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야옹 씨의 조그만 상실에 관하여 ㅣ HiP 시리즈
정보라 지음 / 텍스티(TXTY)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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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출간 단편집.

오래전 써둔 단편인데도 여전히 시의성 있다는 점이 슬프기도 하면서, 
작가가 분하게 생각하는 지점이다.

아직도 차별금지법이 되려나 싶고, 젠더 간 불이해와 갈등이 존재하고,
생명에 대한 존중이 부족한 사회라는 것이 갑갑하게 느껴진다.

어디에나 널리 존재하는 것이 포용, 화합, 공감이 아니라 차별, 혐오, 증오인 세계가 한심스럽다고
오늘도 한 번 더 생각한다.

- 이 단편을 쓰고 나서 무려 16년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차별금지법도 제정이 안 되고 동성혼 법제화도 이루어지지 않아서 내가 상심이 크다. 데모를 더 열심히 해야겠다.
(...)
그리하여 언론 보도와 내가 공부한 내용들을 종합해 인간의 불완전함과 인공존재의 잠재적 위협과 고양이의 완벽함에 대해 이야기하려 했다. 고양이는 귀엽다. 사회가 인공지능보다 고양이의 행복을 위하는 쪽으로 발전했으면 좋겠다. - 작가의 말 중


2026. jul.

#귀야옹씨의조그만상실에관하여 #정보라 #미출간단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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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글 ㅣ 오늘의 젊은 작가 57
전예진 지음 / 민음사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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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기묘한 분위기의 이야기.

원하는 대상, 소멸시키고 싶은 대상을 삼켜버리는 존재.
도무지 좋은 끝은 보기 쉽지 않을 것만 같은 자매의 행적들.

자매 둘이 힘을 합쳐 고역스럽게 삼키는 행위는 좀 그로테스크하기도 하지만
고역스럽다는 행위로 인해 뭔가 심오한 은유일지도.

기묘하지만 여운은 남는다.

- 이상하고 기이한 일, 우리가 하지도 않은 일에 관한 소문이 학창 시절 내내 우리를 따라다녔다. 무리에서 소외되기는 대체로 편했다. 쉬는 시간을 제외하면 그렇게 외롭지도 않았다. 함께일 수 있는 모든 순간에 우리는 같이 있었고 안전했다. - 12

- 세상 모든 일은 연결되어 있어. 할머니가 말했다. 다만 우리가 그걸 다 알지 못할 뿐이지. - 26

- 다시는,
다시는.
먹지 말자.
먹지 말자.
사람을,
사람은. - 77

- 소설을 쓰며 불안과 죄의식에 대해 생각했다. 마땅한 이유 없이 계속되는, 형체 없는 감정과 '그럼에도'라는 말에 대해서. 함께 걷는 행위에 대해서.
우리는 밤길을 나란히 걷다가 차가 지나가면 앞뒤로 자리를 옮긴다. 인적 드문 길에 울리는 발소리에 몸을 움츠리다가 이내 서로임을 알아보고 마음을 놓는다.
함께 걸을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할 때가 있다. - 작가의 말 중

- 쓸쓸하고 아름다운. 소심하지만 용감한. 나쁜 마음은 없었지만 나쁘게 귀결되는 인물의 삶이 있다. 애썼으나 실패한 일과 의도와 다르게 마무리된 슬픈 마침표까지. 사랑으로 지은 죄가 있고 용서받기 어려운 사랑도 있다. 입 맞추려 했으나 삼키는 입술이 있고 껴안으려 했으나 서로가 부서지는 포옹도 있다. 아무도 볼 수 없는 속살에 돋아나는 죄책감의 열매를 몰래 버려야 했던 자매와 엄마와 할머니. 이런 기담이 아니었다면 절대로 느낄 수 없는 현실 안쪽의 내밀한 삶들. 환상과 상상의 도움 없이는 닿을 수 없는 리얼리티. 몸 안으로 밀어 넣어야만 했던, 그만큼 뱉어 낼 수밖에 없던, 자매들의 이야기를 떨치지 못하는 꿈처럼 오래오래 기억할 것 같다. 왜 사랑은 사람의 몸과 마음을 바꾸는지. 왜 괴물이 사람보다 더 사람 같은지. 왜 타인의 심정을 번역하기 위해서는 글이 아닌 몸이 필요한지. - 정용준, 추천의 글 중


2026. aug.

#보글 #전예진 #오늘의젊은작가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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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적으로 산다
강화길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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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면 쉬어야 해요.
하지만 쉽지가 않네요.

불안을 딛고 인내를 배우는 태도.

드라마, 영화, 문학 다양한 서사들을 이야기하면서 삶에 녹여내는 산문이다. 

일상적인 아픔을 달고 사는 사람으로서의 동질감도 느껴지는데,
어느 날 문득 내가 너무 아프다는 말로 징징대고 있는 것은 아닌지 후회하고,
혹은 너무 아프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아 말 한마디만 했으면 초래하지 않았을 고통을 받은 게 아닌지 후회하고...
그런 일이 이젠 삶의 디폴트가 되고 나니 작가가 말하는 통증 생활에 대해 너무나도 공감하며 읽게 된 지점이 있다.

사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개운했던 게 언제였는지 기억도 가물하고, 그 가뿐했던 감각도 기억의 저편에 있다.
일상의 사소한 동작에도 전보다 조심하게 된 이후로는 생활의 질이랄까 그런 게 현저하게 떨어진 편이다.
그러나 생사를 다투는 질환이랄 수도 없는 것이 다행이지만,
그렇다고 유쾌한 경험은 아니고.....
매사에 짜증이 첨가되어 있는 상태로 살아가려니 참 우울한 지점이다.

그런 지저분한 감정을 비슷하게 가지고 사는 사람이 어디에나 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해주니
오랜만에 단짝 친구를 만난 듯 반갑다고 해야 할까.

물론 이 글들이 그런 부정적 경험과 감정을 이야기하는 글은 아니다.
일상의 고통을 기반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누군가의 시각에 대한 글이다.

여러모로 반갑게 재밌게 읽게 된다.

더불어 산문도 좋은 작가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호감도가 더더 상승했다.

안 읽은 작품이 있나? 거의 다 읽은 것 같은 데라고 하면서 한 번 더 서치해 보게 되는 독서.

- 드라마는 영화보다 분량이 길다 보니, 인물들이 훨씬 많았다. 바로 그 때문에 나는 드라마라는 장르가 좋았다. 시간을 훅훅 잡아먹는 이야기 속에 빠져 있다 보면 고민이나 걱정거리들이 뒤로 밀려났고, 아무것도 아닌 일처럼 느껴졌다. 물론 결국에는 맞닥뜨려야 한다는 걸 알았지만, 당장은 괜찮았다. 에너지를 채우기에는 충분했다. - 8

- 그러니까 이런 것 같다. 질병을 은유하는 이야기는 그 비유의 껍질을 벗겨보면 놀라울 정도로 직설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래서 그 포장지가 필요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알 수 없는 것을 더 알 수 없는 것으로 남겨두기 위해. 공포의 대상을 신비화하여 더 큰 공포에 젖어 들기 위해. 그렇게 영원히 이쪽과 저쪽을 나누기 위해. - 32

- 나는 갑작스러운 종영을 견딜 나름의 노하우를 찾아야 했고, 최대한 쉬운 방법을 택했다. 인물들의 이야기가 계속된다고 상상하는 것이다.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살겠지. 누군가는 사랑에 빠지고, 또 누군가는 이별하겠지. 내 삶이 계속되는 것처럼, 그들의 삶도 계속 이어지겠지. 그 습관 때문인지, 소설을 쓰기 시작한 후 나는 내 이야기도 그렇게 읽히기를 원하게 됐다. 끝 이후의 다른 시작을 상상할 수 있는 이야기. 그 상상이 신파적이어도 좋고, 구태의연해도 좋고, 인생이 뒤바뀌는 내용이어도 좋다. 어차피 상상이니까. 그리고, 아픈 사람이 계속 아프리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 42

- 때때로, 문학을 이해하는 방식은 너무 개인적이다. 참 사사롭다.
그래서 소중한 걸까. - 93

- <대불호텔의 유령>을 쓸 때 책상에 붙여두었던 메모를 찾았다. '공포 이야기가 끝없이 계속되는 이유는, 인간이 결국 악마에게서 빠져나오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저주의 목록이 계속 이어진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어쨌든 인간이 계속 싸우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 않을까. 그게 우리의 삶인 것 같다. 끝없는 공포. 그럼에도 계속되는 삶.' - 114

- <대불호텔의 유령>을 악의로 채우지 못했다. 내가 희망을 갖고 싶고, 그렇게 살고 싶고, 낫고 싶기 때문이다. 나는 초능력을 되찾고 싶다. 비록 그것이 환상일지라도, 이룰 수 없는 꿈일지라도 희망하고 싶다. 그래. 나는 나의 생각을 이런 것들로만 채우고 싶다. 사랑, 희망, 꿈. 그래서 그런 이야기들을 썼다. 그런 식으로 계속 썼다. 악의가 사랑으로 뒤집히는 이야기. 내 몸을 미워하고, 절대 행복해지지 못할 거라 생각하면서도, 잔뜩 겁에 질려 있으면서도, 희망이라는 환상을 품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아니, 행복해지지 못할 거라는 저주를 절대 믿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 자신의 한계 안에서 최선을 선택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지금 이 순간의 고통은 분명 의미가 있고, 나는 사랑을 깨닫고 말 것이라는 다짐의 이야기. 그래, 다 내 이야기였다. - 123

- 나쁘지 않다. 괜찮다. 이보다 나은 표현을 찾고 싶은데 참 어렵습니다. 이럴 때 보면 언어를 다룬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제가 다른 이들의 작품과 해석에 얼마나 의존하고 있는지 깨닫게 됩니다. - 133


2026. aug.

#낭만적으로산다 #강화길 #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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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몰 월드
이치호 미치 지음, 박정임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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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했던 바와 비슷한 슴슴한 따스함이 있는 단편집.

잘 읽히는 위로를 건네는 이야기들이고
출판사 피니스아프리카에 다운 느낌이 든다는 감상.
그 느낌이라는 건.. 단순한 힐링물에 그치는 게 아닌 약간의 감정적 묘오오오함 이랄까 ㅋㅋ

네온테트라.에서는 재해가 일상인 나라의 감각이랄지. 아니면 그저 일본 특유의 사고방식이랄지가 느껴졌다.

하나우타, 꽃노래 콧노래라는 단어를 알게 됨.

- 원치도 않는 이따위 행운은 왜 이다지도 쉽게 찾아오는 걸까. - 9, 네온테트라

- 밤의 편의점은 수조를 닮았다. 인공조명 아래 유리 상자. 그 속에서 회유ㅏ고 스쳐 지나가는 동족의 생명체들. 무리도 있고 연인도 있고 가족도 있다. 그리고 고독하게 홀로인 사람도 있다. 나는 편의점 밖에서 안을 엿보다가 무료한 표정의 쇼이치를 발견하면 늘 안도감과 함께 가슴이 저렸다. 참을 수 없는 기분이었다. 이곳에 있기를 바라면서도 없기를 바라는 마음. 갈 곳 없는 모성 본능과 여성 호르몬의 폭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이와 드문드문 나누는 대화와 차량의 헤드라이트에 끊임없이 추월당하며 밤길을 걷는 짧은 시간이 지금은 필수 불가결하게 느껴졌다. 우리는 햇빛을 필요로 하지 않았고 별빛도 달빛도 원하지 않았다. - 29, 네온테트라

- "왜 친절하게 대해 주세요?"
귀갓길에 쇼이치가 긴장한 표정으로 물었다.
"친절에는 책임이 따르지 않기 때문 아닐까?" - 38, 네온테트라

- '작은 조각 하나 없다고 안 되는 거라면 시시하다.'라고 당신이 편지에 썼습니다. 하지만 세상 모든 것이 그렇지 않을까요. 다른 걸로 메꾼다고 해도 원래의 모습은 될 수 없습니다. 퍼즐이 빈자리에 두꺼운 종이를 끼워서 맞춘 후 색칠을 한다고 해도 그것은 '완성'이 아닙니다. 그리고 퍼즐 조각 하나하나에는 의미가 없지만 조각을 맞추다 보면 커다란 그림이 나타납니다. 시시하다고 던져 버리면 아무것도 남지 않습니다.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고, 잃어버리면 원래로 돌이킬 수 없다고 생각하면 사는 것이 두려워집니다. - 177, 하나우타

- 이유나 원인을 다른 사람과 연관 지으면 인생이 점점 부자연스럽게 돼. - 232, 사랑의 적량

- 그랬다. 적량이 아니어도 좋은 때가 있다. 이룰 수 없는 소망이나 기도는 넘쳐도 괜찮은 것이다. 그리고 이룰 수 없는 소망이 꼭 무력한 것은 아니다. - 252, 사랑의 적량

- 불학실성은 자유롭고 또 쓸쓸하다. 하지만 그 다리는 다시 한번 건너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 293, 장례식


2026. jul.

#스몰월드 #이치호미치 #피니스아프리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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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비인 - 성해나 기담집
성해나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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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구성된 기이한 이야기들.

기담의 소재가 돼도 일말의 연민도 안 느껴지는 대상인 친일파가 소재인 이야기들이 특히 재밌다.

뒷담이 서늘하게 되고 흘려버리는 게 아니고 곱씹게 되는 이야기들.

요즘 성해나 작가를 보면 드는 생각.
어떤 작가가 마음에 들어와 좋아하게 되면
기세라는 게 독자에게도 생기는 것 같다. 

읽을수록 좋아진다.

그리고 7월에 이 책을 읽고 8월에 터진 어느 배우의 가족사 이슈에 다시 한번 이 책이 생각났다.
끝나지 않은 역사의 자국들.
제발 좀 청산할 일은 청산하고 살게 되면 좋겠으나,
그게 쉬웠다면 뭐....

- 역사란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일 테지. 흠은 파내고 구실은 잘 덮으며.
 그리고 언제까지고 내게는, 아니 우리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아무 일도. - 22, 벚나무로 짠 5자 너비의 책상

- <벚나무로 짠 5자 너비의 책상>을 쓸 무렵, 우연히 '미카라데타사비'라는 일본어 속담을 접했다. 검에 밴 녹이 검을 전부 삭게 한다는 뜻으로, 우리말로 풀면 자업자득일 것이다. 저지른 악행은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에게 되돌아온다는 이 말을 나는 온전히 믿지 않는다. 세상엔 그 반대의 경우가 더 많은 듯싶다.
이 소설 속 김아홍, 황보, 그리고 화자 역시 대를 이어가며 크고 작은 악행을 벌이지만, 그들에게 돌아오는 건 없다. 형벌도, 비난도, 멸시도.
표면상으로는 그렇다.
(...)
역사는 대패질하듯 말끔히 깎아내거나, 모두가 함구한다고 해서 소거되지 않는다. 죄를 덮은 자리에는 꺼슬꺼슬한 흔적이 남는 법이다. 자업자득을 온전히 믿지는 못하지만, 그것이 언젠가는 죄의식이나 수치라는 방식으로나마 돌아오길 바라는 바이다. - 작가 해설 중, 24

- 인간 아닌 인간.
그것은 인간의 형상을 한 괴수나 AI일 수도 있고 귀신 혹은 신일 수도 있지만, 인간 그 자체일 수도 있을 것이다. - 작가 해설 중, 51

- 지금도 나는 조부가 그 말을 한 이유에 대해 종종 생각해보곤 한다. 차를 타고 적선동을 지날 때, 천막 농성을 벌이는 사람들을 무심코 지나칠 때, 나의 이익을 위해 타인의 고통을 암묵할 때,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삶은 안락할 때.
부끄럽다는 조부의 고백을 이해하려 애쓰곤 한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여전히 잘할 수 없다. - 소돔의 의로운 혈육들, 87

- '찬란한 이면, 죽음을 통해 보여주는 생의 덧없음.'
작품 해설을 되풀이해 읽어도 마찬가지였다. 그저 다이아몬드를 박은 해골을 사람들은 예술이라 부르고 작품이라 일컬었다.
사람들은 왜 무의미에 의미를 덕지덕지 덧붙이는 걸까. 단순한 사물에 복잡한 상징을 더하는 걸까. - 매일, 99

- 그렇게 모이면 재미있냐?
그럴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죠.
이상한 사람도 많을 거 아냐.
많죠.
근데 왜 하냐?
큐가 뜸을 들이다 묻는다.
감독님, 감독님은 소속이 어디예요?
어리둥절해진다. 소속. 내게 소속이 있던가. 한참 고민하는데 큐가 말을 잇는다.
모르겠죠? 근데 사람들은 매번 물어보잖아요. 소속이 어디냐? 학교는 어디 나왔냐? 직장은 다니냐? 소속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된다고. 근데 속해보니까 그래요. 찐따들이어도요, 모이면 단단해져요. 그리고 되게 웃긴 게 그 안에 있으면요. 나도 조금 쓸모 있어지는 것 같아요.
큐가 돌아가고 혼자 남는다. 겨우 둘이었다 홀로 된건데 사람 소리가 사라지니 헛헛해진다. - 윤회(당한) 자들, 186

- 왜 다시 넣어?
이익의 물음에 도윤이 답했다.
허기 지지 않은 것 같아서.
도윤이 사육장 속 뱀을 빤히 바라보았다.
쟤는 날 물려고도 않잖아. 뭐든 먹이로 보고 덤벼드는 놈을 고르는 게 좋아. 그래야 좀 쓸 만하지.
그럴 때 도윤은 정말 사람 같았다. 순수할 만큼 악하고, 우열에 민감하며, 약한 지점만 기막히게 포착하는 사람. - 고, 294

- 안팎의 구분 없이 빙글빙글 이어지는 '뫼비우스의 띠'는 빠져나가려 해도 결국 원점으로 회귀하는 구조나 자기모순에 붙들린 인간과 닮아 있다. 형상은 다르지만, 제 꼬리를 집어삼키며 영원히 순환하는 우로보로스가 연상되기도 한다.
끊어지지 않고 어떤 형태로든 이어지는 질긴 고리. 인간의 욕망, 권력 세습, 사회적 재연이 이에 해당하지 않는가.
(...)
지금은 입력을 받아 출력을 내놓는 상태에 머물러 있지만 답만 내리던 기계가 언젠가는 우리에게 되묻고, 나아가 삶의 방향까지 쥐고 흔드는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 욕망이 빚은 가장 큰 저주란 그런 것 아닐까. - 작가 해설, 308


2026. jul.

#인비인 #성해나 #기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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