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엔 절대 책을 더 사지 않겠다고 해놓고....

주문했네요. 나란 인간. 갱생불가. ㅡㅜ

나가 놀기로 한 날이라 이젠 나가봐야하는데.

그냥 책이나 읽으며 집에 있고싶은 마음도 들고.

변덕 또한 치유불가.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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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5-28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서관에 가면 읽고 싶은 신간도서가 엄청 많습니다. ^^;;

hellas 2016-05-30 11:03   좋아요 0 | URL
도서관이 애매하게 멀어서 잘안가게 되네요. ;ㅅ;
 
홀
편혜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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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그 빛은 언제 사그라든 것일까?

예상치 못한 불행의 구멍에 빠진 남자.

불행 속에서 끊임없이 자신을 연민한다.

그를 제외한 세상 모두가 그를 내팽개친 것만 같고, 실제로 그러하기도 하다.

그런데 이야기가 끝을 향해 갈수록 난 이 `오기`라는 남자를 점점 믿을수 없게 된다.

그는 자신 외에 누구에게라도 손을 내밀어 잡아주었는지...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하게 자신만을 변호하는 일관성.

그의 부모, 장인, 장모, 동료, 제자,

그리고 적어도 한 웅큼의 노력을 기울여서라도 다가가려고 했어야 할 한 사람 그의 아내.

업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오기의 불행은 분명 업일것이다.

비가시적이고, 물리적이지 않은 폭력에 대한 업 말이다.



초반부터 어? 이거 읽었던 단편아닌가? 했는데

<식물애호>라는 단편으로 시작된 이야기다.

결코 편치 않고 뒤숭숭한 기분이다.



그 밤의 빛은 지금 오기가 누워있는 병실만큼이나 밝고 환했다. 불빛 때문에 잠을 뒤척이더라도 침실의 형광등 역시 밤새 끄지 않을 생각이었으나 새벽에 오기가 잠에서 깨어났을 때는 전등이 모두 꺼져있었다.
도대체 그 빛은 언제 사그라든 것일까? - 28


2016. M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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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 한강 소설
한강 지음, 차미혜 사진 / 난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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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인 마저 그녀답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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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하다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지음, 최성은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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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하다. 라는 단어가 주는 완결의 느낌.

이전에 시인의 시 한편을 낭독으로 들어 본 적이 있다.

낭독자의 목소리 톤이 그래서였는지 가라앉고 또 가라앉는 느낌을 받았었는데,

마지막 시집 <충분하다>를 읽고나니, 시인에게 남겨진 시간들이 과연 충분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처럼 열정적으로 생을 바라보는 시인에게 정말 충분했을까.

미처 다 쓰지 못한 시간들이...

마음에 와닿는 여러 시들이 있었는데, 유독 <신원 확인>과 <상호성>이라는 시가 콕 와서 박혔다.

폴란드라는 마음속에 뭐라 규정짓기 애매한 나라에 대한 이미지가 하나 더 생긴 것 같다.

그 전엔 그저 쇼팽 뿐이었는데. ㅎㅎㅎ

이젠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추가.



존재했다, 그리고 사라졌다.
존재했다, 그래서 사라졌다.
결코 되돌릴 수 없는, 정해진 순서에 따라서, - 형이상학 중

꽤 오래전부터 그들에 관해 쓰고 싶었지만,
워낙 복잡한 주제라
계속 훗날로 미뤄왔다.
어쩌면 나보다 더 뛰어나고,
세상에 관해 더 많이 경탄할 줄 아는 시인에게 적합한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시간이 절박하다. 그래서 쓴다. - 마이크로코스모스 중

2016. M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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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 한강 소설
한강 지음, 차미혜 사진 / 난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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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이 출간되었다.

무척 좋아하는 작가라서, 매번 새 작품을 기대하고, 이미 씌여진 작품을 다시 읽고, 아직 읽지 못한 작품을 책장 가장 잘 보이는 자리에 꽂아두고 아끼며 읽기를 미루게 된다.

아직 읽을 작품이 남아있다는 데서 오는 아이러니한 안도감이랄까.

이 책도 사면서 나중에 읽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예약판매가 뜨자마자 주문했다.

그 사이 작가는 유명한 상을 하나 수상했고, 언론은 새삼스럽게 그녀를 조명했다.

그 새삼스러움이 작가에게는 참 안어울리는 구나 생각이 들어 웃음이 났다.

생각난 김에, 포털창에 한강이라는 이름을 쳐보았는데, 수상 소식을 제외하면 여전히 김포한강아이파크나, 한강 둔치 주차장 같은 것들이 상위에 자리한다.

이것도 역시 뭔가 되게 그답게 느껴져서 또 한번 웃음이 난다.

<흰>이라는 책은 그 자체로 작가와 닮은 듯하다.

작가에게 색이 있다면 바로 이 색일것이라는. 가만가만 차분한 목소리도 어쩌면 흰 색의 목소리같다는.

읽는 내내 마음이 차분해지고, 순식간에 읽어버린 몰입도도 있고.

그 고요한 흰 색들 안에 뭐라고 형용하기 어려운 돌풍도 있다.

미처 날이 밝아오기 전 새벽에 읽기 아주 좋았다.

익숙하고도 지독한 친구 같은 편두통 때문에 물 한 컵을 데워 알약들을 삼키다가 (담담하게) 깨달았다. 어딘가로 숨는다는 건 어차피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는 것을. - 11

누군가가 - 아마 그동안 이 집에 세들었던 사람들 중 하나가 - 송곳 같은 날카로운 것으로 그 문의 표면을 긁어 숫자를 기입해놓았다. 획순을 따라 나는 곰곰이 들여다보았다. 세 뼘 크기의 커다랗고 각진 3. 그보다 작지만 여러 번 겹쳐 굵게 그어 3보다 눈에 먼저 들어오는 0. 마지막으로 가장 깊게, 온힘을 다해 길게 긁어놓은 1. 난폭한 직선과 곡선들의 상처를 따라 검붉은 녹물이 번지고 흘러내려 오래된 핏자국처럼 굳어 있었다. 난 아무것도 아끼지 않아. 내가 사는 곳, 매일 여닫는 문, 빌어먹을 내 삶을 아끼지 않아. 이를 악문 그 숫자들이 나를 쏘아보고 있었다. 그것이 내가 얻으려 하는 방, 그 겨울부터 지내려 하는 방의 문이었다. - 15

엉망으로 넘어졌다가 얼어서 곱은 손으로 땅을 짚고 일어서던 사람이, 여태 인생을 낭비해왔다는 걸 깨달았을 때, 씨팔 그 끔찍하게 고독한 집구석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이게 뭔가, 대체 이게 뭔가 생각할 때 더럽게도 하얗게 내리는 눈. - 54

상처가 없는 발이어야겠지, 사진을 들여다보다 그녀는 생각했다. 곱게 아문 두 발이라야 거기 얹을 수 있다, 그 소금 산에. 아무리 희게 빛나도 그늘이 서늘한. - 68

어떤 기억들은 시간으로 인해 훼손되지 않는다. 고통도 마찬가지다. 그게 모든 걸 물들이고 망가뜨린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 83

죽지 마. 죽지 마라 제발.
말을 모르던 당신이 검은 눈을 뜨고 들은 말을 내가 입술을 열어 중얼거린다. 백지에 힘껏 눌러쓴다. 그것만이 최선의 작별의 말이라고 믿는다. 죽지 말아요. 살아가요. - 128

2016. M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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