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예찬 - 문구인 김규림이 선택한 궁극의 물건들
김규림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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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문구인이다.

여러 포인트에서 큰 공감이 된 취향.
특히나 미니멀하고 싶지만 취향의 방향이 그렇지 못한 사람으로서 더더욱 그랬다.

동질감과 문구인의 소속감까지 느껴진다.
이런 종류의 유대감을 책으로도 만날 수 있어 좋았다.

옛날 모델들이 견고하고 질이 좋다는 편견? 도 강화되는 기회 ㅋㅋㅋ

소비욕은 다른 것보다는 개완 편에서...
오래 쓰던 개완 하나가 좀 작긴 한데.. 하나 더 사볼까?
토림도예의 빈티지 블루 개완 예쁜데 사이트에 가보니 전부 품절이네..
샵운영을 안 하는 건지도...

- 좋아하는 물건들에 둘러싸여 생활하고 있나요? 6

- 일상에서 나에게 의미를 지니는 물건이 얼마나 존재하는가는 '좋은 삶'을 이야기하는 데 하나의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개이든 열 개이든 물건을 둘러싼 이야기를 얼마나 풍부하게 꺼낼 수 있는지는 얼마나 마음이 풍요로운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지 와도 깊이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거든요. - 7

- 당시 여행의 유일한 목표는 '전국의 문방구를 돌며 고전 문구를 수집하는 것'이었는데, 사실은 아주 오랫동안 나의 버킷리스트에 적혀 있던 사뭇 진지한 꿈이었다. 들르는 도시마다 일부러 오래되어 보이는 학교 앞 문구점을 찾아 먼지 쌓인 물건들을 구출해냈다. - 82

- 척 보기에도 몹시 아름다워서 물어보니 가격이 사십만 원이었다. 초보자라서 이 정도까지는 필요 없다고 하니 돌아오는 답변.
'You'll eventually come back to this one.' - 162

- 가끔은 뭐에 홀린 듯 이상하리만치 좋은 것들이 있다. 이렇게까지 좋은 건 아닌 것 같은데, 유난히 잊혀지지 않고 마음에 깊게 남는 것들. 그런 것들 앞에서는 거참 이상한 일이네, 하고 끝내지 않고 이유를 파고들고, 일상에서도 가장 가까이에 두려고 한다. 유난히 지친 퇴근 후나 주말, 버튼을 누르듯 쓰기만 하면 순식간에 기분이 좋아지는 무언가가 있다는 사실은 어떤 것보다 귀하니까. 럭셔리가 별거 있나 싶다. 이런 기물 몇 가지와 함께하는 삶이 럭셔리 아니겠나. - 173

- 무언가를 좋아하면, 일단 크게 외쳐볼 것. - 184

-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물건은 세상에 참 많다. '없어도 불편하지 않으니 필요 없다'로 결론짓고 지나칠 수도 있지만, 없어도 되는 것을 굳이 다시 꺼내어 다시 생각해 보는 일이야말로 더 통찰력이 필요한 어려운 일 아니던가. 그런 물건들에 조금 더 신경 쓰는 삶을 살고 싶다. 인생의 풍성함은 필수 영역보다 부가적인 것들로부터 온다고 믿기 때문이다. - 275

- '소비예찬'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다 보면, 돈 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오해를 받곤 한다. 하지만 내가 진짜 이야기하고 싶은 건 단순히 돈을 쓰는 소비행위를 넘어 잘 소비한 물건 하나가 삶을 훨씬 더 아름답고 풍요롭게 이끌 수 있다는 믿음, 그리고 그 가능성에 대한 진심 어린 '예찬'이다. 사소하지만 은근히, 내 일상을 조금씩 나음 방향으로 밀어주는 것들의 힘을 믿는다. - 278

2026. mar.

#소비예찬 #김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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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편에서 이리가 ㅣ 오늘의 젊은 작가 53
윤강은 지음 / 민음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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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량함 속에서도 희망을 전해주는 디스토피아 세상의 사람들.

비교적 젊은 세대인 그들이 겪고 헤쳐나가야 할 세상은 이미 너무나도 망해버린 세계.
그 세상의 사람들은 기저에 이미 포기와 체념을 지닌 채로 나아가야 하는 삶이다.

온실마을, 한강지역, 압록강 기지로 구분되는 미래의 세계는 한정된 자원으로 살아가는 것 외에 기댈 것이 없는 곳이다.

그 중 유목민의 성향의 캐릭터 넷이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그들의 서늘하고 가라앉은 감정들이 언제, 어느 지점에서 소용돌이 치는지 지켜보는 일.
그들의 지켜나가야 할 가치들이 있고 이것은 개인의 것이기도, 넓게 보면 국가적인 의미가 내포되어 단순한 디스토피아 생존기보다는 좀 더 확장된 사고를 요구하는 것 같다.
배경이 좀 더 구체적인 한반도이기에 더 몰입이 쉽기도.

이상으로 여기는 사회를 구축하려는 인간의 욕망이 헛될 뿐이라는 체념과
그럼에도 인간에게 싹트는 작은 희망에 대한 기대.
인물들 마다의 전사나 에필로그들이 궁금해지는 좋은 캐릭터들이라는 점도 좋았다.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가 이렇게 한 번씩 기대 이상일 때가 있어 좋다.
윤강은, 기억해둬야지.

- "넌 생각이 너무 많아. 그거 하나가 흠이야."
그 말은 지금까지 기주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생각이 많은 것이 흠이라면, 누군가를 혐오하지 않을 이유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군인답지 못한 일이라면..... 나는 생각을 멈추어야 하는가.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진작 그렇게 했을 텐데, 기주는 좀처럼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지 못했다. - 41

- 세상은 지구의 온도와 무관하게 점점 망해 갈 것이다. 얼마 남지 않은 인류가 지금처럼 분열되어 싸운다면 앞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더더욱 없다. 인류의 멸종을 막을 수 없다. 이대로 무력하게 사라지고야 말 것인가. - 96

- 좋은 사람. 유안은 그 말을 곱씹었다. 도진은 좋은 사람이었다. 생명을 소중히 여기라고, 장난으로라도 함부로 하지 말라고 말하는 사람. 진심으로 모두를 그렇게 대하는 사람. 그렇게 더 많은 존재를 기억하려 했고 기억해 온 사람. - 132

- 유안은 한동안 외투 주머니에 넣고 다니던 조그만 견과류 아니, 씨앗을 되새겼다. 비록 맛을 보지는 못했지만 손에 쥐었을 때의 부피감과 감촉을 기억했다. 그렇게 잠시 상상하는 것만으로 생명도감에 기록된 식물 중 하나인 복숭아는 여타 낯선 생명체와는 달리 유안이 아는 것이 되었다. 그야말로 실체 있는 생명체가 되었다. 살아 있었던, 혹은 살아 있는 것이 되었다. 유안은 누군가 이 생명도감을 집필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 마음을 알 것 같았다. 대단한 사명감도 이타심도 아닌, 그저 잊고 싶지도, 잊히고 싶지도 않은...... - 133

- 유안은 씨앗을 떠올려 보았다. 눈 속의 씨앗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웅크리고 때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는 존재들. 낯선 욕망에 가슴이 세차게 두근거렸다. 그런 존재들을 더 알고 싶었다. 기억하고 싶었다. - 141

- 살아 있는 한 기억할 수 있다. 기억은 사라진 것들을 되살릴 수 있다. 지금 이곳에 없더라도. - 156

- 잊힌 것들에 대해 쓰고 싶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소설이다. 언젠가부터는 기억에 대해 쓰고 있다고 느꼈다. - 작가의 말 중

2026. feb.

#저편에서이리가 #윤강은 #오늘의젊은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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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을 걷으면 빛
성해나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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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모노 이후 그저 팬이 되어 버린 작가 성해나의 다른 책들을 하나씩 찾아 읽고 있다.

최근작과 비교해서 감상을 말하자면 조금 더 어둡다?는 느낌. 큰 차이는 아닌 미묘한 어두움.

화양극장과 오즈가 가장 좋았고, 그 이유는 아무래도 두 세대 여성의 연대, 연결이기 때문. 특히나 가족이 아닌 다른 세대의 교류라는 측면.

나의 경우 엄마 세대와의 감정적 교류에 도달하기 전에 엄마가 돌아가셨는데, 엄마의 젊은 시절을 집요하게 궁금해 할 나이가 되기 전에 겪은 이별이라 너무 안타까운 마음과 후회스러운 마음이 들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에 좀 더 마음이 쓰이지 싶다.
이제는 엄마의 역사를 세세하게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가 영영 없다는 아쉬움. (아빠도 그렇고...)
누군가를 그런 측면에서 이해하고 격려를 할 수 있다는 점이 몹시 부러운 것이다. 그것이 가상의 인물일지라도.

ok boomer, 괸당, 당춘은 기성세대의 당혹감에 초점을 맞춘듯한데 읽으면서도 양측의 심리적 어색함을 동시에 느끼는 나는 어떤 위치인지 애매모호하다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역시나 좋은 작가고, 장편을 기대~~

- 힘들면 얘기해도 돼. 우리가 다 들어줄게. 우린 이해해.
너의 불행을 기꺼이 견딜 수 있다는 우월감, 나만 딱하게 사는 것이 아니라는 안도감. 나를 위해 기꺼이 울어주던 이들에게서 그런 마음을 엿볼 때마다 나는 외로워졌다. - 12, 언두

- 베란다로 가더니, 유칼립투스 화분 뒤에서 말보로 갑을 꺼냈다. 엄마가 흡연자라는 사실을 나는 그때 처음 알았다. 얼떨떨해진 내게 엄마가 말했다.
넌 아무나 비겁해질 수 있는 줄 아니.
그녀는 담배에 불을 붙인 뒤 한 모금 깊이 빨아들였다.
그럴 수 있는 사람이 있는 거야. 난 그게 안 되는 사람이고. - 34, 언두

- 좋은 영화니까요. 무엇보다 나만큼 나이가 들면 그 정도 시간은 아무것도 아니게 여겨져요.
젊은 시절의 조급과 불안은 나이가 들면 다 헛된 것이 되어버린다고, 지금의 넉넉함이 좋을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자주 옛날이 그립다고 이목씨는 말했다. 그 말에 경은 자신도 모르게 대꾸했다.
전 나이 들어도 지금이 그립지 않을 것 같아요.
왜요?
지금까지 내 인생은 거하게 말아먹은 영화 같거든요. - 65, 화양극장

- 나는 이제 살아내지 않고, 살아가고 싶어요. 견디지 않고 받아들이면서. - 92, 화양극장

- 너는 꿈이 뭐냐. 타투...... 그거냐?
없어요. 타투는 할머니까지만 하고 접으려구요. 어차피 재능도 없고.
잠시 생각하다 덧붙였다.
그리고 나는 꿈, 희망, 그런 말 싫어해요. 나한테 해준 게 없거든요 그게.
어둠 속에서 할머니는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너 꼭 겁쟁이 사자 같다.
그녀는 쉽게 겁을 내고 안주하는 <오즈의 마법사> 속 겁쟁이 사자에 대해 이야기했다. 용기를 가지기 위해 에메랄드 시티로 떠나는, 막막한 여정 속에서 자주 겁을 내고 움츠러드는 겁쟁이 사자에 대해.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괜히 퉁을 놓았다.
겁내고 울고 짜고. 그런 건 하나도 멋지지 않아요. 찌질하지.
우툴두툴한 상처 위로 부드럽고 따뜻한 손이 지나갔다.
난 너 그거 계속했음 좋겠다. 타투인가 그거...... 도망치지 말고.
내 허벅지에 손을 얹은 채, 할머니는 말을 이었다.
그거 할 때 너 참 좋아 보이더라.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멋쩍게 있다 할머니의 손 위에 내 손을 조심스럽게 포갰다. 할머니의 손이 상처를 더듬을 때마다 내 손도 같은 방향으로 천천히 움직였다. 오십 비피엠의 고요한 박동 속에서 우리는 손을 겹친 채 오랫동안 서로를 마주보았다. - 320, 오즈

- 젊었을 때도 남한테 속 얘길 잘 못하는 사람이었어, 니 엄마가.
우리가 남이야?
내 말에 아버지는 시큰둥하게 대꾸했다.
가족도 뭐 결국에는 남 아니겠냐. - 346, 김일성이 죽던 해

2026. feb.

#빛을걷으면빛 #성해나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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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들려줘요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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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란 그냥 대체적으로 하강하는 게 기본값일까 싶은 초반의 이야기를 지나면
그럼에도 인간이란 이야기를 계속 계속 해나가면서 속내를 털어내고 살아야 한다고 말하는 이야기.

이제는 아는 이웃 같은 등장인물들이 현재와 과거의 이야기를 툭툭 털어내지만
실상 단편적인 에피소드란 없고 모든 것이 무언가의 원인이고 이유고 동기고 그런 것.

경청하는 일에 대해 더욱 생각하게 된다.

소소하고 별다를 것 없는 보편의 위기의 인생들을 각각 조명하고 있고,
그 중심에 이번에는 밥 버지스라는 인물이 있다.

끝끝내 이루어지지 않는 루시와의 관계가 아쉽다고 느껴지지 않는 점도,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인연들에 대해, 그렇게 미완으로 결정되는 사랑이 있다는 것.

다음 작품이 벌써부터 기다려지는데 언제 나오려나.

처음부터 쭉 다시 읽어볼까 싶다.

- 이것은 밥 버지스의 이야기다. 메인주 크로스비 타운에 사는 키 크고 체격 좋은 남자인 그는 우리가 그의 이야기를 하는 시점에 예순다섯 살이었다. 밥은 너그러운 사람이지만, 자신이 그렇다는 것을 모른다. 우리 대부분이 그런 것처럼, 그는 스스로 안다고 생각하는 만큼 자신에 대해 모르고, 자신의 삶에 기록으로 남길 가치가 있는 어떤 것이 있다고 믿는 일도 결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그런 것이 있고, 그런 것은 우리 모두에게도 있다. - 13

- 이런 개 같은. 이 모든 기록되지 않은 삶이란. 사람들은 그저 그런 삶을 살아가는 거죠. - 41

- 우리는 삶이 우리의 통제 안에 있기를 바라지만, 전적으로 그럴 수는 없다. 불가피하게 우리보다 앞서 존재한 사람들의 영향을 받는다. - 48

- 올리브 키터리지는 그녀 주변의 모든 기록되지 않은 삶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루시 바턴이 올리브를 처음으로 만나 올리브가 어머니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으면서 그 표현을 썼다. 기록되지 않은 삶,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그래서 올리브는 그것에 대해 생각했다. 이 세상 어디에서나 사람들은 자신들의 삶을 기록에 남기지 않으면서 살아가고 있었고, 그 사실이 지금 그녀를 강타했다. - 126

- 이런 일들은 충분히 이야기되지 않는 것 같다. 노인들에 대해, 노인들이 다른 사람의 손길을 얼마나 고마워할 수 있는지에 대해. 해셀벡 부인만 해도 그렇다. 그녀는 자신의 피부에 닿는 인간의 손길 없이 어떻게 살까? 샬린 비버는 어떻고? 사람들은 그것 없이도 어떻게든 살아가고, 많은 사람들이 그런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손길이나 포옹의 부재가 어떤 타격을 주는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것은 아주 많은 사람들에게 부재하다. - 244

- 나는 나이를 먹는 게 싫어요. 밥이 말했다. 그게 내 공포를 더 키우는 것 같아요. 하지만 솔직하게 말하면요? 지금 세상이 흘러가는 모양새가...... 그게 그저 내가 나이를 먹어가서 그런 건지, 아니면 우리가 정말로 혼돈 속에 있어서인지 잘 모르겠어요.
오, 우리는 혼돈 속에 있어요. - 300

- 그들은 행복했다. 그들 두 사람은 - 걷고 대화하고 - 그저 행복했다. - 353

- 매트가 지금 현관문에 나타나 말했다. 밥, 나는 그렇게 잘해내고 있지 못한 것 같아요.
그건 당신이 정상적이란 뜻이에요. 밥이 일어나 매트와 함께 집안으로 들어가면서 말했다.
나는 정상적이지 않아요. 매트가 말했다.
음, 적어도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단 훨씬 더 정상적이에요. 밥이 그에게 말했다. - 374

- 이 글을 읽었던 게 잊히지 않는데 - 오래전에 읽은 거지만 - 그 글에서 유명한 영화감독이 말했어. 대화보다 더 섹시한 건 없다. 나는 늘 그걸 기억하고 있어. 그리고 너와 루시가 하는 게 그거야 - 대화를 하지. 좋아, 이제 잘 들어, 보비. 그녀에게 사랑한다는 말은 하지 마. 그런 대화는 하지 마. 그렇게 하면, 서로 마음을 고백하기 시작하면, 토끼처럼 섹스를 하게 될 테고, 너희의 세상 전체가 무너져내릴 거야. - 433

2026. feb.

#이야기를들려줘요 #엘리자베스스트라우트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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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의 대여 서점 ㅣ 시대물이 이렇게 재미있을 리가 없어! 2
다카세 노이치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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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 않는 여자 센.

미미여사의 에도 시리즈와 같은 시선에서 읽기에 좋다.

미미여사보다 조금 거친 환경의 배경이랄까.

에도의 소규모 출판사라서 더 흥미롭다.

미미여사의 이야기가 굳이 노골적이지 않았다면
다카세 노이치는 여과 없이 던지는 편이랄 수 있겠다.
그게 뭐 청불 정도랄 순 없고,
거친 시절을 헤쳐 나온다는 면이
에도 시대에는 익숙한 정서인가 싶기도 하다.
(물론 그 시절이 가혹한 면이 더 있는 건 사실이다)

이 이야기도 시리즈로 출간되나 싶은 기대감이 생긴다.

- 책이란 대개 상당히 비싼 물건이어서, 하루하루 끼니 잇기도 바쁜 서민은 엄두내기가 힘들다. 그래서 사랑받는 곳이 '세책점'이다.에도에만 세책점이 800곳이 넘는다. 센의 '우메바치야'도 그 가운데 하나이며, 시작한 지 이제 겨우 5년인 신참이다. - 16

- 세책은 이 손님에서 저 손님으로 쉴 새 없이 옮겨 다니므로 손때가 묻고 파손되기 마련이다. 많은 사람이 이야기를 즐긴다는 증거다.
이설과 유언을 엄격하게 단속하는 갑갑한 세상인지라 세책은 없어서는 안 되는 지식과 오락의 산실이었다. - 17

- 책을 필사할 때면 센은 누군가의 목소리를 듣는다. 한 자 한 자 적을 때마다 속삭임이 들린다. 책을 만드는 데 관여한 장인들의 혼의 파편 같은 것이리라. 부교소의 명령 한 마디로 책 하나가 절판되는 세상이다. 그러므로 판목을 소유하지 못한 세책점은 책을 확보하기 위해 한 글자도 빠뜨리지 않고 베껴 적는다. - 31

- 누구나 언젠가는 죽어. 내가 보기에 이 세상은 말이야. 책으로 치면 한 쪽도 못 채울 만큼 헛된 꿈이야. 형벌을 받았네 몹쓸 병에 걸렸네 하며 이것저것 번민하지만 다 부질없는 일이지. 다음 쪽을 넘기면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세상이 기다릴 뿐이야. - 62

- 나는 뒷골목을 누비며 반딧불이의 희미한 빛을 후세에 남기는 일을 하고 있는 거예요. 책만 빌려주고 다니는 게 아니에요. 책을 지키는 거예요. - 66

- 센은 세상에 태어난 책을 그저 괘씸하다는 이유로 말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책은 한바탕 농담이다. 존재하지도 않는 일을 실제로 일어난 일처럼 써놓은 책이나 그림 두루마리는 사람 눈에 띄지 않으면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없어도 무방하다고 부교소는 단정한 듯한데, 서민들은 소소한 놀이로 살아갈 희망을 얻기도 한다. - 96

2026. mar.

#센의대여서점 #다카세노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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