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오지 않는 것들 - 최영미 시집 ㅣ 이미 1
최영미 지음 / 이미출판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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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이야기를 너무 많이 알게 된 어느 시점부터 그는 한 명의 시인으로만 생각하기가 어려워졌다.
새 시집을 직접 출판사를 차려 내고 또 다른 시작을 하는 모습은,
문단의 성추행 증언과 비교하더라고 그에 못지 않은 용기라고 생각한다.

계산을 뒤로 미루고 소신을 드러내는 일은 무엇보다 시인의 본령에 가장 부합하는 일이라고 늒ㅆ다.

그래서 이 시들은 살아있는, 살아가고 있는 시들이다.

더 의미있고, 반가우며, 안아주고 싶은 시들.

- 지겨운 이 땅을 나는 떠나지 못했다
답답한 문학 동네를 벗어나지 못했다
징그러운 내 가족을 아직 버리지 않았다 - 오래된 중

- 위로받고 싶을 때만
누군가를 찾아가,
위로하는 척했다 - 예정에 없던 음주 전문

- 이유를 알고 떠난 적은 한 번도 없었지 - 여행 중

2019. j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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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술 - 오늘의 술을 피하기 위해서 우리는 늘 어제 마신 사람이 되어야 한다 ㅣ 아무튼 시리즈 20
김혼비 지음 / 제철소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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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해 찾은 애정하는 작가 김혼비.
글이 얼마나 시원한지 모르겠네.

요즘의 나는 술을 거의 안하는데, 그럼에도 소주 한잔 생각이 나게 하고야 마는 아무튼 술이다.
뭐라고 한잔 하고 싶었지만, 더워서 억지로?? 참았다.

엄마의 비주류 공격에 맞선 딸의 당당한 주류 선언서 ㅋㅋㅋ

- “최종 진실을 내놓기 전에 고트족처럼 적어도 두 번은 문제를 놓고 토론해야 할 것이다. 로렌스 스턴은 이 점 때문에 고트족을 좋아했는데, 고트족은 먼저 술에 취한 상태로 토론하고, 이후 술이 깬 상태에서 또 한번 토론했다.” - <다뉴브>_클라우디오 마그리스
내 진짜 조상을 찾았다. - 5

- 나의 깊은 우울에 붙일 이유조차 마땅히 없어서 분명히 못견디게 무거운데 정작 텅 비어있는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뺄때마다 그 냉혹한 ‘없음’에 소스라치게 쓸쓸해져 곧잘 친구들과 술을 마시곤 했다. - 47

- 앞으로도 퇴근길 마다 뻗쳐오는 유혹을 이겨내고 술을 안 마시기 위해서라도 늘 ‘어제마신 사람’이 되어야겠다. 그렇다. 오늘의 술을 피하기 위해서 우리는 늘 어제 마신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내일을 위해 오늘도 마신다. - 104


2019. j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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릿터 Littor 2019.2 - 16호 ㅣ 릿터 Littor
릿터 편집부 지음 / 민음사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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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에 대하여...

얼마전 트위터에서 읽은 ‘경의중앙선’에 대한 판타지 단편이 떠오른다.
문학적 고찰 뿐 아니라, 사회현상학적인 젠더 갭에 대한 출퇴근 보고서. ㅋㅋ
많은 이야기를 담아 좀 어수선해진게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통근시간 10분을 줄이는 댓가로 얻는 것이 가사노동이라는 이야기는 사실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적이 없는 것이어서, 이 사회가 여성을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

정세랑 작가의 인터뷰와 책 리뷰가 있어 더욱 반가운 호였다.

- “그곳은 용산에서 갈 수 있는 가장 먼 곳이었다.” 그녀는 그렇게 썼다. 영자 페이퍼백 소설들을 읽으며 그녀는 용산으로부터도 자신의 언어로부터도 멀어질 수 있었다. “영어는 나와 관계없는 말이었다. 나와 가까운 사람들이 쓰던 말이 아니었다. 내게 상처를 줬던 말이 아니었다.” - 최은영,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중

- 구병모가 젠더 폭력의 기제와 이를 전유하는 우리 시대이 말을 탐색한다면 정세랑은 그 폭력을 넘어 움직이게 하는 슈퍼 파워를 여기에 소환한다. - 195, 리뷰 중


2019. j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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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스트 Axt 2019.7.8 - no.025 ㅣ 악스트 Axt
악스트 편집부 지음 / 은행나무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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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특집이라 좀 정적일까 했는데 왠걸... 다이나믹하다.

단호한 시인 김혜순의 인터뷰 덕에 재밌게 읽었다.
힙합 즐기시는 유쾌한 분. 좀 적극적으로 시인의 책들을 찾아 읽어보겠다고 생각하는 계기가 된다.

악스트... 여전히 많이 밀려있다. 다른 잡지들과 함께...
언제 읽냐 싶지만 막상 집어들면 재미가 쏠쏠해서 즐겁다.

- 사람들이 더 이상 소설을 읽지 않는게 아니라, 어떤 의미에서는 그냥 ‘서사’ 자체를 거부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 16

- 제가 경험한 고통들을 나중에 환기해보니 그것은 대상도 없고, 이름도 없었습니다. 의미도 없었습니다. 고통은 죽어야 멈춥니다. 고통은 상상하기와 다릅니다. 상상하기는 대상이 있습니다. 욕망하기도 대상이 있습니다. 고통은 어디로 향해 가지도 않고, 그 자체로 온전합니다. 온전한 부정성입니다. - 59, 김혜순 시인 인터뷰 중

2019. j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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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사전
김소연 지음 / 마음산책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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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단어에 천착하는 것은 시인의 숙명일까.
사전적 정의에 얽매이지 않기 위해 말을 탐구하는 사람들.

마음을 들여다 보면서 말을 탐구하고 붙였다 떼었다 하는 과정을 반복하면 나만의 사전이 만들어질까 생각해 본다. 아무래도 쉬운 일은 아니지 싶다.

정말 좋은 단어의 탐구가 있었는데, 너무 길어 여기에 옮기지는 않았다. <사십대>

좀처럼 타개되지 않는 우울을 복판에서 조금은 쓸쓸하게 읽었다.
지금 같을 땐 오히려 마음을 들여다보기 보다 외면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 마음의, 무수히 중첩되고 해체되고 얽혀드는 실핏줄. 나는 언제나 핏발이 선 채 피곤해 하지만, 두 눈 똑바로 뜨고 정면 응시하면서, 바라보려 한다. 세상을, 사람을, 당신을. 마음은 우리를 현실 이상의 깊은 현실과 만나게 하는 가장 자연스러운 시선이기에. - 들어가는 말 중

- 우리는 늘 이 세계가 두렵고 무섭다. 생각보다 더 어리석고, 생각보다 더 추하며, 짐작처럼 순수하지도 않고, 짐작처럼 신비하지도 않다. - 거짓말, 당신을 위하여

- 손 끝에 모아지는 가장 강한 힘. 그러므로 손에 잡히는 것들을 던지고 부수고 깨뜨리는 힘. 멱살을 잡고 따귀를 올려붙이는 힘. 칼을 쥐고 총을 쥐는 힘. 당신을 향한 이 살의는, 나의 관자놀이에 총구를, 나의 뱃속 깊이 칼날을 들이밀기 위한, 절박한 어쩔 수 없는 대안이다. 이것은 절망의 고속도로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희망의 길로 돌아설 수 있는 방법이다. - 살의

- 그러나 우리는, 열정은 식게 마련이고 탕자는 돌아오기 마련이며, 쾌락은 싫증나기 마련이고 정조는 유리잔처럼 깨어지기 직전까지만 쓸모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동질감의 다음 정류장은 이질감이며, 공생의 다음 정차역은 기생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아무리 지워도 밀물처럼 밀려오는 자기애가 규범을 이탈하려는 유혹을 끝끝내 이기지 못한다는 것도 알게 됐다. - 299



2019. j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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