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ㅣ 문학과지성 시인선 519
박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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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출하지 않는’, ‘회상’ 신형철의 발문 속 문구.

마음의 밑바닥까지 와 가라앉지는 않아도
마음의 밑바닥이 들썩거리게 하는 시.

- 내연이라는 어려움과
외연이라는 다름을 오래 생각했다 - 연풍 중

- 이 겨울과 밤과 잠과
아직 이른 순과 윗바람 같은 것들은
출현보다 의무에 가까웠으므로
불안은 누구의 것도 아니었다 - 잠의 살은 차갑다 중

2018. d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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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탄탱고 - 2025 노벨문학상 수상 ㅣ 알마 인코그니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지음, 조원규 옮김 / 알마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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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동구권 해체 이전의 작품.
몰락의 예언. 딱히 제시하는 비젼이라면 인간성의 회복 정도일까?

그래서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이냐고, 반문하는 태도가 몰락의 이유이고 증거이고 결론일까? 소외된 이들에게 무감각한 주민들이 이미 가망없다는 선고가 내려진 곳에서 미련스레 일상을 산다는 것, 새로운 출발과 닥쳐올 변화에 온몸이 움츠러들었을 만큼 동력을 상실했다는 것.
그런 세계가 펼쳐졌다.
그들의 클라이막스인 술집에서의 광란의 춤은 그래서 더 위태한 몸짓으로 보인것 같다.

태도의 문제에 대해 생각했다. 나를 정의할 수 있는 방법인데다, 태도가 이끄는 방향성이라는 것이 있다고 여기기 때문인데....
그렇다면 나는 바람직한 태도로 이 삶에 임하고 있나.... 생각하면 좀 한심한 구석이 있다.
한심한 구석을 받아들이는 태도 자체는 긍정적이겠거니.

조금 올드한 느낌의 어떤 디스토피아의 탱고 스텝을 밟고나니 매우 지치는 상태가 되었고, 회복은 요원하다.


- 가끔씩 그가 사는 오래된 펌프하우스의 기계실에서 석회 덩어리를 깨 한 조각 맛보고싶은 충동이 일었는데, 그렇게 향과 입맛의 질서를 무참히 깨트릴 때 어떤 경고를 인식할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그는 죽음이 절망적이고 영구적인 종말이 아니라 일종의 경고라고 확신했다. - 23

- 시계가 둘인데 하고 체구가 큰 사내가 다른 사내에게 말한다. 시각이 제각각이군. 둘 다 정확하지 않고. 여기 우리 시계는... 그가 보기 드물게 길고 가느다란 섬세한 검지로 위를 가리키며 말한다. 너무 느리게 가네. 저쪽 시계는... 시간이 아니라 처분을 기다리는 영원한 순간을 가리키는 것 같군. 비를 맞는 나뭇가지나 우리나 마찬가지야. 거부할 방법이 없지. - 43

- 그러나 몇 달 전에 그는 더 이상의 실험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설령 자기가 원한다해도 이제는 어떤 변화도 일으킬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렇게 저렇게 변화를 줘봐도 썩 흡족하지가 않았다. 시도는 무언가 변했으면 좋겠다는 욕구의 은밀한 현시이거나, 혹은 기억력 쇠퇴의 증표일 뿐이었다.(...) 그는 자신이 무력하며 혼자서는 절대로 점령해 오는 몰락을 저지할 수 없다고 느꼈다. 아무리 애를 써도 모든 것 - 집들과 담장들, 나무와 들판, 공중에서 하강하며 나는 새들, 배회하는 짐승들, 육신을 가진 인간들, 욕망과 소망들 - 을 파괴하고 소멸시키는 힘에 맞설 수는 없었다. 그럴 능력이 없었다. 그는 인간의 삶에 대한 위협적인 공격에 헛된 저항 밖에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 87

- 그 아이는? 그래, 쥐약을 삼켰어. 그런데 어쩌라고? 불행한 아이에게는 차라리 잘된 일일지도 몰라. 적어도 더는 괴롭지 않잖아. 그래서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이야? - 270

- 일은 어렵게 시작해서 나쁘게 끝난단다. 중간에 일어나는 일은 다 좋은 법이야. 네가 걱정할 건 마지막 순간이란다. - 363

2018. d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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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없는 사랑 지상주의자의 이야기.

몰두할 무엇이 오로지 사랑, 사랑 뿐인 사람과 시대의 이야기이고, 사랑을 모든 것의 변명으로 미화하는 이야기일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일생의 연인을 위해 ‘단지 결혼만 ‘하지 않은 채 그 여인을 기다리는 남자.
딸과 아내라는 역할 말고는 비참한 독신녀나 창부가 될 수 밖에 없던 시대의 여자.

초반에 미스터리 추리물 처럼 등장하는 제레미아 드 생타무르의 존재가 너무 휙 지나가 버려서 이 캐릭터는 대체 왜 등장한걸까하고 잠깐 생각했었는데, 죽음도 이겨내는 사랑을 부각하기 위한 장치였나?

다사가 원한 것과 아리사가 원한 것이 동일하다라고 느껴지질 않아 그 점에서 이 이야기를 사랑이야기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겠다 여겼으나, 그것은 독자가 나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개인의 해석과 사고 때문일지도.
맹목의 사랑에 평생을 의지한 사람과 자기의 삶이라는 것 자체를 평생 고민한 사람으로 달리 보였으니 말이다.

어찌됐든, 그들이 영원히 그 배에서 내리지 않을 수는 없다. 산채로는 말이다.
영원한 항해가 없듯, 영원한 생, 영원한 사랑도 없을 것이라 믿는 나에게 이 책이 말하는 사랑은 그저 대책없는 낭만일 뿐이다. 그럼에도 매혹되어 읽었다.
투박한 정서와 시대반영, 사랑관들이 흥미로웠기 때문이리라.

다만.... 나는 아리사의 어린 애인... 그 소녀의 등장 자체가 불필요했다라고 생각하는 독자다. 몹시 그렇다.

- 그들이 결혼의 대재앙을 피하는 것이 사소한 일상의 불행을 피하는 것보다 쉽다는 것을 제때에 배웠더라면, 아마도 두 사람의 삶은 사뭇 달라졌을 것이다. 그러나 두 사람이 함께 배운 것이 있다면 그것은 지혜란 아무짝에도 쓸모없을 때 온다는 것이다. - 51

- 그들은 느린 삶을 사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니까 자기들이 늙거나 병들거나 혹은 죽는 대신, 단지 시간 속에서 조금씩 사라지고, 안개와 같은 다른 시절의 기억을 망각으로 여기게 될 때까지 그 기억을 떠올리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 199

- 그는 플로렌티노 아리사에게 사랑에 대해 배워야 할 유일한 것을 가르쳐 주었다. 그것은 인생이란 누구도 가르쳐줄 수 없는 것이란 사실이었다. - 26

- 그녀는 다시 본래의 자신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지난 반세기 동안 종속된 생활을 하면서 양보해야했던 모든 것을 되찾고 싶었다. 물론 남편은 그녀를 행복하게 해주었지만 그가 죽자 그녀는 누구인지 흔적조차 남지 않게 되었던 것이다. 하루 아침에 고독하게 변해버린 거대한 타인의 집에서 이리저리 배회하는 유령이 되어, 죽은 남편과 살아남은 자기 중에서 누가 더 죽은 것인지 자문하면서 고뇌하곤 했다. - 209

- “이 집에서 떠나고 싶어요. 계속해서 걷고 또 걷고 싶어요. 더 이상 이 집으로 돌아오고 싶지 않아요.”
그러자 플로렌티노 아리사가 대답했다.
“그럼 배를 타고 떠나도록 해요.” - 289

- 선장이 다시 물었다.
“언제까지 이 빌어먹을 왕복 여행을 계속할 수 있다고 믿으십니까?”
플로렌티노 아리사에게는 53년 7개월 11일의 낮과 밤 동안 준비해 온 대답이 있었다. 그는 말했다.
“우리 목숨이 다할 때까지.” - 331


2018. d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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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내셔널의 밤 ㅣ 아르테 한국 소설선 작은책 시리즈
박솔뫼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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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하지 않은 곳에서 의외의 사람들과 공유하는 감정들.

배제를 이해하라는, 혼자 서 있는 사람이라는 말들이 쓸쓸하게 와 닿았다.

나의 리추얼은 무엇일까...

- 당신은 보편 시민이 아닙니다. 일반 시민이 아니네요. 당신은 배제라는 말을 배웠습니까? 배제라는 말을 기억하세요. - 54

- 배제를 이해하고 검문과 질문과 통과와 자격을 이해한다. 그것을 이해해야 한다. 결국에 완전히 깨닫지는 못하고 얼떨떨한 기분으로 모든 것을 마치게 될 것 같지만. - 79

- 나는 내가 혼자 서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혼자 서 있을 때가 있지만.(...) 나는 혼자 서 있는 사람이 아니야 하지만 혼자 서 있는 사람이야. - 87

- 나에게는 어떤 리추얼이 있는가, 있다면 그것은 나에게 어떤 기쁨 혹은 엄격함과 규칙에 대한 이해를 주었는가. - 96

2018. d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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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봄 - 개정판 ㅣ 레이첼 카슨 전집 5
레이첼 카슨 지음, 김은령 옮김, 홍욱희 감수 / 에코리브르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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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차대전이 끝나고, 남아도는 비행기와 개발된 수종의 화학물들로 뭘 또 죽여볼까하던 시절 1950년대 미국의 이야기다. 전쟁의 댓가를 그렇게나 크게 치뤘지만, 본토에서 전쟁을 겪지 않았기 때문일까.
여튼 그 시절의 이야기지만 지금의 세대들에게도 중요한 것들을 말하는 책이다.
그 시절의 DDT와 지금의 가습기 살균제, 반도체 공장의 발암물질들, 유해할지 모르지만 지금은 유해하지 않다고 말하는 생리대 등등,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

실제적인 유해여부는 중요하지 않고 멸종시키려는 생물들의 존재가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다 알아낼수도 없으면서 무턱대고 박멸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위험하다. 그 사람들이 지키려고 하는 것은 일부 산업군의 이익일 뿐 아닐까.

화학 살충제를 뿌려대고 산림을 파괴하고 하천을 오염시키고 땅을 못쓰게 만드는 것들은, 당장의 일이 아니라도 외면하면 안되는 일이다.

이 책을 읽고 있는 현재에도 우리에게 어떤 치명상을 입힐 지 모를 미지의 미세먼지들이 중국에서 날아오고 있으니까.

예시들을 읽다보면 내가 지금 숨을 쉬어도 될까라는 의구심이 든다. 기분탓인지 속도 울렁거린다.

매우 아름답게 리커버된 판형으로 이 책을 읽었는데, 이 책 표지를 이렇게 아름답게 할 일인가 싶어서 헛웃음도 났다.

자연자원의 고갈, 오존층의 파괴, 지구 온난화, 해양수산 자원 남획, 불공정한 해외무역, 열대우림 파괴, 생물의 멸종.... 에 대한 레이첼 카슨의 통찰은 소름끼칠 정도다.
아마 먼 미래에서 타임랩스한 사람일지도 모르겠다.(진지하다)

- 인간은 미래를 예견하고 그 미래를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했다. 지구를 파괴함으로써 그 자신도 멸망할 것이다. - 알베르트 슈바이쳐

나는 인간이라는 종에 관해 비관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 인간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너무나도 교묘하게 행동한다. 인간은 자연을 투쟁의 대상이자 굴복시켜야 할 상대로 인식한다. 인간이 이 지구를 무시하고 마구잡이로 대하는 대신 지구에 순응하고 감사하게 생각한다면 우리의 생존 가능성은 조금 더 높아질 것이다. - E.B. 화이트

- 그녀는 기사에서 굴 양식과 채취방법의 변화, 폐기물의 해안 투기 규제 등을 강조했다. 기사에 ‘R.L. 카슨’이라고 서명했는데, 독자들이 필자를 남자로 생각하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래야 사람들이 자신의 연구 결과를 좀 더 심각하게 받아들일 것이기 때문이다. - 17

- 아마 미래의 역사학자들은 우리의 왜곡된 균형감각에 놀랄 것이다. 지성을 갖춘 인간이 원치 않는 몇 종류의 곤충을 없애기 위해 자연환경 전부를 오염시키고 그 자신까지 질병과 죽음으로 몰아가는 길을 선택한 이유를 궁금해 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바로 우리가 저지른 일이다. 더구나 우리가 그 이유를 살피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이런 일은 계속되고 있다. - 33

- 문제는 우리가 천적 구실을 하는 동물을 모두 죽인 후에야 비로소 그 동물이 맡고 있던 조절 기능을 깨닫는다는 사실이다. 숲을 지나가면서도 그 아름다움과 경이를 모르는 것처럼, 우리 주변에 자리 잡고 있는 낯설고 때로 무섭기까지 한 생명의 힘을 잘 알지 못한다. - 277

2018. D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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