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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들려줘요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1월
평점 :
인생이란 그냥 대체적으로 하강하는 게 기본값일까 싶은 초반의 이야기를 지나면
그럼에도 인간이란 이야기를 계속 계속 해나가면서 속내를 털어내고 살아야 한다고 말하는 이야기.
이제는 아는 이웃 같은 등장인물들이 현재와 과거의 이야기를 툭툭 털어내지만
실상 단편적인 에피소드란 없고 모든 것이 무언가의 원인이고 이유고 동기고 그런 것.
경청하는 일에 대해 더욱 생각하게 된다.
소소하고 별다를 것 없는 보편의 위기의 인생들을 각각 조명하고 있고,
그 중심에 이번에는 밥 버지스라는 인물이 있다.
끝끝내 이루어지지 않는 루시와의 관계가 아쉽다고 느껴지지 않는 점도,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인연들에 대해, 그렇게 미완으로 결정되는 사랑이 있다는 것.
다음 작품이 벌써부터 기다려지는데 언제 나오려나.
처음부터 쭉 다시 읽어볼까 싶다.
- 이것은 밥 버지스의 이야기다. 메인주 크로스비 타운에 사는 키 크고 체격 좋은 남자인 그는 우리가 그의 이야기를 하는 시점에 예순다섯 살이었다. 밥은 너그러운 사람이지만, 자신이 그렇다는 것을 모른다. 우리 대부분이 그런 것처럼, 그는 스스로 안다고 생각하는 만큼 자신에 대해 모르고, 자신의 삶에 기록으로 남길 가치가 있는 어떤 것이 있다고 믿는 일도 결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그런 것이 있고, 그런 것은 우리 모두에게도 있다. - 13
- 이런 개 같은. 이 모든 기록되지 않은 삶이란. 사람들은 그저 그런 삶을 살아가는 거죠. - 41
- 우리는 삶이 우리의 통제 안에 있기를 바라지만, 전적으로 그럴 수는 없다. 불가피하게 우리보다 앞서 존재한 사람들의 영향을 받는다. - 48
- 올리브 키터리지는 그녀 주변의 모든 기록되지 않은 삶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루시 바턴이 올리브를 처음으로 만나 올리브가 어머니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으면서 그 표현을 썼다. 기록되지 않은 삶,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그래서 올리브는 그것에 대해 생각했다. 이 세상 어디에서나 사람들은 자신들의 삶을 기록에 남기지 않으면서 살아가고 있었고, 그 사실이 지금 그녀를 강타했다. - 126
- 이런 일들은 충분히 이야기되지 않는 것 같다. 노인들에 대해, 노인들이 다른 사람의 손길을 얼마나 고마워할 수 있는지에 대해. 해셀벡 부인만 해도 그렇다. 그녀는 자신의 피부에 닿는 인간의 손길 없이 어떻게 살까? 샬린 비버는 어떻고? 사람들은 그것 없이도 어떻게든 살아가고, 많은 사람들이 그런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손길이나 포옹의 부재가 어떤 타격을 주는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것은 아주 많은 사람들에게 부재하다. - 244
- 나는 나이를 먹는 게 싫어요. 밥이 말했다. 그게 내 공포를 더 키우는 것 같아요. 하지만 솔직하게 말하면요? 지금 세상이 흘러가는 모양새가...... 그게 그저 내가 나이를 먹어가서 그런 건지, 아니면 우리가 정말로 혼돈 속에 있어서인지 잘 모르겠어요.
오, 우리는 혼돈 속에 있어요. - 300
- 그들은 행복했다. 그들 두 사람은 - 걷고 대화하고 - 그저 행복했다. - 353
- 매트가 지금 현관문에 나타나 말했다. 밥, 나는 그렇게 잘해내고 있지 못한 것 같아요.
그건 당신이 정상적이란 뜻이에요. 밥이 일어나 매트와 함께 집안으로 들어가면서 말했다.
나는 정상적이지 않아요. 매트가 말했다.
음, 적어도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단 훨씬 더 정상적이에요. 밥이 그에게 말했다. - 374
- 이 글을 읽었던 게 잊히지 않는데 - 오래전에 읽은 거지만 - 그 글에서 유명한 영화감독이 말했어. 대화보다 더 섹시한 건 없다. 나는 늘 그걸 기억하고 있어. 그리고 너와 루시가 하는 게 그거야 - 대화를 하지. 좋아, 이제 잘 들어, 보비. 그녀에게 사랑한다는 말은 하지 마. 그런 대화는 하지 마. 그렇게 하면, 서로 마음을 고백하기 시작하면, 토끼처럼 섹스를 하게 될 테고, 너희의 세상 전체가 무너져내릴 거야. - 433
2026. feb.
#이야기를들려줘요 #엘리자베스스트라우트 #문학동네