던 내용은 책 맨처음 작가의 말에 인용된 탐 설리반이라는 [시각장애인 사업가]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설리반은 절망과 자괴감에 빠졌던 자기의 인생을 바꾸어 놓은 말은 단 세 단어였다고 했다. 어렸을 때 혼자 놀고 있는 그에게 옆집 아이가 '같이 놀래?(Want to play?)"라고 물었고, 그 말이야말로 자신도 다른 사람과 똑같은 인간임을 인정해 주고 살아갈 수 있는 용기를 주었다는 말이었다고 했다." ... ... 어쩌면 동서고금을 통해 씌어진 모든 위대한 문학 작품들의 기본적 주제는 '같이 놀래?" 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 다른 사람의 슬픔과 고뇌를 이해하지 못 하는 사람, 그에게 동정을 느끼고 "같이 놀래?"라고 말하며 손을 뻗칠 줄 모르는 사람은 진정한 인간이 될 수 없다. 그러므로 문학작품을 읽는다는 것은 너와 내가 같고, 다른 사람도 나와 똑같이 인간이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고뇌와 상처를 이해하는 능력을 기르는 일이다. 그리고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또는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 이러한 인간 이해는 필수적이다. - 작가의 말 5~9page 발췌


아! 정말 그렇다. 어쩌면 세상에 그 많은 다툼과 전쟁들도 남의 이야기를 귀 귀울여 듣고, 이해하려는 마음이 부족해서 생기는게 아닐까? 나 역시 내 생각과 다르다고 덮어 놓고 남을 무시하고 따돌리진 않았는지 다시 한번 반성도 하고.. 그러니까 중요한 건, 책 만 많이 읽어라!가 아니라. 책을 많이 읽고 제대로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라!는 말씀!



라이너 마리아 릴케부터.. 에밀리 디킨스, 셜록 홈즈, 돈키호테, 상록수 심훈, 올더스 헉슬리, 허만 멜빌, 카뮈, 제인 오스틴, 에드거 앨런 포우, 성냥팔이 소녀에 이르기까지 셀 수 없이 많은 작가와 작품들로 머리가 복잡해질 법도 하지만 절대! 장영희 교수님 책은 언제 읽어도 부담 없이 술술술~ 잘 읽힌다. 그 중에서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이 너무 읽고 싶어졌고. 책장에 전시만 해놓고 여태까지 읽지 못한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을 어서 빨리 읽어야지 결심 했고. 오! 도스토예프스키가 총살 직전에 살아난 사형수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나는 뒤늦게 작년에서야 <내 생애 단 한번>을 읽고 장영희 교수님을 알게 되었는데. 아... 이제는 저 하늘의 별이 되신 장영희 교수님을 생각하니 또 다시 너무나 안타깝고 ㅠ 그대신 이렇게 좋은 책들을 남기고 가셨으니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지 모르겠다. 부디 그곳에서 평안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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