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넋 ㅣ 오정희 컬렉션
오정희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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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의지가 바스라질 것 같은 이야기였다. 읽고나니 기력이 쇠진하고, 무력감에 휩싸이는.

중년의 여성이 겪는 극단적 우울감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지만, 그런 이야기를 단편으로 모아 놓으니 힘에 부쳤달까.

정체성에 자신감이 결여되고, 흔들리는 상황과 환경에 놓인 여성들. 반면 그들을 자신과 동일한 선상에 놓고 이해하고 공감하려는 의지가 있나 싶은 남성들.

이야기 속 그녀들이 삶에 정착하지 못하는 이유들을 다 헤아리기엔 단편은 이야기가 짧다고 느꼈다.

나는 왜 이렇게 실제적이 못 될까(p 12)라며 한숨짓는 명혜에게 그러지 말라고 말하고 싶은 기분이 책의 초반에 확 몰려들어 더 그랬을지 모르겠다.

이제는 울음을 감추려 하지 않는 아내에게 그는 무언가 위무의 말을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내에게는 다정한 말이 필요한 것이다. 그는 소년 같은 수줍음과 약간의 두려움으로 입을 열었으나 아내는 어눌하게 새어 나오는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아내는 유언이라도 듣는 시늉으로 그의 입에 바짝 귀를 갖다 대며 안ㅌ깝게 되물었다. 뭐라구요? 뭐라고 하셨어요? - 276. 동경

2018. o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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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인생의 이야기
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 엘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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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놀랍도록 흥미를 끌어내지 못했다는데 쇼크...

두어개의 단편을 빼면, 난 이게 왜 대체! 흥미롭지 않은가를 끊임없이 생각하며 정말 지루하게 읽었다. 기대했던 표제작도 감흥이 그다지 없었고.

영화를 보지 않아 어떤 영상미를 보여주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좋아한 이야기를 공유하지 못하는데서 스트레스를 좀 받아서, 그런 나에게도 조금 놀랐다.

물리학, 언어학, 수학... 정밀하게 쌓아올린 이야기고, 매력적인 과학이 동원되었는데도 나는 뭔가가 빠져있다는 감각에 자꾸 집중이 되었다.

<이해>, <외모 지상주의에 관한 소고 : 다큐멘터리> 정도가 좋았다.

후반부에 실린 창작 노트를 보고 나니 좋았던 단편의 이유를 조금 알 것도 같았다.

탑을 오르는 여정의 이 단계에서 힐라룸은 몇 번이나 절망감에 사로잡혔다. 알고 지내던 세계를 떠나보내고, 그 세계와 소원해진 듯한 느낌이 그를 괴롭혔다. 대지는 불충의 죄로 그를 추방하고, 하늘은 그를 거부하는 기분이었다. - 30, 바빌론의 탑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수학의 명제가 현실에 관한 어떤 설명을 제공하는 한 그것은 불확실하며, 명제가 확실하다면 그것은 현실을 묘사하고 있지 않다. “ - 145, 영으로 나누면

인간은 그 이름의 산물인 동시에 그 매개체가 될 것이다. 각 세대가 내용물인 동시에 그릇이 될 것이며, 자기 자신을 유지하는 반향 과정 속의 메아리로서 기능할 것이다. - 309, 일흔두 글자

2018. o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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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8-10-16 01: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거 별로였어요...

hellas 2018-10-16 01:23   좋아요 1 | URL
덥썩! 와락! ;ㅅ; 반가워요. 증말 동감해줘서. 진짜 읽으면서 이상하게 외로웠다!!! 나만 재미없냐!!!! 이럼서.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 ㅣ 문학과지성 시인선 490
허수경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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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역에 서있는 것 같은 나날이었다
그러나 언제나 기차는 왔고
나는 역을 떠났다 - 시인의 말 중

나비처럼 훨훨 날아 사라져버린 시인의 글, 이것들을 천천히 읽고 쓰며 며칠을 보냈다.

오므린 손금처럼 어스름한 가냘픈 길, 그 길이 부셔서 마침내 사윌때까지 보고 있어야겠다 이제 취한 물은 내 손금안에서 속으로 울음을 오그린 자줏빛으로 흐르겠다 그것이 이 가을의 무늬겠다 - 이 가을의 무늬 중

우리의 몸은 추상화가 아니었다 우리는 내일이라도 이 삶을 집어치우며 먼바다로 가서 검은 그늘로 살 수도 있었다 언제나 차마 그럴 수 없었다 몸은 커녕 삶도 추상화가 아니어서 - 오렌지 중

별들이 많다고 쓰다가 이 생에 다시 만날 사람들의 숫자가 자꾸 줄어들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더러 만나보지도 못했던 유령들도 있어서 누군가 영혼의 물을 따라주자 나는 그걸 눈물이라고 부를 수도 있었네 - 유령들 중

누군가 끌고 가는 바퀴가 달린 가방만큼
어릿하게 슬픈 세계는 없었다 - 카프카 날씨 1 중

나는 ‘진주 저물녘’의 시간으로부터 독일의 오래된 도시와 폐허의 유적지로 이어지는 시인 허수경의 장소들과 시간들을 다 알지 못한다. 모국어의 도시에 살지 않는 시인의 운명을 말하기는 너무 무겁고, 그 몸과 언어의 감각에 대해서라면 상상하기가 더욱 더 쉽지 않다. 그 세월들 속의 ‘허공’과 ‘뒤돌아섬’과 ‘돌이킬 수 없음’에 대해서, 혹은 ‘몸 없음’과 ‘장소 없음’에 대해서도 도저히 알지 못한다.
한 실존의 어릿한 세월에 대해서라면, 어떤 짐작도 무력하며 때로 무례할 것이다. - 해설 중

2018. o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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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할말을 어디에 두고 왔는가
허수경 지음 / 난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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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책의 개정판으로 나온 허수경 시인의 산문집.

가볍게 읽을 수 있겠지 하고 골라든 책인데, 말의 무거움을 새삼 느끼게 된 책이다.
책을 다 읽었구나, 하고 다음 날 시인은 타계하셨다.

아주 친한 누군가의 일같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또 뉴스에 걸리는 부고와는 또 다른 이상한 슬픔이 다가왔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은 후의 독후감은 쉽게 써지지가 않았다.

불안하고, 초조하고, 황홀하고, 외로운, 이 나비같은 시간들 (서문 중) 이라고 한 시인의 말이 남았다.
멀리 타국에서 투병하며 시인은 불안하고 초조했겠구나 생각하니 그것도 또 먹먹하다.

뭐라뭐라 끄적인 노트의 글들을 여기에 옮길 여력없이, 또 한분 떠나시는 길을 그저 바라볼 뿐 이다.

용하게도 녀석들은 언제나 리본을 달고 나에게로 왔다. 껑충거리면서도 잃어버리지 않았나보다. 어느 날 나는 기숙사 주차장에서 차에 치인 토끼를 보았다. 그리고 푸른 리본도 보았다. 나는 또 욕심을 내다가 무언가를 잃어버린 것이다. 내 것이라고 표시하기, 얼마나 가소로운 욕심이었는가, 마치 누군가를 사랑할 때, 내 것이라고 표시되기를 바랐던 그때의 눈먼 나처럼...... - 53, 가소로운 욕심

<시경>을 읽다가 잠이 든 밤에 꿈을 꾼다. 가고 싶은 곳, 가야 할 곳으로 가는데 다리가 어디에 묶여 있는지 도통 움직일 수가 없다. 버둥거리다가 잠이 깬다. 깨어나면 어둡고 조용하다. 어디를 가려고 길을 나섰던가. 어디 그 사무친 것이 있다고 믿었기에 길을 나서서는 오래 집으로 가지 않는가. 그리고 여전히 물 한가운데에 있는가...... 나의 여행은 집으로 돌아가려는 여행인가? - 60, 어두움, 사무침

그때, 나는 묻는다. 왜 너는 나에게 그렇게 차가웠는가. 그러면 너는 나에게 물을 것이다. 그때 너는 왜 나에게 그렇게 뜨거웠는가. 서로 차갑거나 뜨겁거나, 그때 서로 어극나거나 만나거나 안거나 뒹굴거나 그럴 때, 서로의 가슴이 이를테면 사슴처럼 저 너른 우주의 밭을 돌아 서로에게로 갈때, 차갑거나 뜨겁거나 그럴 때, 미워하거나 사랑하거나 그럴 때, 나는 내가 태어나서 어떤 시간을 느낄 수 있었던 것만이 고맙다. - 131, 고마웠다, 그 생애의 어떤 시간

2018. o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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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서점의 크리스마스 이야기
에드 맥베인.로런스 블록 외 지음, 오토 펜즐러 엮음, 이리나 옮김 / 북스피어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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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미스터리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역사 있는 서점이 있다는 것, 그 서점을 구심점으로 미스터리 단편집을 기획할 수 있다 라는 점이 무척 멋있는 일이다.

서점 주인이자 편집자인 오토 펜즐러와 서점이 단편에 꼭 등장하게끔 설정되어 있어서 가본적도, 만난적도 없는 이 서점과 사장이 친숙하게 느껴진다.

초반 집중이 어려운 것은 단편집에서 늘 겪는 일이긴 하지만, 크리스마스와 미스터리의 결합이라는 점이 매우 도움이 된다.

미스터리를 이끌어 가는 캐릭터들도 서점이 주 무대인 만큼 책 매니아인 경우가 많았고, 그들이 범죄자이든, 의뢰인이든, 주변인이든 꽤나 동지의식이 느껴져 즐겁게 읽었다.

크리스마스와 관련지어진 설정은 딱히 취향이 아니었고, 막상 시즌이 되면 더욱 읽지 않게 되지 않을까 하는 당연한 예상을 하며 미리 읽은 셈이다.

인간은 시시각각 죽고 벌레들이 그들을 먹어 치운다. 그러나 사랑 때문은 아니다. - 243, 고양이 요정 스피릿 중

2018.o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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